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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Feb 28. 2020

빚 갚는 방법 ​

이웃의 흔한 주부가 하는 돈 이야기

어느 날 남편이 폭탄선언을 한다.

더 이상 회사에 다닐 수가 없다, 퇴사하겠다.

그럼 그만둬야지, 본인도 건강하고 기술도 있고 마누라도 씩씩하고 용감하니까, 어떻게든 살겠지라는 것은

우리 부부의 생각뿐만 아니라 우리를 아는 지인들도 비슷하다 못해 한 술 더 떠서 네가 나서지 않으면  남편이 알아서 다 할 텐데 지가 다 할 것처럼 하니 남편이 뒷짐 지고 있는 거라는 둥 이제 네가 더 고생할 것이라는 둥 걱정까지 해준다.

그러든지 말든지 남편은 주사위 던지듯 사표를 던졌고, 부부가 함께 할 업으로 지인이 운영하던 학교 앞 작은 원룸의 하숙 겸 매식을 인수하였다.

인수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

얼마 되지 않는 자산에 담보를 걸어 대출을 받고, 구입하는 원룸에도 목까지 찬 대출을 받고, 신용도 몽땅 걸고 대출을 받았는데 그 돈이 4억이 넘었다.

하여 우리의 열정적인 빚 갚기가 시작되었다.

소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던 우리로써는 상상도 못 해 본 액수의 빚이었다.  독수리가 어깨에 앉아 누루고 있는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또 둘째 아이가 서울에 있는 대학 합격으로 방을 구해야 하였는데 통장에는 십만 단위의 돈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보증금 없는 방을 구할 수 있었으나  방에 비치되어 있는 책상과 장롱 옆에 아들이 누우면 한번 뒹글 거리기도 비좁은 크기였다.  눈치가 있는 아이여서 별 말없이 입주했고 감사하게도  장학금을 받아 입학을 허락받은 상황이라 등록금 걱정은 없었다.

당장 써야 하는 것은 카드로 지출을 했다. 그런 지경은 처음이지만 더욱 다행한 상황은  일을 시작하자  바로 돈 구경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몇십만원 이든지 여유가 보이면 무조건 은행으로 보냈다.

얼마가 되던지 빚을 갚아 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이자부터 갚는단다. 그래야 안심이 된단다.

그건 미련한 행동이다.

돈이 있으면 원금부터 갚아야 한다. 그것이 얼마든 다음 이자를 발생하는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돈을 갚을 때는 목돈으로 갚아야 한다는 법칙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몇십만 원의 돈을 갚으려면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 맘을 버려야 한다.

저축을 하듯이, 푼돈을 모아서 몫돈을 만들듯이, 보이는 대로 저축하듯이, 빚도 그렇게 갚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각보다 많이 줄어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쫄바지 하나로 사계절을 버티며 아꼈다.

지인들 만나도 내 사정을 아니 함께 먹는 밥값이나 차값은 당신들이 지불한다.

그럼 나는 찬거리를 드리는 식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하며 지냈다.

참으로 고마운 주변분들이다.

그렇게 아껴진 돈도 빚을 갚았다.


이자가 싼 편이라 갚는 것 아깝지 않냐고 하시는 분이 있었다.

아니 될 생각이다.

아무려면 대출이자가 저축이자보다 쌀까.

새로운 투자를 위한 대출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얼마라도 여유가 있으면 쌓아두는 것보다 갚는 것이 이득이다. 


이런 식으로 빚을 갚다 보니 한 해가 갈수록 갚아지는 금액이 많아졌다.

그러는 사이 둘째가 군에 입대했는데, 고생할까 안타까움보다 큰 짐을  잠시 내려놓은 것 같은 후련함이 있었다.

아들에게 들어가던 모든 비용에 아낄 수 있는 최대함까지 더하여 빚을 갚아 나갔다.

그리하였더니 아들이 제대하고 돌아온 후엔 어깨 위 독수리는 감당할 만한 까치 정도의 크기로 줄어 있었다.

이제 지인들과 식사 후 밥값을 낼만도 하고 차값도 낼만 하다.

여전히 테이커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맘속에 빚을 쌓아둔다. 언젠가 대출 갚듯 그분들께 진 빚도 갚아드리리라.


작은 건물이라도 보유하고 있으니 비법이 무엇인지  묻는 동생들이 있다.

그럼 난 얼마나 버냐고 물어본다.

또 얼마를 저축하냐고 묻는다. 대부분 쓸 돈이 모자라 저축을 못한다고 대답한다.

먼저 저축하고 쓰면 된다고 말한다. 그럼 말 같잖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바로 알아듣지 못해도 말해준다.


한 달에 10만 원이라도 저축하면 일 년이면 120만원이라도 모아지지만 써버리면 그것도 없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몇 년이 지나면 큰 차이가 나는 거야.

첫해는 120만 원 겨우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해는 250만 원이 된다.  작아도 이자는 붙거든.

그리고 돈 모으는 재미를 알면 10만 원이 20만 원이 되고 30만 원까지는 큰 맘먹지 않아도 할 수 있어.

옷 한번 사지 마, 카페 가서 차 마시지 마, 외식도 몇 번 줄여, 배달음식 시키지 마, 진짜 줄여봐

그렇게 아끼며 살면 밥값 안 내도 얄밉지 않아, 돈  모으는 비법은 별게 아니야 한번 해봐. 시작도 안하고 안된다고 하지말고.

그렇게 한 사람이 여기 있잖아.


이 말은 빚을 갚는데도  같이 적용된다.

그래야 흔하지만 조금  나아 보이는 이웃 아줌마로 살 수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빚을 갚기 충분하다. 저축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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