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와 학교 교사는 어떤 점이 다를까?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보고
나는 드라마 마니아다.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열 일을 제쳐두고 TV앞에 앉던 내가 요즘은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토. 일드라마 하나만 본다. 최근 뜨고 있는 ‘일타스캔들’이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스타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국가대표 반찬가게 여사장 남행선(전도연)의 로맨스를 다룬다. 왁자지껄하면서도 따뜻하고 달콤하며 사람 냄새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 중 한 곳은 입시학원이다. 그것도 상위 1%의 엘리트를 위한 학원.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적인 모습과 자녀교육에 집착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타 강사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응, 처우는 내 어설픈 상상을 넘어섰다. 놀랍고 씁쓸했다.
실제와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말로만 듣던 일타 강사들의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른 점은 떠나서 일타강사와 교사의 가르친다는 입장만 놓고 볼 때 교재연구와 수업만 하는 일타강사가 심하게 부럽다. 교사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였던 나는 유쾌하지 못하다. 아니 솔직히 열악한 공교육환경에 화가 난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입시 성적이 꽤 좋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한 장면이다.
강석(가명)은 오늘도 교과서 밑에 인터넷 강의 교재를 펼쳐 두고 있다. 이른바 업계에 알려진 일타 강사의 교재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는 전교에서 상위권에 드는 학생이다. 교과목 선생님마다 그를 입에 올린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과목은 인강과 과외로 공부하고, 수능과목 외 제2외국어라든가 선택 과목은 아예 대놓고 다른 과목을 공부한다. 강석이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종종 그렇다. 눈치를 보거나 안보거나의 차이다. 대놓고 학교 선생님들은 실력이 없다고 무시하는 학생도 있다. 교사로서의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다.
드라마 속 고등학생 해이와 선재가 다니는 학교에서 그들의 담임은 일타강사의 친구이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교사 친구가 말한다.
“교감이 날더러 공문을 잘 쓴대. 그래서 공문만 만들래.”
드라마를 보는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교사가 회사원도 관공서 공무원도 아닌데 뭔 공문. 그러게나 말이다. 공문작성이 없는 날은 드물다. 학교 내 공문이든 교육청 보고 공문이든 보통 하루 1~2개의 공문을 작성한다. 문서 작성을 위해서는 관계된 서류와 자료를 검토하고 통계를 내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업무가 많은 부서는 심지어 하루에 10개 이상의 공문 폭탄이 쏟아지기도 한다. 교재 연구보다 공문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뺏긴다.
교육청 공문만 있는 건 아니다. 국회나 시의회의 회기가 열리면 긴급 자료를 요구한다. 아침에 공문 보내놓고 12시까지 제출하라는 경우가 빈번하다. 수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욕이 안 나올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입이 간질거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후배 교사들을 위해 한마디 던진다.
“교사는 당신들의 ****가 아닙니다.”
교사의 일상을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가 일타 강사보다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력이든 기법이든 뭐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다 그렇진 않겠지만 드라마에는 일타 강사 한 명을 위한 연구실과 연구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교재를 만들어 주고 문제를 뽑아주고, 학습환경을 조성해 준다. 강사는 오직 교재 연구와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다면 교사의 하루는 어떤가? 출근하는 순간부터 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 결석한 학생은 없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전화로 확인한다. 지각이 잦은 학생들에겐 알람처럼 전화로 깨우기도 한다. 그들의 안녕을 살피고 최소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 공지 사항을 전달한다. 물론 청소지도도 해야 한다.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정규 수업을 하고 그 외 방과 후 수업도 있다. 수업이 비는 틈틈이 수업 준비와 교재 연구, 학습 자료도 준비한다. 바쁜 일상을 쪼개 학생들과 수시로 상담도 해야 한다. 때가 되면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서술형 답지를 채점한다. 요즘은 각종 수행 평가도 많다. 수행평가는 학기 내내 이루어진다. 학기 말이 되면 학교생활기록부도 작성해야 한다.
잘하려고 들면 끝도 없는 것이 교사의 일상이다. 나 역시 학교에서 교재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여 아이들보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녔다. 날마다 반복되는 기계적인 행동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매일 제각기 달리 행동하고 말하고 변화하는 다이나믹한 존재다. 멀리서 보면 그날이 그날같지만 늘 다르게 와닿는 이유다.
학생들의 마음가짐 또한 다르다. 학교는 어차피 누구나 오는 곳.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와 별 관계없이 교과목을 들어야 하고 교사가 정해진다. 물론 요즘은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는 교육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 강의는 학생 자신이 과목과 강사를 고르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책상 앞에 앉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뭔 차이가 있냐고. 성인들도 그렇지 않은가. 무료 강좌는 게으름도 피우고 마음도 느슨해지기 일쑤다.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는 강좌는 돈이 아까워 잘 빠지지 않게 된다. 교사와 강사 앞에 아이들의 마음가짐 즉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어폰을 꽂고 화면앞에 초 집중하는 학생의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나는 적어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의 실력을 단순 비교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물론 이마저도 게으른 자의 변명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물론 학교와 교사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든 신뢰하지 못하는 분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교육정책이나 학교의 방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교사 개인의 인성이나 자질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와 대부분의 교사는 아무리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한다 해도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이끄는 본래의 목적을 저버리지는 않는다. 학교는 여전히 성적과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무엇이 올바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인간으로 살기 위한 기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이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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