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나는 내가 있어 살아간다.

by 김동환 예비작가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비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저녁노을이 깊어가는 지금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언제라도 비가 내릴듯한 분위기로 하루를 보낸다.

눈에 보였던 아침 하늘은 비가 올 거라는 착각으로, 하루 종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비를 기다렸다.


지금껏 모든 일들에 난 나만의 생각으로 착각을 하고, 그 착각 때문에 언제인지 모르는 긴 기다림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그 기다림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난 항상 착각과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내일은 어떤 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 내가 보는 저녁노을은 짙은 색이 아닌 조금은 흐릿한 저녁노을로 보인다.

하늘에 구름이 많이 있다는 말이겠지?

어쩜 내 착각과 기다림은 그 이유가 뚜렷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그저 그 비를 기다리는 것인 거 같다.

비가 오면 불편함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은 시원하게, 정말 시원하게 마구마구 내려 주기를 바란다.

그 비를,,,


어린아이처럼 내리는 비를 맞고 뛰어놀아줄 친구는 없고, 혼자 비를 맞는 건 슬프다.

혼자 비를 맞는 내 모습을 사람들의 시선이 싫다.

물론, 그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지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아 싫다.


어리던 날에 친구들과 학교 끝나고 갑자기 내리는 비를 우산도 없이 그냥 웃으며, 비를 맞는 그런 나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은 그래서 그때 그 비를 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날이 지나 새로운 아침이 밝았는데, 조금은 흐려서 난 아침에 우산을 챙기고 출근을 한다.

거리에는 나와 같이 우산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있고, 우산 없이 그냥 나온 사람들도 있다.

비가 안 와서 그런지 우산이 내 손에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되었을까? 하늘에서 한 방울 한 방울씩 사무실 창가를 때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내가 이유 없이 그냥 기다리는 비가, 자신이 내리는 신호를 창문을 통해 나에게 보내주고 있는 것 같다.

창문으로 알려주는 작은 빗방울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면서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서는 순간에, 아침 출근길에 나를 조금은 불편하고 무거웠던 우산이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나갈 수 있었다.

우산을 들고 그렇게 기다렸던 비를 피하며, 거리를 걷다가 발끝으로 묻어나는 빗물을 보게 된다.

잠깐이라도 우산을 접을까?

그냥 내리는 비를 맞아볼까?

사람들과 같이 뛰어 볼까?


하지만, 내 주변에 어느 누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비를 맞아보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거절받는 것이 싫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이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다.

아니면,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싫어서 그럴 수도 있다.

늦은 오후가 될수록 비는 더 많이 내리고 더 굵어지고 있다.

바람은 거칠게 불어온다.

우산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우산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을 타고 날리는 비가 내 온몸을 젖어들게 만든다.

순간 난 이럴 거면 우산이 필요한가?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우산을 두 손으로 짧게 잡고 조심스레 자신들만의 길을 간다.

난 지금 우산을 던져 버리고,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처럼 양팔을 벌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그 순간을 느끼고 싶다.

자유를 찾은 순간처럼


우린 나이가 들수록 비를 맞을 날이 없다.

내 작은 어린 아들은 우산이 있어도, 친구들과 하굣길에 비를 맞고 뛰어놀며 집으로 오는 모습을 본다.

책가방까지 흠뻑 젖어서.

그런 아들에게 우산을 쓰고 와야지라고 말을 하지만, 나도 아들처럼 그때 친구들과 그러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는 것 같지만, 그 많아지는 일들은 대부분 모임이 늘어나거나,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자리가 길어지는 정도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뛰어노는 날보다 걸어가는 날이 많아지고, 걸어가는 날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내 어린 아들은 하루에 걷는 날이 많고, 친구들과 쉰 냄새나도록 뛰어놀 수 있으며, 그렇게 놀고도 집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게임에 빠진다.

나는 가끔 나이 어린 나의 아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하지만, 그 하고 싶은 일들은 생각으로 끝나는 날이 대부분의 날들이다.

스치듯 떠오르는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내 추억이 생각나게 되면, 난 밝게 웃었던 그 어린 시절의 날들을 짧은 미소와 함께 기억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에 한참을 서서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베란다 창문에 흐르는 빗물을 보면서 커피 한 모금에 짙은 향기를 느낀다.

커피가 다 식어 갈 때쯤, 커피를 다 먹었을 때쯤, 나에게 잠시 찾아와 회상하듯 남아있는 추억도 끝이 난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린 시절에 기억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잊히는 슬픔에 아쉬움을 남긴다.

어린 시절 그 순간에는 영원히 기억될 듯 그런 순간들이 많았다.

아니 그렇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어른의 입장에서 그때처럼 웃는 날들도 없고, 그저 하루의 힘들었던 것들을 잊으려고 아니면 지우려고 의미 없는 잡담에 술잔을 기울이는 날만 많아지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시간에 더 이상 성장이라는 것보다는, 언제부터인지 모르던 날부터 나는 말도 줄어들고, 몸도 쉽게 지쳐가는 지금의 내 모습에 새로운 노력보다는 지금 순간에 멈추어 버린 나를 발견한다.


비를 맞으며 거리를 뛰어놀던 지금에 나의 어린 아들처럼, 그런 마음으로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마음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쉼 없이 놀던 시간으로 가끔은 돌아가고 싶다.

오래는 아니어도 잠시만 다녀오고 싶다.

그때 그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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