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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아부 May 04. 2020

승객이 타기까지, 승무원은 무슨 일을 할까?

 

뉴욕행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비행기 티켓에 적혀있는 이 시간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떠나 이륙하는 즉 비행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출처 : 에티하드항공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승무원의 듀티는 언제부터 시작할까?

내가 일하는 항공사의 경우에는 매 비행마다 함께 일하는 크루(동료)가 매번 다르다. 목적지에 따라 비행기 기종도 다르고, 비행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세부적인 사항들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비행 전, 이러한 내용을 그 날의 크루들과 브리핑(briefing)을 함으로써 승무원의 듀티가 시작된다.

브리핑 시간의 기준은 항공기 크기에 따라 다른데, 보통 B777, B787과 같은 승객수가 많은 큰 기종은 1시간 30분 전, A320과 같은 소형 항공기는 1시간 15분 전에 시작한다.

브리핑은 공항 근처 회사 오피스에서 진행이 되고, 이 브리핑센터에서 바로 항공기로 가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따로 공항에 가서 입국절차를 밟지 않는다. (해외에서 체류할 경우,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밟기 때문에 공항 게이트 앞이나 항공기 탑승 후 브리핑을 하게 된다.)

즉, 비행 출발 시간이 9시라고 하면 브리핑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 7시 30분에 기장과 부기장을 포함한 모든 크루가 함께 브리핑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10-15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승무원은 출퇴근을 어떻게 할까?

중동 회사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 바로 복지다. 회사에서 외국인 승무원들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해주고, 출퇴근 시 버스를 제공해준다. 자차가 있는 승무원의 경우 개인적으로 가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모든 승무원들의 스케줄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이 회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버스 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나는 보통 브리핑 시간 기준 1시간 전으로 버스를 예약한다. 숙소에서 브리핑센터까지 대략 20-30분이 소요되지만, 혹시 그날의 교통 상황이나 아주 혹시나 버스를 놓칠 경우를 감안하여 여유 있게 가는 편이다.


브리핑센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체크인(출석체크) 해야 한다. 체크인할 , 승무원은 안전 관련 문제 1 응급처치 관련 문제 1 통과해야 한다. 그날 승무원이 해당 비행을 안전하게 수행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테스트(?)라고 보면 된다. 아무리 내가 준비가 되었다한들, 당연히 틀리는 날도 있다. 로봇이 아니기에.. 만약 문제를 틀릴 경우, 모든 비행 브리핑 관련 스케줄을 담당하는 담당자(briefing officer) 만나 다시 한번 테스트를 보게 되고, 이때 대답하지 못하면 오프로드(offload) 당하게 되는데 비행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경우 승무원은 본인의 듀티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추후 담당 매니저의 메일을 받게 된다. 그럼 회사에 가서 면담을 하거나 안전 교육을 다시 받아 통과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가끔 안전 교육을 다시 받는 크루들을 보았다. 쫄보인 나는 아직도 체크인 시에 긴장을 한다..


체크인을 마치면, 모니터에 브리핑룸 번호가 적힌 비행들이 나와있고 해당 브리핑룸을 찾아간다!

1. 브리핑

매번 다른 승무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처음에 아주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그 날의 브리핑이 시작된다.

승무원들 각각 포지션을 배정받게 되는데, 이 포지션에 따라 각각의 구역이 있다.

이 포지션은 클래스별, 사번순으로 컴퓨터에서 임의로 정해지기 때문에 나름 공평하다. 정해진 포지션에 따라 갤리 담당/면세품 담당 등 주 업무가 따로 있기 때문에 포지션을 바꾸고 싶은 경우에 사무장에게 말을 하여 동료 승무원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브리핑에서 이루어지는 주 내용은 비행편명, 비행시간, 최근 안전 관련 업데이트, 중요 공지사항, 도착 시간, 도착지 관련 정보, 레이오버 시 체류 호텔 및 현지 정보, 서비스 관련 사항(기내식, 입국신고서 유무), 기내 면세품 등이 있다. 정말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행 전 이 정보를 미리 준비하고 숙지해야 한다.

승무원들끼리의 브리핑이 끝나면 기장과 부기장이 합류해 날씨 상황이나 터뷸런스, 다른 안전 관련 이슈 등 특이사항에 관해 얘기를 하고 오늘도 Safe flight! 을 외친 뒤 브리핑이 끝난다.


2. 항공기 이동 및 탑승

브리핑이 끝나고 다 같이 egate라는 곳에 가서 아이디카드로 다시 체크인을 하고 짐 검사를 하게 되는데, 공항에서 승객들이 항공기를 타기 위해 여권 검사를 하고 짐 검사를 하는 입국 수속 절차와 같다고 보면 된다.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 간편하고 수월할 뿐이다.

egate를 통과하면 한국의 버스 터미널처럼 출발지가 적혀 있는 화면과 함께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고, New York이 적힌 곳으로 가서 버스를 타면 이 버스는 바로 항공기로 가게 된다.


3. Pre-passenger boarding checks ★★★

직접 항공기 문을 열고 승무원들은 항공기에 탑승하자마자 회사 아이디카드를 뺌과 동시에 각자 맡은 구역으로 가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승무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바쁜 순간이다.

승무원에게 매 비행마다 항상 지참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는데, 이 매뉴얼을 보고 안전, 보안에 관련된 승객 탑승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매뉴얼을 지참하지 못할 시, 앞서 체크인 시 질문을 틀렸을 경우처럼 승무원은 바로 오프로드를 당하게 된다.

승객 탑승 준비는 크게 안전/보안/서비스로 나누어져 있다.

안전: 항공기 door, emergency equipment, 화장실, 기내 안전수칙 등등 안전 매뉴얼에 따라 확인

보안: 테러, 항공 납치 등에 대비한 보안 체크로 오버헤드빈에서부터 좌석 시트 안쪽, 라이프 재킷, 기내물품 등 기내 전부를 확인

서비스: 기내 청결, 헤드셋, 담요, 모니터, 화장실, 기내 음식 등 서비스에 필요한 것들이 준비되었는지 확인

왼쪽은 트레이닝 시 받은 매뉴얼이고 오른쪽이 매 비행마다 지참해야 할 핸드북이다.


이 모든 준비가 끝나야 승객이 탑승을 할 수 있으며, 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잘못은 해당 구역 승무원에게 있다. 기내 음식이 잘못 실리거나 안전 장비에 문제가 생긴 경우 등 항공기가 상공에 있는 경우에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소화기, 산소통은 언제 어떤 긴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책임감을 갖고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

보통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탑승 준비가 힘든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준비시간이 30분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거의 이전 항공편으로부터 도착하면 바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을 하는 스케줄인 데다 그 중간 시간이 여유가 없는 편이다. 이 시간 내에 기내 물품 변경, 기내 청소 등등 모든 준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조금이라도 항공기가 지연될 경우 이 준비시간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항공업에서 시간은 돈이다. 회사의 이미지, 승객 만족도, 정시성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면이지 않을까. 이륙시간이 1분이라도 늦을 경우, 그 시간에 따라 항공사에게 일종의 페널티가 주어지고, 더 크게는 환승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한 승객이 런던-아부다비-델리 비행을 예약했는데 런던에서 비행이 지연되어 아부다비에 늦게 도착해 델리 비행을 타지 못할 경우, 다음 항공편, 숙소 제공 등의 부가적인 금액이 발생하고 이런 승객은 1-2명이 아니기 때문에 그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렇기에 승객이 정해진 시간에 보딩을 하기 위해서, 승무원들이 각자 주어진 업무에 따라 신속히 준비를 해야 비행 출발 지연을 막을 수 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사무장이 크루들에게 기내 인터폰을 통해 크루들에게 전화를 하고,

크루들로부터 확인을 받으면, 기장에게 알려준다.

그럼 이제 승객들의 보딩이 시작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설렘을 가득 안은 채 들뜬 승객들이 기내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도 함께 흥분된다.

오늘은 뉴욕이다!

출처 : 에티하드항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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