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나서는 것처럼
칼과 비닐봉투를 들고 냉이 캐러 간다.
양지엔 항아리 허리처럼 둥근
손바닥만 한 냉이가
손쉬운 사냥감처럼 있고
잎보다 뿌리가 큰 뿌리냉이는
칼을 들이대도
억세게 흙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나는 손이 기억하는 대로
칼을 휘젓도록 허락하고
칼날은 냉이를 휘-둘러 단숨에 도려낸다.
냉이는 뿌리까지 캐야 한다는
엄마의 말,
하지만 나는 너의 뿌리만은 남겨 두련다.
눈과 겨울을 밀어내고 온
희어진 머리 같은 잎을 뜯어내고
툭툭 털어 코에 가져다 대니
칼날마저 품을 듯 달려드는 흙냄새
복수 하듯 냉이 향이 코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