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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H Dec 30. 2021

자동화에 대해서


 기계 장치, 설비,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에 대해서 깊이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비슷한 여건의 엔지니어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스토리가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설비 개발을 통해서 경험한 내용을 부족하나마 관심 있는 분들과 공유하고,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개발이라는 "업"을 계속하면서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계 엔지니어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와 공법 개발에 참여를 해왔고, 운이 좋게도 LG와 삼성이라는 큰 기업에서 양질의 생산기술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처음 LG라는 대기업의 생산기술원이라는 연구소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은 그룹사의 제조 기술을 리딩 하는 슬로건으로 연관된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공법과 설비를 개발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공장 자동화와 그러한 장비들을 처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화란 무엇일까.

 보통 공장 자동화라고 해서 Factory Autom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3D 業)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기업은 제품을 많이 팔 수 있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화(自動化)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일반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기존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생산 활동에 컴퓨터와 기계를 접목한 설비와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동화를 위한 컴퓨터는 산업 전반에 이미 핵심 구성품이 되었고 생산 현장에서부터 설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영역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자동화를 구현하기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함께 개발되어야 합니다.


TPS (Toyota 생산 방식) 소개

 자동화를 이해하면서 함께 알아봐야 할 TPS(Toyota Production System)이라는 대표적 생산관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빠지면 안 됩니다. TPS에서는 자동화의 의미를 자동화(自働化)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사로 보면 Toytota의 경우 방직기계를 제조하는 업체로 시작을 하였고, 방직기에서 실 한 올이라도 잘못되면 기계가 자동으로 운전을 멈추게 해서 불량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에서 TPS 생산 관리시스템을 일찍부터 경영 전략에 정착시켰습니다. 특히, Toyota에서 말하는 한자에서 "사람 인"이 추가된 "자동화"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화와는 조금은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동화 생산 방식은 앞서 정의에서 처럼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할 뿐 중간에 발생되는 기계의 이상을 인지하지 못하므로 자동화된 공정에도 근본적인 설비 점검과 운영 관리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는 사상이 담겨있습니다.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노동 인력 관리의 유연화도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자동화에 있어서 효율적인 자동화를 유지하기 위한 사람의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라는 기계적인 정의에서 사람의 기능을 강화하여 다양한 제품의 생산을 위한 유연함과 효율을 추구하고자 하는 생산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동화를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기업의 측면에서는 생산의 효율을 통해 이윤의 극대화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방법적으로 기존의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제조 경쟁력(품질과 생산성)을 향상하고 기존의 자동화 공정을 더욱 고도화하여 제품이 생산되면서 불량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제품 생산을 위한 제조 공정을 설계하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제조 경쟁력을 향상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완전 자동화를 구현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노동력과 설비의 안정적인 배치로 제조 공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고민해야 합니다. 어쩌면 노동력과 설비의 합리적인 조합으로 제품 생산의 효율성 극대화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자동화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만이 바람직한 제조 공장의 바른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제품 생산에 존재하는 다양한 낭비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설비를 포함한 제품 생산 공정을 효율을 극대화를 위해서 현장의 끊임없는 개선(Kaizen)을 내포하는 경영 철학을 Toyota 생산방식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생산 현장에 적합한 합리적은 자동화를 생각할 수 있다.

  간이 자동화를 대표하는 “카라쿠리(からくり)”에 대해서 이해가 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카라쿠리 인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태엽을 감아주면 자동으로 움직이며 찻잔을 나르고 차를 따라주거나 붓에 먹물을 찍어 글자를 씁니다. 이러한 카라쿠리 기술이 현장에 개선활동과 접목한 것이 "카라쿠리(からくり) 개선"입니다.

가라쿠리 인형 (출처. 위키피디아)


  개선을 위한 대표적인 실행 사례로 가장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 현장의 낭비를 제거하는 개선 활동을 의미합니다. 현장 작업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으로 단순한 지렛대, 캠, 도르래 같은 기본적인 장치를 활용해서 작업자의 피로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Low Cost Automation 방식으로 자동화와 함께 유연하게 적용하면 제조 효율을 높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LG에서 자동화 업무를 수행하였을 때 TPS에 대한 다양한 적용 사례를 연구하였고, 그중에 Set 조립 라인에서 적극적인 개선 업무를 발굴하고 현장에 적용하여 실제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숙련도(다능공 육성)를 향상시키고, 낭비 요소를 제거한 공정 흐름을 재 설계 (Flow Line → Cell Line)하는 것도 동시에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제조업이 지향하는 발전된 생산 환경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공장의 생산 방식은 고도로 지능화될 것이고 다양한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방식의 제조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Computing Power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지능화된 설비에서 출력되는 무수한 Data를 기반으로 생산에서 발생되는 정교한 예측에 따른 계획된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동화에 대해서 소개를 한 이유는 설비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에게 설비 개발을 위한 기술적인 이해에 앞서서 자동화가 무엇이고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생산 방법의 측면에서 설비 개발의 목적을 수립하고 개발 방향을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을 통해서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본 글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지금까지 제조 공정설계 및 신규 제품에 적합한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자유롭게 소개하고 조금이나마 설계를 하는 비슷한 여건의 엔지니어들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조 설비의 처음부터 개발의 마지막까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려고 합니다.  물론 저도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야 하는 부분이 많고, 이를 통해서 체계적이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인 개발 이력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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