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휴대폰이 살았을까? 죽었을까?
톡은 살아있습니다
참나무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철망을 올려 고기를 구워 먹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흥이 모닥불처럼 타오를 때 큰 조카가 일어나 노래를 불렀고 뒤따라 저희 둘째 아이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들 노래를 힘껏 응원하려고 박수를 치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잡고 있던 핸드폰을 모닥불에 떨어트렸습니다.
악! 어떡해!
저의 호들갑에 다른 식구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잠깐 동안 상황 파악이 안 되다가 제 핸드폰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동생이 차력사처럼 손을 집어 넣었습니다.
하지 마, 손 다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은 불 밖으로 던져졌고 다행히 동생 손은 멀쩡했습니다.
핸드폰은 검게 탄 화면 윗부분에서 작은 불빛을 껌벅거렸습니다.
아들이 톡을 보냈더니 정상으로 갑니다. 살아 있다며 웃습니다.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벨이 울립니다.
화면이 불에 타서 받을 수는 없지만 어둠 속에서 녹색의 전화기 모양이 옅게 보였습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게 살아있네,
모두가 신기하게 핸드폰을 쳐다보았습니다.
제때에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너무 오래 써서 핸드폰이 스스로 자결을 한 거라는 둥, 새 거였으면 더 속상할 뻔했는데 다행이라는 둥, a/s 받아서 몇 년 더 쓰라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핸드폰이 모닥불 속에 있는 이유가 뭔지를 묻는 소리에 둘째가 노래를 하는 중이었음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핸드폰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아들이 다시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함창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의 애청곡 동무생각도 부르고 어버이 은혜도 불렀습니다.
지난 5월 어버이날이 속한 주말에 친정에서 대가족이 모였습니다.
매년 그즈음엔 고추를 심습니다.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이제는 그만 하자는 의견이 몇 해 전부터 나왔지만 땅을 놀릴 수 없다는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올해도 고추를 심고 밤에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고 또 그렇게 놀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서비스센터에 방문했습니다.
액정을 갈려면 2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액정을 교체해서 폰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하여 새 폰을 장만했습니다.
사진은 대부분 노트북에 옮겨 놓았지만 연락처와 동영상은 찾을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핸드폰 기술에 감탄도 하고 실망도 했습니다.
폰이 불 속에서 견딘 시간에 비해 살아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불빛이 깜박이고 신호가 가고 받을 수는 없지만 수신 벨이 울렸습니다. 마당에 있던 모든 식구가 S사의 놀라운 기술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새 폰을 장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불에 타버린 핸드폰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정보를 새 폰으로 이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폰 안에 있던 정보를 그대로 다른 폰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된다는 답변에 실망을 했습니다.
(용산이나 그런 곳)에 가면 할 수도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S사 A/S 센터에서 안 되는 게 (용산인가 뭐 그런데)서 된다는 게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 소리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20만 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액정을 교체한 후 정보를 이동하고 폰을 버려야 할까, 다른 곳에 찾아가서 정보를 이동시키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저장해둔 내용들이 20만 원가량의 비용이 아까운 것일까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지만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일에 비용을 쓰는 것보다는 될 것이다라는 곳에 가서 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앞서게 되자 회사에 대하여 괜히 실망이 커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유심칩을 새 폰으로 옮기니 톡이 연결되었고 지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연락처를 새로 받았습니다.
저처럼 기계치인 지인들이 신기하게 묻습니다.
"폰이 탔는데 톡은 살아 있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거라서 폰이 탄 것과 상관은 없다지만 저로서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