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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이 Nov 07. 2021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하하희희, 네 식구

  하하희희 가족. 연애시절, 친구가 나와 신랑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들어준 애칭이다. 웃음이 많고 밝은 가족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 좋아서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다. 우리 가족 구성원은 나와 남편, 그리고 두 아들. 이렇게 넷이다. 미국 생활 4년 차. 지금은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우리 가족. 나이 순으로 한 명씩 소개해 볼까 한다.

  

  나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났고 한 학년 위인 내 남편.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단순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감정적이고, 복잡한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다행히 신랑을 대표하는 이 성격은 나에게 많은 플러스가 되고 있다(아직 까지는ㅎㅎ). 여느 한국 회사가 그렇듯, 일이 참 많다. 업무 중에는 연락을 거의 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한국에서 처럼 잦게, 길게, 출장을 가지 않으니 다행이다. 물리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감히 주고 싶은 최고의 아빠라는 타이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본인 힐링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온종일 육아하는 나와는 다른 상황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매 순간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 나와의 관계는...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다. 차차 설명하는 것으로!


  그다음은 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 그렇지만 불안이 높아, 혼자 일은 다 벌려놓고 걱정을 한껏 하는 사람. 그런데 또 어떻게든 해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산다. 미국에서 근무지를 두 번 옮기는 바람에 이사도 두 번 했다. 그 사이 적응력은 만렙이 되었고,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덤으로 얻었다. 내가 언제 프로그래밍을 했었나 싶고, 코드 한 줄은커녕 영타라도 안 까먹어 다행이다 싶다. '내가 왜 너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까지 따라와 온종일 애를 키우냐' 했던 원망의 레퍼토리는 이제 내려놓고, 엄마로서의 삶. 그리고 미국에서의 생활. 둘을 충실히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첫째 아들. 만으로 4살이다. 한국에서 본인 나이는 분명히 5살이었는데, 왜 여기서는 4살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억울해하는 귀여운 허세남이다. 엄마 눈가가 촉촉해지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엄마, 왜 울어?' 하고, 사소한 우리 부부의 대화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는 어디인지 엄마를 닮은 듯한 세심한 아이다. 지인들로부터 '얘는 엄청 활발한데 차분하네'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최근 1년 동안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온 바람에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시카고에서 학교를 다닌 지 이제 3주. 아이의 머릿속은 한국사람과 영어 사람. 그리고 알파벳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나의 기쁨이자 자랑인, 첫 아이.


  둘째 아들. 만으로 1살, 곧 2살이 된다. '곧 두 돌이에요'라고 어디 가서 말하면 까무러칠 외모를 가졌다. 유전 희귀 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발달이 많이 늦다. 수유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그래서 성장도 많이 더디다. 100명 중에 꼴등 하는 몸무게와 키를 가졌지만 일정한 격차로 꼴찌를 하니, '노력하는 꼴찌'라 부르고 싶다. 아이를 낳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겪고 느낀 건 책 한 권도 모자라다. 이 아이로 인해 내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사실 불행함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그리고 이 불편함은 결국 감사함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둘째. 내 보물.


  우리 넷.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우리 가족의 사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이에게는 공감이, 즐거움이, 조금의 도움이 또는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2021년 가을, 산책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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