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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근 Nov 17. 2023

스마트 글라스는 다 AR 아니야?

혼잡한 XR 산업을 구분하는 나만의 기준

모든 스마트 글라스(Smart Glass)가 AR/ MR 글라스는 아니다.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서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 AR HUD(Head Up Display)의 표본이다.
Google Glass, https://www.youtube.com/watch?v=4EvNxWhskf8


스마트 글라스라 하면 구글의 HUD(Head Up Display) AR 글라스 같은 게 쉽게 떠오른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처럼 눈앞의 작은 모니터 혹은 렌즈 위에 정보가 증강되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스마트 글라스의 범주가 AR과 MR을 포함하며 넓은 영역에 걸쳐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마트 글라스 하면 당연히 최소 AR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에 잘 구분해야 한다. 스마트 글라스라고 해서 모두 XR 디바이스라고 착각하고 덜컥 사보지 말고 스마트글라스의 기능 용도와 목적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2024년을 앞두고 XR업계에 주목할만한 글라스형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라스형 XR 디바이스의 장점은 뭘까?


글라스형의 장점은 일단 가볍다는 것. Meta의 퀘스트 3을 출시되자마자 구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광고에서처럼 사용해보려 했더니 기기가 아직은 무거워 목이 꺾이고 눈 주위가 시큰시큰 해 스트레스다. 아마 같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형태인 Apple의 Vision Pro 역시 그 지점에선 비슷할 것 같다.


글라스형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맨눈으로 주변을 볼 수 있다는 것. 기기 외부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으로 주변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맨 눈이 투명한 렌즈를 통해 주변을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내가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시장에서 가장 발전된 카메라 패스스루는 Meta quest 3였으나 엄청난 시각적 집중력을 요하기에 머리가 지끈거려 나에게는 부적합했다. 시야각 경계는 왜곡이 심하고 핸드폰 화면이나 컴퓨터 화면은 가독성이 제로에 가깝다. 사실 이번 Quest3가 기능상 풀컬러를 지원하면서 이전 제품들보다 MR기기의 모습에 가까워졌으나 실제 사용성 상으로는 딱히 더 나아진 점은 없는 것 같다. 광고에서 나오는 실시간 패스스루 장면은 마치 맨눈으로 본 것과 같지만 나는 실사용자로서 과대광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이 기대되는 글라스는 AR 혹은 MR 글라스이다.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가상의 정보를 띄워주거나 그 이상으로 가상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물론 AR과 MR 글라스도 스마트 글라스의 영역에 들어간다. 단순한 안경이 아닌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 대부분 스마트 글라스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AR과 MR 글라스의 장점 때문에 글라스 형태들의 기기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일단 스마트 글라스가 출시되었다고 하면 구매욕이 엄청나게 상승하는데 막상 구매 직전에 살펴보면 내가 광고에 속았는지 최소한의 HUD 기능이 없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XR 없어도 스마트 글라스는 맞지만 연출은 마치 XR

Meta X RayBan의 스마트글라스 Stories
마치 렌즈를 통해 어떤 정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연출 하지만 렌즈에는 Rayban 로고만 붙어있을 뿐.


2023년 초 Meta가 새로운 스마트글라스에는 HUD를 탑재할 것이고 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손목 밴드를 AR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것이라 발표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Rayban 선글라스와 다를 바가 없는 디자인인데 스마트 기능까지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그리고 2023년 마지막, 최근 새롭게 출시된 Meta와 Rayban의 신제품의 광고를 보면 확실히 AR HUD가 있는 스마트 글라스인 것만 같다. Meta 이름이 붙으니 더더욱 XR 디바이스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나도 Meta X Rayban 신제품을 보자마자 와 사야 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번 Meta와 Rayban의 스마트 글라스 Stories는 AR 기능이 없었고 나의 구매욕은 증발했다.


전면 카메라와 스피커, AI 어시스턴트 음성 명령의 스마트 글라스

스마트 글라스를 AR 글라스라고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면 카메라 부분이다. 전면 프레임에 고화질 카메라가 달려있고 그 카메라를 통해 사진촬영,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만약 정보를 보여주기만 하는 단순한 수준의 Head Up Display AR 글라스라면 렌즈 위에서 내가 촬영 중이라는 어떤 인터페이스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사진을 촬영하고 난 다음에 미리 보기 화면이 렌즈 위에 떠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순 카메라만 달린 스마트 글라스에는 그런 HUD 기능은 없다.


확실히 이번 제품은 카메라 기능 덕분에 내가 보는 시야 그대로 화면이 녹화되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고프로등의 액션캠을 머리에 헤드밴드를 통해 장착해야 내 시야를 화면에 녹화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글라스만 쓰면 언제 어디서든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내 시야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다.


이번 제품이 AR 글라스라고 오해의 소지가 될만한 부분이 바로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 광고였다. Meta의 제품답게 인스타그램의 라이브스트리밍과 연동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라이브스트리밍에서 해당 제품 모드로 설정하면 글라스에서 녹화되는 나의 시야를 그대로 스트리밍 할 수 있다.  


라이브스트리밍의 참가자 코멘트가 렌즈 위에 표시되는 건가 싶었던 제품 소개 영상, 화면 캡처


스트리밍 중에는 참가자들의 코멘트가 하단에 표시되게 되는데 이번 제품의 광고 영상에서 마치 글라스의 렌즈에서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코멘트를 HUD처럼 표시해 주는 듯한 연출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글라스에 증강되는 게 아니라 투명한 렌즈이기에 렌즈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더라.


이렇게 XR 디바이스라고 간주할 수 있는 옵틱 기반의 기술은 전혀 없다. 단지 안경 프레임 전면에 삽입된 카메라 기능이 주요하고 이어폰 없이 사운드가 재생되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AI 어시스턴트를 음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이다.


이런 스마트 글라스는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스트리밍을 하거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굉장히 유용하겠다. 또 거의 바디캠 수준이라 현장 공무원들에게도 사용될 수 있다. 그렇지만 딱히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 시 스마트폰 이상으로  무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음질이 좋은 헤드셋을 착용하는 걸 선호한다면 AR기능이 없는 이런 스마트 글라스가 어필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Meta에서 언젠가 글라스형 신제품에 HUD를 탑재하고 특유의 손목밴드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HUD 스마트 글라스와 AR 글라스


BMW Motorrad의 HUD 스마트 AR 글라스


그럼 최근 나온 스마트 글라스 중 XR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는 무엇일까. 당연히 AR과 MR 글라스가 있다. 선글라스 형태 MR 제품은 Xreal(과거 Nreal)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정보를 화면에 띄워주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을 트래킹 해서 그 위에 가상 오브젝트를 정합할 수 있다. 당연히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전 글에서 MR보다 넓은 범위의 AR 관점에서는 단순히 패스스루(Pass-through, 실제 환경이 보이는 상태에서 그 위에 정보를 보여줌)로 정보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도 AR 영역에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BMW Motorrad에서 출시한 HUD 디바이스, 주행 정보를 헬멧의 렌즈, 혹은 글라스의 렌즈에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HUD가 등장한다. 

HUD는 Head Up Display의 약자로 시각적으로 표현된 정보가 눈앞의 글라스 혹은 작은 모니터에 표시된다. 따로 정보와 상호작용할 수는 없으며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준다. 물론 화면을 바꾼다거나 메뉴를 변경한다거나 보고 싶은 정보를 선택한다던가 하는 상호작용은 가능하다. 다만 MR 디바이스에서와 같이 주변 환경에 맞춰서 오브젝트를 이동시킨다거나 신체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지는 않는다. HUD는 굳이 주변 환경을 트래킹 하지 않아도 된다.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표시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바닥면에 맞춰서 정보가 표시된다거나 사물을 인식에 사물 위에 정보가 붙어 있을 필요는 없다.


Google의 glass는 그래서 AR glass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Wear-able HUD(신체에 착용하는 HUD)이다. HUD,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정보를 띄워주는데 인터넷과 연결되어 GPS 데이터등과 연계할 수 있지만 주변 환경을 카메라 트래커가 실시간으로 인식해 가상 오브젝트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실제 공간을 가리는 모니터 화면 위에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공간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HUD 디바이스도 현실 공간 위에서 가상 정보를 보여주는 AR 디바이스라고 불릴 수 있다.


장르가 확실한 HUD 제품 예시


산업현장에서 리모트 워크로 선호되는 Vuzix의 M400 HUD AR 디바이스

HUD 스마트 글라스의 경우 특정 분야에 특화된 앱과 연동하여 해당 분야의 활동을 돕는 구체적인 시각 정보를 보여주는 제품이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 BMW 모토라드에서 나온 HUD 글라스가 있다. 바이크를 탈 때의 주행 정보가 눈앞에 표시된다. 또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Real Wear나 Vuzix의 HUD 디바이스도 있다. 이들은 현장 근무자가 보는 시선이 원격 작업자와 공유된다. 현장 근무자의 눈앞에 띄워진 화면에 원격 근무자의 작업 지시사항이나 가이드가 표시된다.


Meta와 Rayban의 Stories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앱과 연동되어 해당 앱 화면 정보를 HUD로만 띄워주면 소셜 네트워킹에 특화된 XR 스마트 글라스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




"TRUE" AR 글라스, 아직은 2% 부족


일반적인 스마트 글라스가 AR 글라스와 혼돈되기 때문인지 요새 나오는 AR 스마트 글라스에는 TRUE라는 접두사가 붙기 시작했다. TRUE AR GLASS. 찐 AR 글라스라는 뜻일 거다. 만약 글라스형 XR 디바이스에 관심이 있는데 광고의 스마트 글라스 제품이 너무 예쁘거나 얇상하다면 그냥 단순히 스피커와 전면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글라스인지 아니면 TRUE, 찐 AR 글라스인지 꼭 살펴보기를 바란다.


HUD 기능이 들어가기 위해선 렌즈에 영상을 쏴주는 프로젝션 기술이라던지 여러 복잡한 옵틱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눈 바로 앞의 렌즈, 혹은 디스플레이의 발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미니멀한 안경 프레임에 무선, 유선이 연동되는 배터리까지 장착해야 한다. 그런 부분 때문에 AR 혹은 MR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 글라스는 2023년 말까지는 여전히 렌즈 프레임 부분이 복잡하고 두껍다. 그런 단점을 과감한 디자인으로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적어도 나에겐) 모양은 이상하다. 그래도 Xreal 등의 제품을 보면 이제 진짜 선글라스 수준으로 디자인이 많이 발전했다.


스냅챗의 TRUE AR 스마트 글라스, Spectacles(베타).
스냅챗의 TRUE AR 스마트 글라스, Spectacles(베타).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스냅챗 앱 화면을 렌즈에 투영한다.
Xreal의 2023년 신제품 air2 pro. 기존 선글라스 프레임과 거의 근접하지만 렌즈 부분에 별도의 옵틱 하드웨어를 적용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더라도 아직은 대부분의 TRUE AR 글라스들이 단독으로 사용될 수는 없고 유선으로 스마트폰이나 외장 배터리에 연결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도 아직 부족하다. 충분한 하드웨어 내장 공간이 있는 HMD(Head Mount Display)들은 별도의 저장장치도 있어 자체 플랫폼 앱을 다운로드하여 재생할 수 있다. 반면 글라스형 제품들은 별도의 저장장치도 부족하고 인터페이스도 제약이 있어 전용 앱을 독립적으로 기기에 다운로드하여 구동하기 어렵다. 아직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화면을 스트리밍 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가벼운 게 최고


2024년 TRUE AR 글라스 부분에서는 배터리 문제, 어플 구동 능력, 렌즈 부분의 두께 최소화, 발열 문제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아직은 스마트 글라스의 확실한 구매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지만 Meta의 Quest 시리즈나 Apple Vision Pro 같은 HMD들이 아무리 고성능이어도 너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아무리 선명한 화질의 멀티 모니터를 가상으로 띄워준다고 해도 이들을 착용하고 20분만 작업해도 고개가 앞으로 쏠리고 뒷목이 뻐근할 정도의 무게이니 기능이야 어쨌든 가벼운 스마트 글라스 제품이 출시가 될 때마다 엄청난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다. 결국 Meta나 Apple도 글라스형으로 점점 제품을 고도화시켜 나갈게 분명하니 단순 스마트 글라스 이상의 TRUE AR 글라스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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