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이름 불러주기

by 어뉘


인간이 여타 동물보다 나은 것은

먹고, 자고, 싸는 것 이외에

낭만을 아는 덕분일 터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는 건 알아요?
<갈매기의 꿈>이란 책에 나오는 말인데."


시작된 화제가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처연히 살아온 삶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달리 그의 가슴에는 낭만이 살아 있다.

하지만, 가벼운 토론 비슷한 상태였으므로

내가 반격을 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높이 나는 것만으로

멀리 본다고 할 수는 없지요.
시력이 좋아야지요."


그러자 그가 내게 쏘아붙였다.


"젊은 사람이 그렇게
즉물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낭만은 우리가 가진

삶의 피난처일 수 있겠다.

다만, 뫼르소를 읽는 우리 자신을

혹시 낭만으로 여길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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