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Jul 10. 2024

secret 어린 왕자 8

물어보기

K


내 노트북은 느려터졌어.

그래서 어제 스파이웨어 잡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잡아보니 총 47개가 나오더군.

스파이웨어 그것들은 언제, 왜, 어떻게, 내 컴에 들어왔는지

내 글 위에 퍼질러 앉아 

슬금슬금 내 양심을 비웃고

제멋대로 나를 조정하려 했는지 어이없는 일이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에 보면 

투명 인간이 되는 실험을 하다가 그만 피부만 투명해지는 사건이 나와

실핏줄이 보이고

오줌보에 오줌이 차는 것이 보이고

뇌가 뇌수에 둥둥 떠서 머릿속에서 게으름 피우는 것이 보이고

키스가 하고 싶어질 때는

심장이 퉁탕퉁탕 튀는 것이 보이겠지.

아무튼 박사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내부를 관찰하며 흥미를 갖게 되는 부분이 나오거든.

이렇게 되면 좋은 건지, 아닌지 생각 중이야.


K


내 노트북이나, 내 몸속이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어.

하물며 제멋대로 씨앗이 날아와서

허락도 없이 피어 난 꽃이라면, 꽃의 마음이라면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아?


꽃의 허영심이란

호랑이 발톱은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인 것.

감히 해님과 맞먹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저녁에는 둥근 덮개를 씌워달라는 거야.

어린 왕자는 꽃을 의심했어. 

향기와 모습과 말이 달랐거든.


어느 날, 어린 왕자는 아저씨에게 이렇게 고백했다고 해.

"꽃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걸. 꽃이 하는 말은 절대 귀담아들으면 안 돼."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해.

"발톱 이야기에 너무 약이 올랐거든......"

왕자는 꽃을 떠나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었던 거야.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후회할 짓을 한 건 맞아.


K


세상에는 아주 간단한 진리가 있는데

그건

모르면 물어봐야 한다는 거야.

진심을 얹어서.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도, 내 몸도

보이지 않으면 알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나에게 늘 물어보지.

무엇이 알고 싶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무엇을 해야 행복해?

이렇게 물어보면 내 마음은 대체로 정직하게 대답해 주거든.

나는 내 마음을 믿어.

가끔 내 마음은 이렇게 알려주기도 해.

"세상만사 다 알 필요도 없어.

세상은 몰라서 아름다울 때가 더 많아.

꽃은 향기만 있어도 사랑스러워."


그런데  K


오늘은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

이야기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할 수 없지 뭐. 

미안, 이만 안녕. 


덥다. (오늘만 회피, 후다닥)














이전 07화 secret 어린 왕자 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