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사고와 글쓰기의 의의
연구방법론 교재에서는 'critical thinking'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critical thinking은 정보의 가치와 근거뿐만 아니라 그 정확도와 신뢰성을 평가하는 행동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훌륭한 연구자는 특별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만의 고유한 논리(이론)을 구조화한다."
Critical thinking은 연구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이전 연구들과 이론적 토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가정의 오류, 논리적 결함, 방법론의 취약점, 개연성 없는 결론 등으로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항상 우리가 논문의 말미에 후속 연구의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연구 질문을 완전무결하게 해결하는 연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critical thinking을 잘 해낸다면 이 사고 과정의 결과 또한 이전 연구를 보완하는 하나의 '새로운 지식'으로서 연구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연구'란 과학 분야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정관념적으로 '연구는 곧 실험에 기반을 둔다'곤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어떤' 연구는 실험을 기반으로 두지만, '모든' 연구가 실험에 기반을 두지는 않는다.
우리가 흔히 고정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실험'은 연역적 추론 과정을 따른다. 즉, 원인과 결과가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역적 추론 과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연구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식사 예절이 신분에 따라 달랐을 것인지 규명하는 연구 문제가 있다고 가정하자. 조선은 이미 멸망했기 때문에 21세기 현대에 이르러 조선 시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없기에, 우리는 조선 시대에 남겨진 기록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하나의 기록이 진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조선 시대 사람들의 식사 예절에 대한 문서를 수집하여 그 안에서 발견한 정보들의 패턴 속에서 귀납적 추론을 해야 한다. 전통적인 실험 연구를 하던 연구자들이 봤을 때, 이러한 귀납적 추론 과정을 수반한 연구는 엄밀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연역적 추론 과정을 따르는 실험 연구 역시 통제 변수와 종속 변수라는 '특정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현실로 옯겼을 때 엄밀성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험 연구만이 연구라고 주장할 수 없을 뿐더러, 동시에 귀납적 추론 과정을 수반한 연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Critical thinking은 이러한 관점에서 연역적 사고 과정을 수반한 실험 연구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영역이다.
Critical thinking은 어떤 학문 분야에서 사용하냐에 따라 그 용도와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사 분야에서 critical thinking은 이전의 역사적 자료(문헌, 유물 등)에서 수집할 수 있는 단서들을 기반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 내거나 추론하는 데 쓰일 수 있다.
Critical thinking에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Halpern, 1998, 2008; Mercier, Boudry, Paglieri, & Trouche, 2017; Nussbaum, 2008).
- Verbal reasoning: 구두로 설명되거나 문헌으로 작성된 기록들에서 소개된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법이다.
- Argument analysis: 특정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렇지 않은 근거를 식별해내는 방법이다.
- Probabilistic reasoning: 다양한 사건(현상)과 관련된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 Decision making: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대안을 여러 대안들 중에서 식별, 평가, 그리고 선택하는 방법이다.
- Hypothesis testing: 데이터와 연구 결과 간의 관계성을 고려하였을 때, 사용된 방법이 적절한지, 가설은 타당한지 등을 검증하는 방법이다.
위와 같은 여러 종류의 critical thinking은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떠한 지식 체계에 근간을 두는지 중심을 확립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해당 연구 분야에서 이전에 수행된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같은 연구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더 적절한 대안 혹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데 목표를 두는 박사 학위 과정생 혹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critical thinking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재프레이밍(re-framing)하는 훈련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