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진화학적으로 생각하면,
편하다는 건
진화를 멈춘다는 말과 같고,
잘 지낸다는 건
쓸모없이 존재한다는 말과 같다
거꾸로, 삶이 편하지 않은 것과
그대가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은
적당히 진화를 하는 동시에
이 세상이 어쨌든 살아갈만해서
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멋을 낸 이별의 순간에,
<편히, 잘 지내>
덕담으로 쓰는 이 말은
깜찍한 저주가 된다
죽어지내라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그 인사가 사자(死者)의 명복을 빌 때
흔히 쓰이는 건 그 까닭이다
모두 진화학적으로 그렇다는 건데,
그가 끙끙 앓아도 좋을 인간일 때는
<매일, 내 꿈 꿔>가
이별 덕담으로 그럴듯하다
무슨 말이냐고,
오해하는 듯해도, 그냥 놔둔다
어차피 그는 그대의
사랑이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