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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어린 왕자 5

큰 것을 작게 나누거나

by 여등


K


아저씨는 가끔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어.

작은 흠이기는 하지만,

흠이 없는 사람은 없지.

바오바브나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기 위해,

아저씨는 바오바브나무 세 그루가 있는 별을 아주 긴급하게 그렸어.

그리고 외쳤지.

"바오바브나무를 조심해!"

그 나무의 뿌리는 별을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낼 것처럼 커지고 있었어.

나는 웃음이 터졌어.


"바오바브나무는 위험하지 않아. 커다란 나무일뿐이야.

오히려 별이 너무 작은 게 문제지.

별이 이렇게 작다면 정말 위험할 거야."

내가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자,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어.

"어떤 씨앗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어.

어린싹일 때 뽑지 않으면 안 돼!"

여전히 아저씨는 심각한 표정이었지.

"그렇지만 싹이 나오는 걸 매일 지켜보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내가 말하자,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철학자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별이 사라지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야."



K


공기를 한 줌 잡아 초정밀 현미경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득할 거야.

✔ 걱정

✔ 슬픔

✔ 불안

✔ 그리움

✔ 분노

✔ 상실

그리고…

그 밖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우주처럼 떠돌고 있겠지.

이 감정들은 우주를 떠도는 씨앗들 같아.

어느 날, 불쑥 나의 별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 나조차 삼켜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K

나는 마음의 상자를 가지고 있거든.

✔ 작은 것을 크게 보는 현미경

✔ 큰 것을 작게 나누는 나노경

내 별은 작지도 크지도 않아.

나와 잘 어울리는 별이지.

어느 날,

실수, 패배감, 두려움, 무기력의 씨앗이

몰래 내 별에 떨어졌어.

그 씨앗은 싹을 틔웠고,

바오바브처럼 끝없이 커져버렸지.

별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어.

그때,

나는 내 마음의 상자를 열었어.

도라에몽처럼,

무엇이든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듯이.

뚝딱뚝딱.

바오바브나무를 우주선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그 우주선을 타고 어린 왕자의 별로 갔어.


왕자가 웃으며 인사했어.

"안녕?"

"안녕?"

"장미꽃은 어디에 있어?"

"장미꽃은 시든 지 오래야. 하지만 추억이 있으니 슬프진 않아."

"아직도 바오바브나무 싹을 뽑기 위해 매일 별을 들여다보니?"

나는 우주선을 뽐내며 물었어.

"바오바브나무로 만든 우주선이구나.

최고야. 함께 탈 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

"아저씨는 좀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긴 해."

어린 왕자의 말에,

나는 까르륵 웃었어.

물론, 꿈속에서 말이야.


웃음소리는 좋은 씨앗이 되어

우주로, 우주로 퍼져나갔어.

그리고…

누군가의 별에 닿았겠지.

왕자와 나의 우주여행은 정말 신이 났어.


K

바오바브나무는,

끊어내야 하는 습관일 수도 있고,

이겨내야 하는 시련일 수도 있어.

어쩌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일지도 몰라.

하지만,

바오바브나무가 무엇이든 간에

내 별을 사라지게 할 순 없어.

왜냐하면,

✔ 한 걸음을 내딛는 코끼리처럼,

✔ 무엇이든 주머니를 가진 도라에몽처럼,

✔ 우리에겐 '내 마음의 상자'가 있으니까.

쉿.

아저씨가 들으면 몹시 언짢아서 헛기침을 해댈 거야.

아저씨가 귀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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