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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없이도 성장해야 하는 주니어라면

마이크로 매니징을 선호하던 내가 리더 없이 일하게 된 건에 대하여

by 도도씨

“도현님은 마이크로매니징 해주는 리더가 편하신가요?
스스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가 편하신가요?”


이직 면접 자리에서 들었던 질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뇌정지가 왔지만, 솔직하게 답했다.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마이크로매니징 해주시는 리더가 더 편하기도 하고,
더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시군요! 현재 팀에 팀장님이 없는 상황인데, 괜찮을까요?”


면접을 마치고 난 후,

입사를 결정하기까지 꽤나 고민이 많았다.


리더가 없는 조직에서 나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과연 스스로의 결정들을 믿을 수 있을까?




첫걸음을 내딛다


입사 후, 새로운 환경은 낯설고도 자유로웠다.

나는 업무 경력 3년 차, 두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 직장인지라 더욱 직전 직장과 비교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차이점은 조직 문화였다.
밝고 따뜻했다.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분위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업무 방식은 이전과 달랐다.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했고, 그 결정이 옳은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았다.


특히 입사 초반부터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던 터라,
팀의 방향성을 완전히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안감이 컸다.
그럴 때마다 "리더가 있었다면 고민이 덜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 과정이 나를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결국 새로운 방향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했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


조직에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의 역할은 단순히 지시를 내리고 관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리더는 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엇갈리지 않도록 팀의 목표와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리더에게 있다.
이러한 역할은 팀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또한 리더는 자신감과 지지를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팀원들은 때로 스스로의 결정이나 성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 있다.
이때 리더의 피드백과 격려는 개인이 성장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단순한 칭찬이나 비판을 넘어, 건설적인 피드백은 팀원 스스로가 자신의 강점과 개선점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결정이나 도전의 순간에 리더가 주는 서포트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개인에게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성공에 대한 기대만큼 실패에 대한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이때 리더는 이러한 부담을 함께 나누고,

팀원이 더 담대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때로는 망설이는 팀원을 밀어주는 강한 추진력으로,

때로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지해 주는 따뜻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리더의 존재는 팀원 개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내게 리더의 부재는 내가 가지고 가야 할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의문과 불확실을 낳았다.




리더 없이 성장하는 방법


처음에는 혼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단순히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1. 내가 이곳에 온 이유 되새기기

첫걸음은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성장을 위해 이 자리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그동안 막연하게 쌓아왔던 경험들을 돌아보며, 나만의 성장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점점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해졌다.


ChatGPT 등장 이후, 내 삶이 달라지고 있음을 몸소 체감했다.
매사를 귀찮아하는 나에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AI 기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AI 교육을 기획하고, 직접 강의를 해보는 경험까지 쌓아보고 싶었다.

이가 내가 이 조직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였다.


2. 주어진 일에 오너십을 가지기

오너십을 갖는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처음에는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내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이 일의 주인이다'라는 생각은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고,

스스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었다.


3. 적극적으로 피드백 구하기

피드백을 능동적으로 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움직여야 했다.

이제는 먼저 다가가서 동료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듯이,
내가 도움을 구할 때도 주변에서 함께 고민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피드백을 능동적으로 구하다 보니,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또한, 경험이 많은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이들은 내 고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해선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주었다.


결국, 리더가 없는 상황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지시나 관리 없이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한 걸음씩, 나만의 리더로 성장하고 있었다.




마무리하며


리더의 존재는 때로 안정감을 주지만, 그 부재는 나를 성장시키는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지시와 피드백이 없는 환경이 불안하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서 발견한 나만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예상보다 컸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며, 때로는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닌 나의 태도였다.

리더가 있든 없든,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의 성장 곡선은 달라질 수 있었다.

스스로를 리드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지시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 나갈 수 있었다.



최근 인사팀장님과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이 리더 없이도 스스로 잘 해내고 있어서, 오히려 새로운 리더가 들어오면 지금의 자율성과 협업 문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리더의 존재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가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며 서로를 신뢰하며 만들어가는 팀 문화가 진짜 리더십이라는 것.

우리는 이미 스스로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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