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고수처럼 하려면
K
어린 왕자는 결국 장미와 이별을 했나 봐.
이별하는 날 아침,
왕자는 화산 세 개를 정성스럽게 청소했고,
서글픈 마음으로 바오바브나무 싹을 뽑아주었어.
꽃에게 마지막으로 물을 주고,
둥근 덮개를 씌워주려는 순간,
눈물이 나는 걸 꾹 참았대.
나도 이별한 적이 있어.
그날은, 내가 이루어 놓았던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 날이었어.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아침은 변함없이 찾아왔어.
왕자가 이별의 날 화산을 정성스럽게 청소한 것처럼,
나는 설거지를 시작했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무도 아우성치지 않았어.
삶은 여전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꿈틀거릴 뿐이었어.
설거지를 마치고,
행주를 뽀얗게 삶았고,
냉장고를 깨끗이 닦았어.
옷장의 옷들은 박스에 넣어두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어.
약간 울먹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라고 인사를 전했어.
K
이별을 해야 한다면,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추억과 흔적을 빛이 나도록 정리하는 거야.
고수들은 원래 그래.
이별은 고수들이 즐기는 최고의 시크릿이거든.
이별은 내 인생의 먼지를 털어내고,
부유물을 흔들어 보내고,
그 뒤에 남은 것을 말끔한 눈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이야.
진정한 성장은 그 후에 오는 것.
그 후,
나는 시를 쓰게 됐어. 동화도 썼지.
인생에 바람이 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거든.
고수처럼 이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자격이 있지 않겠어?
K
사실,
어린 왕자의 이별은, 아저씨의 이별 이야기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그대의 이별을 응원할게.
이별은,
또 다른 여정의 출발이 될 테니까.
비우는 것은
또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