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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녀 Oct 08. 2023

봄 사냥

전투에 나서는 것처럼

칼과 비닐봉투를 들고 냉이 캐러 간다.


양지엔 항아리 허리처럼 둥근 

손바닥만 한 냉이가

손쉬운 사냥감처럼 있고     


잎보다 뿌리가 큰 뿌리냉이는 

칼을 들이대도 

억세게 흙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나는 손이 기억하는 대로 

칼을 휘젓도록 허락하고

칼날은 냉이를 휘-둘러 단숨에 도려낸다.


냉이는 뿌리까지 캐야 한다는 

엄마의 말,

하지만 나는 너의 뿌리만은 남겨 두련다.     


눈과 겨울을 밀어내고 온

희어진 머리 같은 잎을 뜯어내고 

툭툭 털어 코에 가져다 대니  

   

칼날마저 품을 듯 달려드는 흙냄새

복수 하듯 냉이 향이 코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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