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K
오늘은 어린 왕자 3번을 펼쳐보았어.
뭐, 앞으로도 순서대로 펼쳐 볼 거야.
나는 손가락으로 졸졸 글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거든.
하지만 상상은 언제나 제멋대로 돌아다니지.
나의 상상이 어디를 날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아저씨는 이런 나를 좋아하지만,
너무 이리저리 상상이 튄다면 아무래도 산만해질 수 있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어.
아무튼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시 해 볼게.
어린 왕자는 아저씨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었대.
"이 물건은 도대체 뭐야?"
"이건 물건이 아니야. 하늘을 나는 거란다. 비행기라고 해. 내 비행기."
'내 비행기' 분명히 아저씨는 이 말에 힘을 주어서 말했을 거라 생각해.
내가 비행을 좀 할 줄 알거든?
으쓱거리는 말투로 말이야
그런데
어린 왕자는 감탄하기는커녕 제멋대로 판단하고 이렇게 소리 질렀다는 거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구나. 어느 별이야?"
내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무척 기분이 나빴을 거야.
하지만 아저씨는 달랐어.
"이봐, 어린 왕자! 어른이 말할 때는 제대로 들어야지!"
라고 소리치는 대신, 어린 왕자의 질문에서 오히려 왕자의 비밀을 알아낼 단서를 찾은 거지.
왕자는 다른 별에서 왔다는 것.
왕자의 별은 양이 직진할 수 조차 없는 아주 작은 별이라는 것.
아저씨가 이러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어린 왕자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었고,
'어린 왕자' 책이 세대를 건너 베스트셀러가 된 것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어린 왕자를 만나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탓에
놀라운 별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말지.
그래서 우리가 쓰는 글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거야. 슬프지?
하지만 K
아저씨가
어린 왕자를 알아보면서 기적이 시작한 것처럼
우리의 기적은 서로를 알아보면서 시작하자.
우리는 한 때 보아뱀 속에 있던 코끼리였어.
그러나 한걸음 내딛기로 했지.
보석상자를 가슴 깊이 품고 초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
초원은 우리가 꿈꾸는 그곳이야.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거야.
우리에게도 기적이 시작될 거야.
믿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