어떤 사랑, 삭제되지 않는 값

A Certain Love, An Undeletable Value

by 김태규

어떤 사랑, 삭제되지 않는 값

A Certain Love, An Undeletable Value


ㅡ 김태규


우리는

겹쳐 있다


같은 자리에

서로를 덮고 있다


움직이면

하나가 흐려진다


멈추면

둘 다 또렷해진다


이상하다


가까워지지 않는데

지워지지 않는다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붙이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아서


네가 떠나도

나는 남지 않는다


내가 돌아서도

너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 어긋난 채로


고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삭제되지 않는 값으로

남아 있다



[작가의 말]


어떤 관계는 설명이나 이름을 거부한 채 남아 있습니다.


선택이나 감정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은, 고쳐지지 않는 값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태로 머뭅니다.


그 낯선 지속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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