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Part#1

나는 내가 있어 살아간다.

by 김동환 예비작가

당신을 떠나보내고 어느덧 시간이 1년이 넘어 3년이 다 되어가는 어느 날에 떠나시던 날의 기억이 점점 지워질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도 순간순간에 당신이 생각납니다.

3형제 막내인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고, 당신을 불편해하던 내가 지금은 당신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고, 그 자리에 다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다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 이제야 늦었지만 당신이 떠난 뒤에 그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되고 찾게 됩니다.

최근에 전 마음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 힘든 순간에 어디선가 당신의 모습이 흐리지만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 제 기억 속 당신이 선명하지 못하게 될까 봐 내 기억 속 당신에게 하지 못한 말과 기억을 남기려 합니다.


이런 부족하고 미련한 저를 이해해 주세요.

제가 기억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당신의 존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제가 보는 당신을,

20대 30대인 제가 보는 당신을,

40이 넘어 자식을 둔 아빠인 제가 보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너무도 인정하기 싫은 건 제50대에는 어찌 보면 지금부터는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당신이 없는 지금부터 이제는 저의 길을 잘 찾아보려 합니다.

당신이 보여주고 가르쳐 준 그 모습으로,,,

당신이 있는 그 먼 곳에서 저를 항상 응원해 주세요.


어린 시절 전 당신이 싫었습니다.

어린 나의 눈에 당신은 너무 큰 사람입니다.

감히 뛰어넘을 수 없는 산과 같고, 당신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를 수 없는 무언가 무서운 존재이며, 세상에 모든 것을 당신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당신이 말하는 것은 꼭 해야 되는 그런 당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집 앞 골목길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놀고 있다가 어느 순간 멀리서 어쩌면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나도 모르게 그 부름에 친구들에게 “내일 만나자” 말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당신에게는 원망과 실망스러운 말투로 작게 “네”라고 대답합니다.

당신이 부른 내 이름이 왜 그렇게 싫었을까요?

당신은 나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크고 무게감 있는 말투가 어린 나의 목소리와는 다른 무서움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신의 목소리에서 무서움 보다 그냥 친구들과 더 놀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전 어린 나에게 당신의 모습은 그렇게 보였습니다.


어린 전 당신이 내민 손을 함께 잡고 집으로 향하는 그 순간,

난 당신에 손이 불편하고 싫었습니다.

내 손을, 내 모든 걸 한 손에 움켜잡을 듯한 그 큰 손에 내 작은 손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당신에 뜻에 따라 이끌려 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큰 손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과, 손가락 마디마디에 까슬까슬한 느낌, 그리고 내 코끝으로 느껴지는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어린 나에게는 너무도 무서움을 주는 향기였습니다.

그렇게 당신과 도착한 집에서는 온 식구들이 모두 문 앞에 서서 임금님을 맞이하듯, 신을 영접하듯 나와서 인사를 합니다.

어느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어도, 아쉬움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당신이 오는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이른 귀가를 하신 당신과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난 당신이 싫었습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에 식탁에서 우린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각자가 보낸 하루를 이야기하거나, 장난스러운 대화를 하면서 즐거워야 할 식사 자리를 나는 원했지만, 형들과 어머니께 말을 하면, 당신은 그냥 거친 헛기침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였고, 가끔은 어색하지만 짧은 미소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셨습니다.

당신은 그런 식탁에서 항상 하는 말은 딱 하나였습니다.

“밥 먹자” 이 말만 항상 하셨습니다.

당신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꼭 하셨던 말이고, 당신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그 누구도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서 그 누구도 변화를 생각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고, 당신이 늦어 함께하지 못하는 식사 자리가 형들과 떠들 수 있는 유일한 변화와 자유로움이었습니다.

가끔 바쁜 업무로 늦은 저녁에 귀가하는 당신에게 내가 유일하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술에 잔뜩 취해서 술 향기와 담배 냄새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 냄새가 섞여서 알 수 없는 불편한 향기를 가득 품고 들어오시던 날에, 당신 손에는 기름에 젖어서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는 그것이 나에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요즘처럼 포장지가 화려하고 브랜드가 있는 그런 치킨은 제 어린 시절에는 없었으며, 시장에서 파는 기름에 노릿하게 튀겨진 그 치킨이 아직도 생각나고, 그렇게 포장된 치킨을 아직도 보게 되면 늦은 시간에 들고 들어오시던 당신이 생각납니다.

추운 겨울 그 치킨을 힘들게 들고 온 당신은 어색한 말 한마디로 “먹어라!”라는 말이 그날에 늦은 시간 당신의 아이들에게 건네는 첫인사말이 자 그날의 마지막 인사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차갑게 식은 치킨을 늦은 시간 형들과 모여서 기름에 잘 튀겨진 치킨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잠이 사라졌습니다.

전 한 번도 치킨 다리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형제들을 식탁에 모여 앉게 하고 닭다리 하나는 큰형이, 또 다른 닭다리 하나는 작은형이 먹었습니다. 전 분명 먹고 싶다고 어머님께 말했는데, 제 손에 쥐어지는 닭다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닭다리가 두 개인 것이 싫었습니다. 저 항상 먹을 수 없는 닭다리였습니다.

닭 날개는 항상 어머니가 드셨습니다.

전 가슴살이나 몸통을 먹었습니다.

제가 원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제 손에 쥐여주는 것이 그거뿐이라 먹었습니다.

기름에 잘 튀겨져서 고소한 치킨을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순간, 그 서러움도 잊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린 나에게 가끔이지만 당신이 그렇게 늦게 귀가하는 날, 당신의 손에 들려진 그것들을 기대하며,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기다리던 당신이 너무 늦은 귀가로 인해, 나는 그냥 잠들어버렸고, 아침에 눈뜨면 잠들어 버린 내 모습에 아쉬움과 슬픔이 생겼지만, 그것도 잠시 거실에 당신이 사 온 그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쉬움은 잊고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행복함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그 순간에 당신은 일터로 나가고 어린 나는 이제야 학교에 가려고 합니다.


전 매일 당신이 빨리 오는 게 싫었습니다.

동내 놀이터에서 조금 더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친구들과 조금만 더 놀면 되는데,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땀 흘리며 놀던 그 순간에 멀리서 어쩌면 가까이에서 내 이름이 불리고 있습니다.

전 또 그렇게 친구들에게 아쉬움으로 “내일 보자!”라는 작별의 인사와 당신에게는 원망이 가득한 작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합니다.

당신은 한 번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저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저에게 소리 지르지도 않았습니다.

언제나 당신은 제 이름만 불렀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부르던 당신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싫었을까요?

당신이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하지만 전 당신이 부른 제 이름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불만 가득한 무거운 발걸음으로 당신에게 항상 향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내미는 그 거친 손이 제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말이라도 걸어주시지.

왜 아무런 말이 없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럴 거면 손은 왜 잡는 건지?

그리고 다시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식사를 합니다.

시간이 흘러 작고 어린 내가 조금씩 성장이란 것을 하며, 어느덧 당신에 그 큰 손과 같은 힘을 가진 손으로 성장했습니다.

어린 시절 너무 높은 곳에 있던 당신의 얼굴을 이젠 같은 눈높이에서 정면으로 볼 수 있는 키까지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전 당신이 지나는 길에서 더 이상 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입에서 더 이상 제 이름이 불리지 않았습니다.

이젠 제 귀에 당신이 부르는 제 이름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 이상 대화가 없는 식사 자리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서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일들이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는 시간들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득해지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수업에, 학원 수업에, 이런저런 이유로 저만의 생활시간들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장이라는 걸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성장했고, 이젠 나의 세상으로 떠나는 날이 왔습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도 눈치도 없이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상관없이 난 그 자유로움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끔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당신의 전화를 안 받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당신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하면 한 번도 대화를 한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특별히 할 말도 없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짧은 통화를 합니다.

당신이 저에게 하는 말은 매번 똑같은 질문입니다.

“별일 없니?”, “밥은 잘 챙겨 먹니?”, “아프지 않니?”, “집에 한번 와라!”

이런 질문에 제 대답은 항상 똑같은 답입니다. “네”, “괜찮아요”, ‘시간 봐서요”

감정도 없이 매번 무뚝뚝한 말투로 빨리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생각으로 아주 짧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에 안부를 묻지도 않고,,,

전 그렇게 나만의 세상에 빠져 있으며, 나만의 세상을 그렇게 잘 만들어 가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내가,

매일매일 누구의 간섭과 눈치도 없이 자유로운 내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말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친구들과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서도, 누군가 시켜서도, 누군가 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아주 천천히 나는 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던 어느 날에 당신에 얼굴을 보는 날,

내가 흘려보낸 시간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에 눈가에 생긴 주름이 늘어났고, 당신에 얼굴에는 생기 있는 모습보다 지치고 어두워진 피부에 깊이 자리 잡은 주름으로 까칠한 피부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그 검던 머리카락은 하얀 눈이 내린 언덕처럼 변해버려, 이전에 내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익숙한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든 기억 속 모습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렸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날에도, 지금까지 당신은 제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식탁에서 당신이 하던 말은 더 이상 듣지 못했습니다.

매번 식탁에서 당신이 하던 “밥 먹자”이 한마디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드시는 식사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이제야 봤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순간에도 난 나만의 세상에서 당신의 오래전 모습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항상 있을 거라는 나만의 착각과, 당신이 존재하는 시간이 아직 나에게 많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며, 잊고 있던 내 소중한 곳에서 당신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소중하다 생각하던 것들은 제가 어린 시절 있었던 그곳에 언제나 그리고 항상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곳에는 당신이 항상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곳은 항상 그 모습으로, 너무 익숙한 그 모습으로 있으니 내가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와서 봐도 변화 없는 그곳에 당신도 그렇게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나만의 착각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가도록 전 몰랐습니다.


전 익숙함을 잊고 저만의 세상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어른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말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이젠 그게 무엇인지 당신이 떠난 뒤에야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정신을 잃고 놀고 있을 때, 먼발치에서 당신의 아들인 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들의 모습에 당신은 그냥 미소 지으며 웃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피곤함과 지쳐 힘든 그런 날에도, 당신은 그저 아들이 노는 모습에 행복하게 웃으며 모든 힘듦과 어려움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당신을 전 몰랐습니다.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있었다는 걸 전 몰랐습니다.

그 미안함에 당신의 아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다 부르던 제 이름이 당신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저와 함께 짧은 시간이지만 집으로 향하는 길을 손잡고 걷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저는 몰랐습니다.

작은 제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다 도착한 집에서 당신의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전 몰랐습니다.

그런 당신의 존재와 마음을 어린 저는 미처 몰랐습니다.


하루의 피곤함과 힘든 몸을 어린 아들이 노는 모습으로 마음의 위로와 보상을 받으며, 소리 없이 오랜 시간을 지켜보며 서있는 당신을 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말이 없었던 건, 당신의 마음속 무게가 무겁고 힘듦을 어린 나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랬다는 사실은 전 알지 못했습니다.

전 그렇게 당신의 존재와 마음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흘러 30살이 되고 40살을 넘은 지금에 저로 성장했습니다.


전 제 어린아이에 손을 잡으면서 왜 당신이 그렇게 어렸던 제 손을 잡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어린아이의 부드럽고 작은 그 손을 잡고서야, 비로소 당신이 왜 제 손을 잡았는지, 왜 당신의 손이 거칠어지게 되었는지 이제야 마음 아프게 이해합니다.

당신의 손도 처음부터 거친 손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이해하며, 그 이해하는 마음에 제 마음이 더 아픕니다.


당신은 당신이 짊어진 세상의 무거운 짐을 그 손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합니다.

당신의 세상은 힘든 일들로 그 고왔던 당신의 손이 하루하루 우리를 위해 찢어지는 고통을 혼자서 참고 견디며 이겨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합니다.


전 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노는 모습을 한없이 한참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웃음에서 행복을 느끼며, 시간이 흘러감을 잊고 그렇게 멀리서 제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도 피곤한 몸을 빨리 쉬고 싶었을 것인데, 당신의 아이인 나를 통해 그런 행복함으로 한참을 한 곳에 서서 말없이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그리움으로 이해합니다.

저도 그렇게 한참을 서서 제 아이의 노는 모습에서 어린 날의 저를 찾았고, 지금의 제 모습에서 당신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저도 제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아이도 아쉬움을 남기고 친구들과 “내일 보자”라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저에게 뛰어옵니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당신에게 죄송함을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전 당신에게 뛰어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저에게 뛰어옵니다.

전 당신에게 웃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저를 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전 당신에 손을 먼저 잡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제 손을 먼저 움켜잡아 줍니다.


전 당신에게 이 아이처럼 그러지 못했습니다.

제 아이의 손은 저의 어린 시절처럼 손이 작았습니다.

부드럽고 고운 손이었습니다.

당신이 제 손을 잡았을 때 그런 기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분명 제 아이도 제 손에서 거칠고 어색함을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전 당신이 언제나 저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전 제 아이의 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잡아 봅니다.

그러면 제 아이도 그렇게 성장해서 그 아이의 아이에게 손잡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제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인데,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왜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부터 다양한 일들 아니면 하루의 일들과 친구들과의 일들을 물어볼 수 있는데, 그 아이의 세상을 저로 인해 다르게 변화될까 두렵습니다.

그 아이의 세상은 지금의 눈높이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시간일 것인데,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그 아이의 눈과 귀가 제 눈높이 세상으로 만들어질까 두렵습니다.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은데, 제가 만든 세상에는 한계가 있어서 무한한 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없는 미안함이 아주 큰 죄가 되었고, 이젠 그 무게를 견디는 게 어렵습니다.

이런 무게를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티고 견디셨나요?

그 긴 시간이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나요?

전 아직도 당신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하고 아직은 어린것 같습니다.

당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고 있지만, 당신의 넓은 마음은 아직 가지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니었습니다.

전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빨리 크고 싶었습니다.

빨리 커서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었습니다.

성장하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을 어린 전 몰랐습니다.

어른이 되면 본인의 모든 선택에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저는 성장하면 그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고, 그저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끝없이 지칠 때까지 할 수 있다고 미련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