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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Oct 25.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래퍼 래원

사춘기 소년 중 1짜리 내 아들은, 랩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랩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 자식일지라도 그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이해하려 하고 간섭하지 않으려 하지만, 락(rock)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랩 자체를 그리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랩을 읊조리는 아들의 모습에 궁금증과 함께 어이없음이 내게로 달려드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요즈음이었다.


학원에 데려다주는 길, 차 안에서 아들 녀석이 '래원'이라는 래퍼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제목에서부터 특이함이 느껴 가사와 비트를 들으면서 '뭔 노래가 이래? 이 녀석은 이걸 알아듣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비트와 가사가 내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했는데, 차를 세우고 가사를 검색해보니 웃음조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노랫말이었다.

제목은 '원효대사'였지만 가사에는 '나무늘보'도 나오고 '나문희'도 나왔다.


'래원'이라는 가수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의 노래를 몇 개 더 검색해보니, 특이한 가사 내용과 제목이 그의 '시그니처'란 생각이 들었고, 아들처럼 좋아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왜 '랩'을 좋아하는지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논리와 규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경계를 넘어 파격을 보여 주는 듯한 랩의 매력. 얼핏 이해하기 힘든 가사와 빠른 비트에 젖다 보면 '아무려면 뭐 어때' 라고 말하는 듯한 자유인들의 감정이 느껴진다.

물론 설득력은 없다.
하지만 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랩의 가사들.

'래원'이라는 래퍼는 그렇게 그의 매력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소통의 시작이고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본적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슨 말을 해도 틱틱거리는 중 1짜리 사춘기 아들 녀석과 유일하게 공감하는 한 가지가 햄버거 이외에 추가되었다.

'래퍼 래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무늘~~보 , ~~나문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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