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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Aug 12. 2024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이  펼쳐지는 곳. 우유니

얼렁뚱땅 남미 여행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궁금한 곳은 쿠바, 가보고 싶은 곳은 우유니 사막이었다. 나는 우유니를 화면보다 책에서 먼저 봤다. 난생처음 본 우유니는 우유빛깔(그래서 우유니라 부르는가 착각할 정도)의 거대한 소금사막이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마 7월 건기의 우유니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 년 후 TV 화면에서 12월의 우유니를 보았다. 우유 빛깔 우유니가 아니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거대한 거울. 이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때부터 가보고 싶었다. 간절히. 그리고 꿈은 이루어졌다.  

  

십여 년 전 중학생 아들과 둘이 터키 여행을 갔다. 아, 요즘은 튀르키예라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수백만 개의 기암괴석들이 갖가지 형태로 계곡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렇게 말하니 느낌이 싸한 게 와닿지 않는다. 파란 요정 스머프가 사는 버섯마을. 딱 그대로다. 세대 차이로 스머프를 모르시는 분은 꼭 찾아보시기 바란다.

그 버섯 마을 가는 길에 소금 호수가 있었다. 8월의 건기라 그런지 호수의 물이 말라 하얀 사막이 드러나 있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게 소금이라는 사실이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나’는 내게 맞는 말이었다. 기어코 손가락에 찍어 맛을 봤다. 틀림없는 소금이었다. 튀르키예의 투즈 호수만으로도 환상적이었는데 우유니는 어떨지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드디어 남미 여행의 꽃 우유니를 내 눈으로 보러 간다. 우유니, 너 딱 기다려.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는 3일간 진행되었다. 라파즈에서 비행기로 우유니에 도착한 후 우리 일행은 모두 4륜 구동차에 나눠 타고 3일간의 우유니 투어를 시작했다. 첫 번째 관광코스는 일명 기차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과거에 소금 광산에서 소금을 운반하던 기차였지만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는, 생명을 다한 기차들이 관광상품이 되어 여행객을 맞아 사진 모델이 되어 주고 있었다. 다음은 소금 광부들의 마을 콜차니에 들렀다. 소금을 캐던 광부들이 사는 마을로 지금도 소금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곳들을 지나 나는 점점 우유니에 가까워졌다.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는 해발 3,680m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소금사막이다. 넓이는 약 1만 2,000㎢로 서울의 20배가 넘는다. 2만 년 전 바다였던 땅은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라 거대한 호수가 됐고, 건조한 기후 탓에 소금사막으로 변했다. 소금 두께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사막은 약 100억 톤의 소금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유니는 건기가 4월~11월, 우기는 12월~3월이다.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비가 너무 많이 와도 안 되고, 없어도 안된다.  밤새 비가 내린 소금 평야에 적당한 양의 물이 고이면 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거울로 바뀐다. 이 흥미롭고 신기한 장면을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같은 패키지 관광객들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단 한 번 갈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곳에 가서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남미 여행을 했던 당시 근무했던 학교의 사회복무요원은 형과 함께 자유여행을 했는데 세 번째 방문에야 가까스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전날 비가 적당히 내려준 덕분에 우리는 우유니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우와,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디가 하늘인지 호수인지, 사막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거대한 거울이 되어 끌어당기는 것 같아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신기했다.

드디어 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 건졌노라 나의 인생 사진. 나의 로망은 그렇게 실현되었다.     


요즘은 가이드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작품 사진을 찍어 주지만 우리는 각자도생이라 아쉽게도 멋진 연출을 한 인생 사진은 없다.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가슴에 담아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반대편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시커먼 구름이 뒤덮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우리는 소금 사막 위에서 4륜구동의 기사들이 현지에서 바로 준비해 준 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마칠 즈음 비가 쏟아졌다. 하마터면, 로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갈 뻔했으니 하늘이 도왔다고 할 수밖에.  


다음 행선지는 오늘의 숙소 소금호텔이다. 소금호텔은 벽, 바닥, 탁자, 의자 조형물등이 모두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염으로 만들어진 벽과 장식품들이 정말 소금인지 손가락으로 슬쩍 찍어 맛을 보니 역시 짰다. 어떻게 소금으로 집을 짓고 이것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생각을 했는지 참 대단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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