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NY 없었다_02
9월 10일 : 뉴왁(Newark) > 맨해튼
아침 일찍 부지런히 일어나서 씻고 우버를 불러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어제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숙소로 이동해서 잠만 잤기 때문에 사실상 밝은 바깥은 처음 보는 셈. 뉴왁에서 맨해튼으로 갈수록 영화 속에서 보던 뉴욕의 그 스카이라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업타운이니 다운타운이니 하는 어디에서 주워듣던 그런 단어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진짜 뉴욕이구나!' 싶을 즈음, 간판에서도 "Welcome to Manhattan"이라는 반가운 인사가 보인다.
서울도 크기나 속도에 대해서 세계 어느 도시에 밀리지 않을 텐데 뉴욕은 뉴욕이었다. 서울보다 훨씬 거대하고, 더 분주하다. 사방을 둘러보면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나를 감싸고 있고, 사람들과 차들은 쫓기듯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정신없었지만, 그럴수록 더욱이 내가 지금 뉴욕에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우리의 뉴욕 숙소는 타임스퀘어 바로 근처에 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얼리 체크인을 부탁한 덕에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들어가서 얼른 짐을 두고 숙소에 대한 안내를 듣고는 금방 나왔다. 호스트와 함께 공간을 쓰는 곳이라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수 있었지만 이 정도 위치에 이만한 가격인 곳은 구할 수 없었으니! 이 정도쯤이야 어쩔 수 없는 부분.
마침 주연이는 어제 뉴욕 비행을 왔다가 오늘 밤에 돌아가는 일정이라고 했는데, 묵고 있는 곳도 우리 숙소 바로 앞이었다. 어차피 일정도 없으니 오랜만에 다 같이 밥이나 먹고 소호 구경이나 같이 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소호 쪽으로 이동해서 맛집이라는 곳에 갔다. 도산공원에도 오픈을 앞둔 브런치 집이었는데, 기다림에 비해 가격은 착하지 않았고 맛도 그저 그랬다. 그래도 뉴욕에서 제대로 먹는 첫끼인데 불평하지 않고 기분 좋게 먹기로! 하며 남기지 않고 잘 먹고 나왔다. 그나저나 메뉴 가격이 원래도 비쌌는데 팁까지 얹히니 가격이 정말 무시무시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팁문화인가!
햇살이 좋아서 커피도 하나씩 테이크아웃해서 소호 거리를 거닐었다. 맨해튼 중심부와는 확실히 다른 소호 분위기. 벽돌로 된 갈색 건물 사이사이 알록달록한 커머셜 광고들이 그렇게나 잘 어울릴 수 없었다. 절로 눈이 가니 광고에 박힌 카피들이 속속 내 눈과 머릿속에 옮겨졌다. 시차적응 따위는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딱 걷기 좋은 이 날씨에 뭐라도 하나 더 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었다.
어차피 뉴욕에 머물 날이 많이 남았고, 오늘은 테니스 경기 보러 가는 일정도 있었으니 본격적인 쇼핑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이쇼핑만 열심히 했는데, 뉴욕에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마법이라도 걸린 건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점심에 먹었던 브런치도 양이 부실했는지 걷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져서 얼른 먹을 만한 곳을 검색했는데 우리 눈에 들어온 건 피자가게! 길거리에 있는 작은 가게였는데 여기 진짜 최고였다!!
<pince pizza> 라는 곳이었는데 미국여행 통틀어 여기 피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피곤한 기색도 살짝 올라오는 것 같아 레드불과 함께 먹었는데, 그 덕분인지 여기에서 에너지도 완전히 풀 충전됐었다. 피자까지 다 먹고 나니 주연이는 이제 숙소로 가서 공항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 주연이와는 다음에 서울에서 보자며 인사를 했다. 이제 우리도 우리대로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Arthur Ashe Stadium으로 향할 채비를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