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極端) 피아(彼我)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W-046


그 문학성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얼마 전 회자된

'잔혹동시'에 내재된 심상처럼

극단은 힘없는 이들의 피난처이며,

힘 있는 편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에 의해서 그리 불릴 뿐,

그들 스스로 극단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무시당할 정도로 약하고,

우리가 그들을 무시할 정도로

시쳇말로 '힘'이 더 세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극단이라고 한다


아무리 용을 써도

어쩔 수 없는 삶이 있는 탓에

역사 속 모든 시대에도 존재했고,

이 시대 역시,

삶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가진

오늘의 극단이 존재한다


힘 있는 우리는 광장에 서서

그들에게 허접한 정의를 가르치고,

구석에 모여 우리의 가면 쓴

정의를 꾸짖는 그들에게

요즘의 우리는 대개 비겁하다


힘 있는 편에 서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할 수도 없으며

힘없는 편에 서서

힘을 과시하는 것을 당연히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살을

개인의 선택이라 무시하고라도

탈레반이나, 이슬람 국가는 물론이고

묻지마 폭행, 묻지마 살인 등에

희생된 이들은 전혀

힘이 센 사람들이 아니다


힘없는 이들의 만용이

극단으로 불릴 때

힘 있는 이들의 무관용은

광기(狂氣)라고 불리며,

그것이 훨씬 더 우리를

참혹하게 한다는 것에 대한

동정이 있어야 할 터다



우리의 거리에 서면 얼마나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맞춰가려는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가 있다


힘이 말하는 우리들의 세계에서

따돌림의 공포를 개성이라고 부르는

자기기만이 내재된 힘에의 추종인데,

그것조차 힘들면 극단이 될 터다


'내'가 언제 극단이 될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고대 그리스의 격언이

요즘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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