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상

나는 내가 있어 살아간다.

by 김동환 예비작가

세상에서 나에게 따듯한 온기를 가득 품은 밥을 많이 해주신 분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따뜻하게 차려진 그 밥에는 나에게 어떠한 무엇도 대가를 바라지 않았고, 온전히 내가 맛있게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그녀는 이른 아침이든 때론 늦은 시간의 저녁이든 내가 원하면 여전히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기를 가득 품은 따뜻하게 한 상 가득 차려진 밥과 국을 차려주셨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커피 한잔을 먹어도 그에 따른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밥은 먹어도 그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한다.

편의점에서 먹는 물까지도 그에 따른 당연한 금액을 지불해야 난 그것들을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나의 그녀만이 나에게 어떤 지불도 요구하지 않으며, 아무런 요구도 없이 온기가 가득한 그런 따뜻한 밥을 차려주셨다.

온전히 내가 맛있게 먹는 걸 바라는 그 마음 하나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준비해 주셨다.

매번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 따뜻한 밥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반찬 투정을 부리며 정성으로 힘들게 준비한 그녀를 서운하게 만드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가끔은 그렇게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을 바쁘다는 핑계로 쳐다보지도 않았고, 냉정하게 돌아보지도 않고 나오는 날들도 있었다.

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면, 오늘 하루 내가 입었던 옷과 양말들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아도, 그녀는 나에게 불평과 불만을 말하지 않았고, 내가 던져버린 그것들을 항상 깨끗하게 세탁하고, 내 옷장에 가지런히 정리해 주셨다.

이런 모든 시간에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고, 여전히 그녀는 묵묵히 나의 뒤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항상 있어 주었다.

난 항상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당연한 일상인 듯, 그런 행동들을 아주 오랫동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이제는 집에서 그녀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내가 늦게 들어와서 무엇을 요구해도 그녀가 말없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잘 차려진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 주셨다.

조금의 아쉬움을 담는 말을 가끔 하셨다.

그녀가 나에게 했던 유일한 아쉬움은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라는 말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그 어떤 무엇도 바라는 말을 여전히 하지 않았다.

난 이전의 나처럼 그녀에게 항상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받아온 그 모든 것이 당연하게 생각했으며, 난 여전히 그녀에게 무심한 듯 말을 했고, 여전히 똑같은 일상처럼 행동했다.

오래전부터 그랬던 난 그녀에게 여전히 냉소적인 말투로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을 여행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며, 나만의 시간들에 많은 것들을 채워가고 있었다.

맛 집이라는 곳에서 긴 줄을 기다리며, 먹었던 음식들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 여행을 다녔고, 그렇게 떠난 여행의 목적지에서 그곳에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과 여유를 즐겼다.


난 지금까지 나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고 항상 나를 위해 잘 차려진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 그녀와 함께할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내가 돌아가는 집에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뿐이었고, 그런 그녀가 그곳을 한 번도 비운적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어느덧 결혼을 했고, 이제부터 그녀가 지금까지 매일 그래왔던 그 따듯한 밥상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땐 잘 몰랐다.


아니 모른다는 말보다 난 그 소중함을 그땐 깨닫지 못했다.


내가 새롭게 일구어갈 내 집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날보다 배달음식이 편안했고, 외식을 자주 하며,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었다.

매일처럼 배달음식도 그 음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외식을 하는 날에도 그 음식에 대한 당연한 지불을 해야 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코스요리처럼 난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그 잘 짜인 코스대로 식사를 하고, 조용한 카페에 들러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점점 익숙한 일상생활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그에 대한 당연한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젠 무엇을 하던 그에 따른 지불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내가 이용하고 누리는 편의 시설에 대한 당연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할 때, 내 안에서 무언가 공허함이 생겨난다.

내가 그렇게 당연하게 지불하며 즐기던 그것들은 먹으면 너무 맛있고, 눈으로 보와도 너무 이쁜 그 음식들, 그리고 음식의 맛과 멋을 잘 어울리게 담은 그릇에 준비되어 있었다.

오래전 그녀가 따뜻하게 차려준 밥상은 지금의 내 눈앞에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녀의 음식에는 화려함이 없었고, 멋진 그릇에 잘 담겨 있지도 않았다.

투박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그런 그릇에 무심하게 언진 듯 올려진 음식들이었다.

그녀가 만들어 주던 그 따뜻한 밥상의 것들이 가끔은 싱겁고, 가끔은 좀 짜고, 작은 차이로 조금씩 틀린 차이가 있었던 음식들이었다.

내가 평소에 찾는 음식점은 항상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은 분위기, 같은 그릇이 당연하게 생각했다.

새롭게 적응한 내 생활과 습관이 오래되어 갈수록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분명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그 음식을 먹을 때 함께하는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무엇 하나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왜 내 마음속에 허전함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느껴지며, 내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허함을 알 수 없었다.


가끔 찾아간 그곳에 여전히 머물며 그 자리에 있던 그녀가 나에게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만이 나에게 익숙한 온기 가득한 그 따뜻한 밥상을 지금도 그 무엇 하나 바라는 것 없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따뜻하게 잘 차려 주셨다.

그런데 그 무심하듯 담음 반찬과, 조금은 촌스러운 그릇에 담긴 음식 그리고 따뜻함이 가득한 밥과 국이 내 입으로 들어갈수록 내 안에 허전함이 위로를 받는 포근함에 위로받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빈손으로 찾아가는 것이 조금은 미안해 평소에 즐겨 먹던 것을 포장해 그녀가 있는 그곳으로 찾아갔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무심하게 그녀에게 맛보라고 조심스럽게 건네본다.

그녀는 나에게 “뭐 하러 이런 걸 사 왔냐”는 말을 한다.

난 다정하지 못한 말로 “그냥 드셔 보세요”라고 그녀에게 친근하지 못한 말로 퉁명스럽게 말을 전했다.

나에게 익숙하고 평소에 즐기던 그 음식은 그녀에게 조금은 낯선 음식이었다.


항상 우리를 위해 만들고 챙기고 치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녀였다.

지금 나만 익숙한 그 음식은 그녀에게 새로운 것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선물하듯 준비한 것인데, 그녀가 그걸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오래전 일들이 생각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받은 월급으로 집에 오는 길에 기름향기인지 고소함인지 알 수 없는 잘 튀겨진 통닭을 사가지고 들어오면, 그 소박하고 사소한 그것을 너무도 고마워하던 그녀였다.

더운 여름에 집 앞에 편의점에서 사 왔던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두면, 그녀도 가끔은 맛을 보았다.

난 그때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게 뭐가 대단한 일도 아니었는데, 지금에 그녀를 보니 내가 너무 잊고 있었던 당연함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지금까지 어떤 시간이든 날 위해 항상 따뜻함으로 준비한 그 음식이 그냥 따뜻함이 아니었다.

내가 평소에 즐겨 먹었던 음식도 분명 따뜻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해주는 따뜻함에는 나를 향한 사랑과 걱정이 들어 있었으며, 항상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따뜻한 깊은 온도가 있었다.

내가 평소 즐겨 먹었던 음식은 따뜻함은 있지만, 그녀가 나에게 전하려 하는 사랑 그리고 걱정은 그 따뜻함에는 없었다.


난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서 허전함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녀에 따뜻한 밥이 그 허전함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따뜻함이었다.

아직도 그녀는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녀가 나에게 담아 전해주는 그 따뜻함에는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냥 내가 잘 먹어주는 그 하나만을 바라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즐겨 먹는 맛있는 음식을 선물하듯 사다 주는 것도 그녀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이전에는 잘 먹어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자주 와주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항상 머물고 있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무심하듯 촌스러운 그릇에 음식을 담고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해 줬다.

이 따뜻함에는 이전에 따뜻함과 조금은 달라진 것이 있다.

그건 내가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과 내가 어디서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 온기로 나에게 전해주는 듯했다.

그녀는 한 번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너무도 나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게 항상 잘 차려 주셨다.

내가 이제야 그 따뜻함에 깊이를 보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항상 나의 모든 것을 응원했던,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는 항상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이렇게 지금의 나로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건, 항상 내 뒤에서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던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녀의 마음을 담은 따뜻함이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었다.

난 그녀의 고마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 마음이 소중하다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가 지쳐 힘들어 들어온 집에서 그녀는 말없이 한결같은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나를 위로했다.

내가 좋은 식당에 가서 잘 차려진 음식을 먹을 때, 난 그녀를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은 그녀를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못난 나였다.

그녀는 항상 좋은 것이 있으면 나를 위해 준비했고, 그렇게 준비한 그것을 따뜻함이라는 포장지에 모든 걸 담아 전해주었다.

그 따뜻함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이전에 나는 몰랐다.

지금은 그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 아프도록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여전히 그녀가 해주는 음식은 무심하듯 촌스러운 그릇에 담겨있지만, 그 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평가하거나 가격을 계산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이제서 보이기 시작한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그녀의 따뜻함은 가격이 아니라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였다.


그녀의 따뜻함이 내 허전함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포근함이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나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사랑을 담아 따뜻하게 내 안에 남겨지는 것이었다.

그녀의 따뜻함 속에 숨겨진 그것들은 이젠 나도 나의 아이들에게 전해주려 한다.

그녀만이 내 아픈 마음을 유일하게 위로할 수 있었던 그 방법으로 묵묵히 오랜 시간을 그렇게 그 따뜻함 속에 담아 전하려 한다.

어떤 순간 찾아와 무심하듯 촌스러운 그릇에 담긴 따뜻한 온기로 위로받고 쉴 수 있도록, 무엇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오랜 시간을 응원하려 한다.


나를 항상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던 그녀가 나에게 전해준 음식은 맛이 아니었다.

그 음식의 맛은 조금 싱거울 수도 있고, 조금 짤 수도 있다.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따뜻함에 숨겨진 마음이 중요했다.

그리고 음식은 맛이 아닌 기억이고 추억이었다.

지금은 그녀의 따뜻함이 기억되고, 언젠가 그녀의 따뜻함이 추억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난 그녀의 그 따뜻함 속에 모든 것을 기억하고, 그리고 추억할 것이다.

언제 간 그 따뜻함이 그리운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의 어머니 이셨다.

음식은 맛이 아닌 기억이고, 추억이었다는 것을 알려준 나의 어머니

그녀의 이름은 나의 자랑스러운 어머니이며, 영원히 내 안에 기억될 소중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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