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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어린 왕자 2

-내 마음의 상자

by 여등



K



"내 마음의 보석상자"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그대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

‘해바라기’가 불렀어.


-나는 알고 있었어.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었지.

-서로를 가슴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햇빛에 타는 향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에,

-더 높게 빛나는 꿈을 사랑했었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이 노래를 끝까지 불러봐도,

제목과는 다르게 '상자'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어.


그러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며,

"상자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어린 왕자는 사막에서 아저씨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양을 그려달라고 했대.

그것도 사막 한가운데에서,

비행기를 고치느라 정신없는 아저씨에게 말이야.

하지만 아저씨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코끼리를 그리던 솜씨로 양을 그려주었어.


그런데 어린 왕자는,

"이 양은 이래서 싫고,

저 양은 저래서 싫고,

늙어서 싫고, 숫양이라 싫고!"

요구사항이 끝도 없었다는 거야.

아직 어리니까 이해는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지치고 짜증 날 수도 있어.

특히,

사막에서 비행기를 고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아저씨는 ‘상자’ 하나를 그려주었어. 구멍이 뚫린 상자 말이야.

"이 안에 네 양이 있어."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대.

"바로 이거야!"


K


그대도 그런 상자가 있을까?

내 맘에 꼭 드는, 정말 원하던 것이 담겨 있는 상자.

오직 나만의 상자 말이야.

사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자를 가지고 있어.


아저씨는 말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 이래.


하지만,

세상의 모든 상자가 ‘어린 왕자의 상자’ 같지는 않아.

때로는,

이별과 상처.

실패와 좌절.

이루지 못한 꿈 조각과 얼룩진 기억들이 상자 속에 웅크리고 있을 수 있어.

원하지 않는 양들이 대신 들어가 있는 거지.

어쩌면,

상자와 대면하는 일이조차 쉽지 않을 수 있어.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감정들과 외면해 왔던 상처들이

보아뱀처럼 내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거든.


어린 왕자처럼 "바로 이거야!" 하고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마자 탄성을 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K


어린 왕자는 상자에 담을 것을 찾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했어.

그리고 결국, 상자 속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게 되었지.

-나만의 양 한 마리.-


우리도

나만의 나를 찾아서

"코끼리 한 걸음"이 필요할 때야.

오랫동안 방치했던 내 마음과 대면하는 일부터 용기를 내자.


주저앉고 싶을 때, 잊지 않기를 바라.

우리의 암호.

"코끼리!"

우리는 보아뱀도 아니고,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도 아니고

그냥 코끼리야.

나의 양을 찾기 위해 뻔뻔스러워지자.


...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그래서 그건 내 것이 아니야.

나의 양은 내 상자 속에 있지...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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