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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Jul 15. 2024

페루의 이 맛 저 맛

얼렁뚱땅 남미 여행


페루의 수도 리마 시내 관광에 나섰다. 먼저 구시가지의 중심지 아르마스 광장과 대성당, 대통령궁, 산토도밍고 교회를 구경하고 플로리다 거리를 거쳐 산마르틴 광장을 향할 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우 몰려가서 무언가를 쳐다봤다. 높이 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법, 뭐라도 건질 게 있나 하고 잽싸게 끼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몰린 곳엔 우리나라 미스코리아 뺨치게 생긴 늘씬한 미녀 두셋이 있었다. 그들은 페루의 교통경찰로 거리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중이었다. 페루에서는 남자 경찰들의 부패가 심해 교통경찰의 대부분을 여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페루의 교통경찰은 선발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이가 많다고 한다. 나는 슬그머니 나의 아래 위를 흝어봤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준다해도 1차에서 탈락이다.

그녀들은 몸에 쫘악 달라붙는 제복으로 신체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다소 민망해 보였다. 교통경찰들은 온몸에서 자부심이 철철 넘쳐흐르는 듯했다. 호루라기를 불며 내젓는 팔에서는 단호함과 카리스마가, 살짝 미소 짓는 모습에서는 부드러움이 넘쳤다.


부정부패는 줄었을지 모르나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과 남자들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 쏠려 이곳저곳에서 가벼운 접촉 사고(?)를 일으키는 걸 보고 오지랖 넓게 괜한 걱정이 들었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해 네이버 블로거에서 가져다 쓴다. 직접 본 여경들은 사진보다 훨씬 멋있었다.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쿠스코에 도착했다. 잉카의 배꼽이라 불리는 잉카의 수도 쿠스코에 도착하여 아르마스 광장, 잉카제국의 태양신전 코리칸차, 대성당, 12각 돌등을 둘러보고 인디오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이 즐비한 삐삭 재래시장으로 갔다. 정해진 시간까지 자유롭게 관광하고 식사도 각자 알아서 하게 되어 있었다.


시장 곳곳에서 전통 공예품을 팔거나 사진모델로 나선 아가씨나 어린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겐 생업이고 내겐 기념이니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잇몸이 만개하여 활짝 웃어주는 아가씨나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돌리는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꼬마들의 모습에서 진심을 다하는 마음을 느꼈다. 눈요기만 하고 스쳐 지나기엔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아 나는 결국 초록, 분홍, 파란색이 섞인 알록달록한 털모자 하나를 샀다. 요리조리 비춰보니 모자 쓴 내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남미 원주민 냄새가 물씬 나는 그 모자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나의 최애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여행의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는 재미 아닌가. 값싸고 배부른 것이 여행객에겐 길거리 음식만 한 게 없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마침 피망에 속을 넣은 우리나라 고추튀김과 비슷한 음식이 보였다. 망설이지 않고 냉큼 베어 물었다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튀김의 주재료는 소금이고 부재료가 약간의 야채와 고기인 것 같았다.

사실 남미에서 음식을 먹을 때 여러 번 실패를 겪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 외에는 대부분의 음식이 간이 너무 셌다. 다양한 양념 맛이 강한 게 아니라 소금 맛만 느껴지는,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음식의 짠맛이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음식이 쉽게 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화가 나서 요동치는 위장을 달래며 근처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가 있었다. 낯선 곳에선 여러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현명했다. 가게 앞에는 감자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페루의 안데스 산지는 감자의 원산지다. 크기와 종류가 다른 감자가 무려 4,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감자는 스페인을 통해 16세기에 유럽에 전해진 뒤 전 세계로 전파됐으며, 쌀과 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식품이 되었다.           


페루의 다양한 감자

우리는 파파 레예나라는 감자요리를 시켰다. 삶은 감자를 으깬 반죽 속에 쇠고기와 각종 야채로 만든 소를 넣고 겉만 살짝 튀겨 만든 요리로 그 위에 마요네즈, 케첩과 같은 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크로켓과 비슷한 맛이었다.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근처 구멍가게에서 잉카콜라 한 병으로 입가심을 했다. 잉카콜라는 노란빛을 띠며, 보통의 콜라보다 더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페루에서는 코카콜라보다 비싸고 잘 팔린다고 한다. 탄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유의 향과 탄산이 조화된 그 맛에 쉽게 중독될 것 같았다.    

파파레예나
잉카콜라

      

남미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해산물 요리인 세비체이다. 세비체는 날생선을 레몬즙이나 라임, 고추, 소금 양념에 절여 양파, 옥수수, 고구마 등의 채소와 곁들여 내는 요리로 책을 통해 미리 본 데다 길벗 또한 꼭 먹어보라고 권유하여 그 맛이 궁금했다. 워낙 해산물을 좋아해서 별 걱정 없이 시켰는데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입에 맞지 않아 한 번의 경험으로 족했다. 톡 쏘는 생 겨자를 살짝 얹어 초간장에 찍어 먹는 우리나라의 활어회 생각이 간절했다.

          

마지막으로 페루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Cuy'(꾸이)라고 부르는 기니피그 요리를 소개한다. ‘기니피그’가 혹시 원산지가 기니인 돼지요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니피그는 페루의 안데스산지에서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했던 주민들이 식용 가축으로 기르던 설치류의 동물이다. 페루 사람들은 지금도 기니피그를 가축으로 기르며, 그들이 식용으로 키우는 기니피그는 현재 반려동물로 키우는 종류보다 덩치가 훨씬 커 수컷의 경우 성인 팔뚝만 하다고 한다.      


여행 중 몇 번 특식이 있는 날, 일행 모두 예약된 식당에 가서 자리에 앉으니 준비된 'Cuy'가 사진 촬영을 하라고 접시에 통째로 나왔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다시 가져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왔다. 비위가 약한 편인 나는 처음의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맛을 본 사람들은 약간 짭조름한 육포 맛과 비슷하다고 했다. 인간만큼 다양한 음식을 먹는 물이 있을까 싶다.


세비체


기니피그 요리


* 일부 사진 자료는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이미지에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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