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이라는 습성

by 보통날

“아.. 발목 아프네”

“아프면 빨리 병원 가야지!”

“아니야. 이건 이제 만성이야.”



갑작스럽지 않게, 눈에 띄지 않게, 작은 아픔이 반복되며

어느 순간부터는 ‘원래 그런 상태’가 된다. 그걸 만성이라고 한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만성으로 아픈 곳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만성은 질문을 남긴다.

왜 이렇게 오래 지속되고 있는지,

무엇을 계속 미루고 있는지,

나는 언제부터 나를 덜 돌보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렇게 만성의 시작은 꼭 몸이 아니라,

마음의 습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고, 자주 쓰러졌다.

그래서 나에 대한 걱정이 일상이던 가족의 시선 속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학여행도 가지 않았고,

대학 시절 친구들과 외박 한 번 하지 않았다.

나의 즐거움이 가족들의 평온을 흔들지 않기를 바랐다.


어느 날 또 한번 쓰러지고 난 뒤, 눈을 떴을 때였다.

똑같았지만 그날만큼은 가족들의 시선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았다.

설명하지 못한 감정들이 하나씩 쌓여갔다.


그때부터 생긴 나만의 마음의 습성

'아파도 세 번은 참고 말하기'가 시작되었다.


몸의 만성 위에 마음의 만성이 겹쳐졌다.

만성은 고통을 키우기보다는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괜찮다고 말하는 일에는 익숙해지고, 괜찮지 않다는 설명에는 서툴러졌다.

그렇게 만성은 몸에만 남지 않고 태도와 선택, 관계의 방식까지 스며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음의 만성을 안고, 나는 내 아픔을 오롯이 혼자 짊어지기 위해 독립을 시작했다.

혼자 있다는 생각에 쓰러짐은 더욱 두려워졌고,

'이대로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니 나의 아픔을 그저 괜찮다는 말로, 만성이야라는 말로 어물적 넘어가지 않고,

잘 바라보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만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를 붙잡는 이름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만성을 겪었지만, 그 안에 머물며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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