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중한 것
K
보아뱀 속에 있던 어리둥절한 코끼리 눈동자 기억해?
어느 날 꿈속에서,
사막을 걸어온 코끼리가 나의 집 초인종을 눌렀어.
정확히 말하면,
어린 왕자가 변한 코끼리였지.
코끼리는 기다란 코로
나의 집 울타리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흔들었어.
그리고 인사했지.
"안녕?"
"안녕?"
"난 어린 공주야."
"난 코끼리야."
"넌 보아뱀을 아니?"
"응, 보아뱀은 한때 나의 동굴이었어. 축축하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곳이었지."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한 걸음 걸었거든. 그 뒤엔 뚜벅뚜벅 걸었어."
"참 다행이야. 나는 네가 좋아졌어. 기다란 코도 멋진 걸.
그 코로 해바라기를 세워줄 수 있겠니?"
"그래. 하지만 해바라기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숫자야.
나는 숫자를 세기 위해 여기에 왔어.
나는 계산할 것이 너무 많아. “
꿈속에서 나는 슬펐어.
코끼리는 갑자기 보이지 않았고,
해바라기는 모두 시들어버렸어.
K
아저씨는 내 꿈 이야기를 듣고 중얼거렸지.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계산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
사라진 코끼리를 생각하니,
여전히 슬펐어.
요즘, 법칙이 너무 많아.
✔ 부자 되는 법
✔ 친구 사귀는 법
✔ 예뻐지는 법
✔ 자존감을 높이는 법
✔ 끌어당기는 법
✔ 연봉을 올리는 법
이 법, 저 법…
난 그런 법을 좋아하지 않아. 법대로 하라지.
그건 마치,
어린 왕자의 별 주소를 소행성 B-612라고 정해버린,
상상력이 부족한 어른들이 만든 법칙 같은 거야.
너무 딱딱하게 굳어버린 숫자 같은 법칙.
여전히 어른들은 규칙을 사랑하고, 계산하는 것을 좋아하나 봐.
K
아저씨는,
상자에 양을 소중히 안고 떠나버린 어린 왕자를 그리워했어.
어린 왕자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림물감과 연필을 샀어.
하지만…
상자 속에 있는 양을 그릴 수 없었다고 해.
그 양은 오직 어린 왕자만의 양이었으니까.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숫자나 법칙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
아저씨는 상자 안에 어린 왕자의 양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었어.
믿음은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해.
어린 왕자처럼,
이미 있는 것을 소중히 간직하게 해.
계산과 법칙을 따르지 않아도
보아뱀 밖으로 한 발 내딛기만 한다면,
거기,
너의 초원이 있을 테니까.
해바라기에 기대어,
오늘 밤 나는 또 꿈을 꿀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