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secret 어린 왕자 8

모르면 물어야 해.

by 여등


K


아저씨를 만나지 못한 어제는, 책을 읽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인데

투명 인간이 되는 실험을 하다가 그만 피부만 투명해지는 이야기가 나오더군.

피부가 투명해지자,

실핏줄이 보이고,

오줌보에 오줌이 차는 게 보이고,

뇌가 뇌수에 둥둥 떠 있고,

심장이 퉁탕퉁탕 뛰는 것이 보였어.

박사는 거울을 유심히 보며,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내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지.

이렇게 모든 것이 보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도 믿을 수 있을까?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



K


며칠 전,

아저씨는 어린 왕자와 장미가 다퉜던 일을 말해 주었어.

어린 왕자는 장미를 꽤 좋아했던 것 같아.

그래서 원하는 것을 다 해주었는데도, 장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대.

제멋대로 날아온 씨앗이

내 별에서 허락 없이 꽃을 피우고,

내 앞에서 함부로 말한다면,

그런 꽃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아?


꽃은 허영심이 있었나 봐.

호랑이 발톱은 무섭지 않지만,

바람은 질색이라고 했대.

해님과 맞먹을 수 있다고 거만하게 말하면서도,

밤이 되면 둥근 덮개를 씌워달라고 했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꽃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꽃에서 나는 향기와, 꽃이 하는 말이 달랐으니까.


결국, 이것이 이별의 원인이었을지도 몰라.

어느 날, 어린 왕자는 아저씨에게 고백했어.

"꽃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걸.

꽃이 하는 말은 절대 귀담아들으면 안 돼."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대.

"발톱 이야기에 너무 약이 올랐거든......"

왕자는 꽃을 떠난 것을 후회하고 있었어.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후회할 짓을 한 건 맞아.

모르면 물어봤어야지.



K


세상에는 아주 간단한 진리가 있어.

모르면서 안다고 해서는 안 돼.

우리는 때로 정확히 알지 못해서 의심하며 살아가지.

그런 인생은 길이 없는 숲 속을 헤매는 것과 같아.

모르면 물어야 해.

심지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은 모든 것을 알려주는 길을 만들어 줄 거야.


그런데 K, 가끔은……

나도 내 마음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더라.

내 마음에게 물어도 물어도, 대답 없는 날.

그럴 때, 나는 기다려.

대답이 없어도 불안하지는 않아.

우리의 secret은

어떤 답이든 스스로 오게 두는 과정이라는 걸 아니까.

그건 확실하게 알아.


질문이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 거라고 믿어.

질문도 "코끼리 한걸음"이야.

한 걸음 내딛을 때,

비로소 원하는 것들이 방향을 잡고 다가오기 시작하거든.


나는 진심으로

어린 왕자가 꽃과 다시 화해할 수 있길 바라.

어쩌면, 꽃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모든 건

제때 찾아오는 법이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secret 어린 왕자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