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split Nov 29.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기울기

살면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균형이 아닐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 믿어도 좋을 듯하다.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좋은 것만 찾다 보니 부모가 잡아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잡아주는 균형과 어머니가 잡아주는 균형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양(兩)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기울어진 부부관계로 인해 오히려 양(兩)부모 슬하가 해(害)가 될 수도 있다.

결론은, 양(兩)부모든, 편(偏) 부모든, 아이에게 균형을 가르쳐야 하는데, 아버지가 된 지 18년이 된 나 자신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자신이 균형을 잘 못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는 동료와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 부하와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線) 이 있다.

우리는 가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다 이 선(線)을 넘어 직장과 가정에서 무너지는 개인을 목격하기도 한다.

단합과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루어진 회식 자리에서 지나친 음주로 인해 실수하거나, 관계 이상의 선(線) 을 넘어 애초 모인 목적과 다른 모임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늘 균형 잡힌 관계를 위한 자기 절제의 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 생활에서도 이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울기가 종종 발생한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며칠 가지 않아 게으름과 가벼움으로 기울어지고, 과거에 저지른 실수나 나쁜 습관이 다시 제자리로 기울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술과 담배에 대한 균형이 기울어지고,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뱉는 비난과 욕설로 또 한 번 기울어지고, 업무로 인한 강박증에 의해 균형 잡힌 인간관계가 기울어지고..

알면서도 지키기가 어려운 것이 균형이 아닐까?


하지만 기울어진 것은 바로 세우면 된다.

기울어짐을 깨달은 순간 다시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한다면, 그 역시 균형 잡힌 이 될 수 있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자신을 '수양' 한다는 말은 기울어짐을 확인하고 늘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힘들고 지칠 때 나타나기 쉬운 '게으름'은 균형을 깨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최초의 징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지켜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시차 극복에 필요한 체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겠지만, 비행 후에 찾아오는 피로감과 해방감으로 인해 쉽게 '게으름'에 빠지는 것이 승무원들의 생활이다.

비행이 끝나고 호텔에 도착하면 잠이 드는데 , 내가 아는 여승무원들은 기본적으로 10시간 이상을 잔다고 한다.

심지어 15시간을 잔다는 여승무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생체 리듬이 깨지게 되고 어느 순간 만사가 귀찮아지는 게으름병이 들어서 먹는 것도 싫고 구경하는 것도 싫고 심지어 연애마저도 싫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화려한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많은 어려움과 자기 극복을 이겨내지 않으면 건강도 잃고 기 시간도 잃어버리는 직업이 될 수 있다.

(신기한 건 비행 전에는 아무리 이른 시간이라도 유니폼만 입으면 게으름과 피곤함이 싹 달아나는 느낌이라는 사실...^^)


여하튼 모든 사람은 각자의 생활에서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한 일이다.

이 균형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면 만사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늘 내 생활태도나 정신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원한 물에 세수를 하고 거실 창 먼산을 바라보며 짧은 명상을 한다.

그리고 아침 산책으로 내 몸을 깨우러 갈 준비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비행기 타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