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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Feb 10. 2024

왜냐면 XR은 몰입감이 있거든요 1

좋은 XR 콘텐츠 경험은 어디서 오는가


XR, 몰입감을 팔다.


Image generated by AI, DALL·E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rgumented Reality) 증강현실,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이다. 애플의 혼합현실 MR 기기(*애플은 MR이니 VR이니 대신 공간컴퓨팅이라는 자신들의 용어를 강조한다.) 비전프로가 출시한 2024년 현재에도 아직 XR 분야가 대중들에게 낯설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모든 XR 업계 종사자들은 대중들에게 콘텐츠 자체에 대해 홍보하기보다는 먼저 XR 매체 경험이 기존 매체 경험과 어떻게 차원이 다른 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XR 콘텐츠를 먼저 만들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보다 XR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게 어때요라고 아직은 업계 종사자가 발품을 팔아 설득해야 한다. 제작비도 비싸 보이는데 효과가 뭔지 모르겠는 XR로 콘텐츠를 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해소해주지 못하면 XR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


우리는 늘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몰입감 있는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몰입감 있는 경험이 도대체 뭘까. 현재 매체도 충분히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는데 XR 몰입감은 뭐가 다른가. 그리고 XR이 진짜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가? 이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XR처럼 몰입감 있는 경험을 마케팅에 활용한 4D 영화가 떠오르더라. 



몰입감을 파는 또 다른 산업: 4D 영화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장면마다 생생함을 극대화시키는 4DX 효과를 통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 CGV의 4D 브랜드 4DX 설명


나는 현재 XR 산업이 4DX등의 4D 영화 산업 맥락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4D 전용 영화가 따로 있었고 비싼 표를 판매하기 위해 영화 내용보다는 몰입감, 진짜 같은 경험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지금은 4DX 같은 4D 상영이 하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되었다. 굳이 몰입감 있는 경험을 홍보하지 않아도 이건 무조건 4D로 봐야지라며 액션이라는 특정 장르의 영화에 대해서는 관객이 먼저 4D영화를 선호하게 되었다. 


나는 하드코어헨리라는 영화를 CGV의 4DX 시사회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하드코어 액션 영화로 주인공의 액션과 주인공이 받는 충격에 따라 상영관 의자가 진동하고 바람이 나오고 물이 뿜어져 나왔다.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보는 3D 액션 영상과 의자의 효과가 자연스럽게 동기화가 되어 몰입감이 상당했다. 그 이후 비슷한 류의 액션 영화를 볼 때마다 이거 4D로 보면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하드코어헨리, 4DX로 봤는데 내가 1인칭 FPS 액션게임을 플레이한 것 같은 경험이었다.


지금에야 액션 장르가 4D 영화가 주는 몰입감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알지만 초기 4D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더라도 아무 영화에서나 사용되곤 했다. 그런 경우에는 4D 효과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을 쏘아대고 의자를 흔들어제끼니 놀이공원에 온 것인지 영화를 보러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액션 영화에 사용되더라도 여기서까지 굳이 의자를 흔들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영화의 본질이나 맥락과 상관없이 주객전도로 모든 장면에다가 4D 효과를 억지로 집어넣고 몰입감이라는 경험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4D로 상영하면 몰입감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는 콘텐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그렇지만 '이건 4D로 상영하면 몰입감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는 어떤 장면에 대한 몰입감을 어떻게 증폭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프로세스가 담겨있다. 다행히 4D 영화 산업에서는 '액션'이라는 장르에서 4D 영화가 줄 수 있는 몰입감의 본질을 찾은 것 같다.  

 



XR의 몰입감이 아닌 몰입감 있는 XR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



적어도 국내의 현재 XR 산업은 아직 XR로 제공하면 몰입감이 있을 거야 단계인 것 같다. 단순히 AR 환경, VR 환경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을 많이 봤다. 내가 스스로 XR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콘텐츠의 본질보다는 AR, VR로 제공한다는 걸 더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대중들은 XR 환경 안에서 비싸고 고통스러운 경험만 하게 되더라.


아무리 좋은 기술로 실감 나는 경험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결국 맥락이 없거나 영화 자체가 재미없으면 4D 효과를 넣던 뭘 넣던 몰입이 안된다. 반대로 영화가 일단 재밌는데 어떤 적절한 부분에 4D 효과를 가미하면 그 재미가 증폭이 되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XR이 제공할 수 있는 몰입감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XR산업에서는 그 '어떤'이 무엇인지 혹은 어디인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건' XR로 '이렇게' 제공하면 몰입감이 있을 거야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이것'을 포함하는 콘텐츠의 생산자가 XR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쉽지만 '이건'에 속하지 않은 것은 그에 적합한 다른 매체로 양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 모든 영화 상영관이 4DX 상영관이 아닌 이유가 있다. 4DX 상영에 적합한 영화가 제한적이고 모든 영화를 4DX로 상영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XR로 제공하면 몰입감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XR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에도 XR을 적용하면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축적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XR의 어떤 부분 때문에 몰입감을 느끼게 되는지 알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험을 제공할 때 비로소 XR 콘텐츠가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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