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Part#2

나는 내가 있어 살아간다.

by 김동환 예비작가

성장하며 큰다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 어른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건지 몰랐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 되고,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저는 몰랐습니다.

하루에도 많은 선택을 해야 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도 저에게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당신이 만든 곳에서는 전 책임이라는 것을 몰랐으며,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저에게 있어서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당신이 감당해 주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전 그냥 그런 무거움을 모르고, 단순하게 빨리 커가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신에 품을 떠나는 순간부터 앞으로 저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제가 감당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전 당신에게서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색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이 말해주기를 바라며 기다렸습니다.

그 말이 당신에게 어려운 말이었나요?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놀고 있는 어린 저를 보며, 행복해하던 그런 당신은 왜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셨나요?

어린 시절 전 당신의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대화도 없었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해서,

한 집에 있지만 어색하고 불편했던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있는 세상에서는 그런 감정 표현이 어려운 선택의 문제인 듯합니다.

깊은 바다에 빠져 마지막 숨이 입안에 남아 있었고, 말을 하는 순간 그 마지막 숨을 포기해야 하는 그런 문제.

어두운 깊은 산속에 달 빛마저도 없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순간에 추워진 밤공기에 어린 저를 책임지기 위해 길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아침이 밝아오기를 그냥 기다려야 할지? 당신은 선택하며 책임져야 했습니다.


당신이 어려워하는 이유를 전 아직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후회합니다.

당신이 말하지 못했던 그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까지 저는 왜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당신이 말하지 못했던 것이 저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저는 후회합니다.

그 어려워하는 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먼저 하지 않았다는 것에 후회합니다.

제가 먼저 말하지 못함에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전 그 긴 시간 동안 그 말을 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요?

제가 먼저 말할 수 있었는데, 왜 전 기다리고만 있었을까요?

저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서, 왜 당신을 미워하고 싫어했을까요?

먼저 말해도 된다는 걸 가르쳐 주거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까요?

당신보다 많이 배웠어도 전 절대로 당신보다 똑똑하거나 현명하지 못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과 거만함이 저의 눈과 마음을 가려 당신의 얼굴을 보여도, 당신의 마음에 깊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전 어느 한순간도 당신의 현명함과 희생을 알지도 못했고, 항상 당연하게 생각만 하고 그 진심을 보지도 못하는 그런 바보였습니다.

저에게 당신이 희생한 모든 순간의 시간을 한 번도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전 그 희생과 헌신의 시간이 불편하고 어색하다 생각하며,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을 미워했는지 이런 미련한 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떠나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지금에서야 그 시간들 속에 당신 존재의 크기와 깊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주름도, 하얀 머리카락도, 당신의 거친 숨소리도, 어느 하나 이제는 볼 수도 없으며, 느낄 수도 없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 이 모든 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전 어른이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저는 그저 빨리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는 게 무엇인지 당신은 저에게 말해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살아오는 모습으로 제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늦었지만 당신이 떠나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지금 제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희생하고 헌신한 시간으로 저도 제 아이에게 희생과 헌신하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처럼 이젠 제가 삶의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게 준 것이 아닌 제가 만든 세상과 제 삶이 저에게 준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처럼 책임감이란 이름으로 삶의 무게를 저는 견디고 이겨내려 합니다.

당신보다 잘할 자신은 없지만, 결코 당신을 실망하게 만들거나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제 아이들도 이런 저를 보며, 삶을 배워가도록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당신이 그러해왔던 것처럼,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만든 세상에서 그 속에 포함된 사람들을 책임지고 그 세상을 짊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짊어진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매 순간 힘들어도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그냥 견디며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행복해한다면 그것으로 보상과 위로가 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금에서야 그 무게의 무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제 삶의 무게가 당신의 존재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가벼웠는지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좀 더 빨리 어른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서, 당신이 어린 제 손을 잡을 때 웃으며 잡아주지 못해서, 당신을 무서워하고 어색하게 생각하며 모든 순간에 당신을 불편하게 생각해서, 이 모든 걸 뒤늦은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고, 너무 늦게 알아서 죄송합니다.

당신은 항상 익숙한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변해가는 당신을 자주 찾아가지 못한 무책임한 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전 당신이 이렇게 빨리 저의 곁을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안 했다는 말이 맞을 거 같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나이 들어갔고, 당신에게 이제는 시간이 많아 저를 자주 찾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당신의 말을 저는 바쁘다는 말로, 시간이 없다는 말과 핑계로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제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없다는 걸 정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바빠서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당신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저를 찾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원했던 건 이제야 당신의 남은 삶의 시간을 아이들과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그때의 하루하루가 마지막 기회였다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정말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것뿐이라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 시간을 누군가 알려준다고 해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라고 생각하며, 당신이 원할 때 자주 찾아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땐 제가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어른 흉내를 내는 그냥 큰 어린이였습니다.

이제야 후회를 하며 배워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저에게 교훈을 주셨는지, 이제야 당신이 떠나 더 이상 제 눈으로 당신을 볼 수 없는 지금에서야 늦었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 이제 당신을 통해 성장한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으며, 당신이 보여준 책임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살아오던 모습으로, 이제 저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전 당신에게 아들이었고, 저의 아들에겐 저는 아버지입니다.

전 당신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당신을 이젠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나서야 저는 당신께 말합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아버지 Pa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