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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y 01. 2024

secret 어린 왕자 1

암호! 코끼리!





K


이 그림 모자 같지? 그렇지?

그런데 보아뱀이 삼킨 코리리라면서? 

설명을 듣지 않고 이 그림을 보아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긴 있어. 

내 자랑은 결코 아니지만

나는 그림 1호만 보고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인 줄 단번에 알았어.

약간의 관찰력만 있으면 사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 

(힌트! 모자는 눈이 없다!)

그런데 말이야, 보아뱀과 코끼리중 누가 더 놀랐을까.

약간의 관찰력을 사용해 봐

 2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어.

어쩌면 좋아.  보아뱀말이야.

(보아뱀의 명복을 빌며……)


코끼리는 혼자 산책을 하고 있었어.

코끼리도 사춘기가 되면 생각할 것이 많아. 

(상아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사춘기는 아니겠군.) 아무튼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깜깜한 굴속으로 와버렸고 그곳은 왠지 점점 조여드는 것처럼 답답했어.

어리둥절한 코끼리는 갑자기 변한 상황에 눈을 멀뚱멀뚱 떠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생각을 깊이 할 수 없었지. 

그래서 코끼리는 몇 걸음 앞으로 움직여 보기로 했어. 

????


어느 날,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인생이  깜깜한 암흑 속에 묻힐 때가 있었어.

출구도 보이지 않았고, 오던 길도 지워졌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고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저 막막해서 숨이 막혀올 때 말이야.

이것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손가락 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


난 산채로 먹힌 거라고!

난 녹아들 거야!

차라리 그때 소리라도 외쳐봤더라면......


만약 이런 경우가 K에게도 생겼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들었으면 해.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면 죽으라는 법은 없어.

살아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오직 하나만 생각해.


이름!

내 이름, 오서하! 아니, 코끼리!

모자도 아니고, 보아뱀도 아니고

코끼리. 그것이 너의 이름이야.


이름이 생각났다면 가던 길로 가면 되는 거야.

오던 길처럼 

천천히


보아뱀도 똥구멍은 있을 거야. 물론 똥구멍이 없어도 괜찮아.

딱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기만 하면 돼.

그다음 한 걸음.


부디, 기억하길 바라. 

우리의 암호는 코끼리!

코끼리 걸음으로 

한걸음만

서두를 필요 없어.

코끼를 삼킨 보아뱀은 끝장났어. 감히.


나는 지금 초원에서

빨간 사과를 먹고 있어.

초원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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