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Jun 08. 2024

secret 어린 왕자 5

큰 것을 작게 나누거나

K


아저씨는 가끔 과장해서 말하는데, 이것이 작은 흠이기는 해.

흠이 없는 사람은 없지.


아저씨는 바오바브나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기 위해서

바오바브나무 세 그루가 있는 별을 그렸어.

아주 긴급하게 그렸다는 거야. 그리고 외쳤지.


-바오바브나무를 조심해!-


나무의 뿌리 때문에 작은 별은 곧 터질 것만 같았어.

나는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지.


"바오바브나무는 위험하지 않아. 커다란 나무일뿐이야. 오히려 별이 너무 작은 걸.

별이 이렇게 작다면 정말 위험할 거야."

내가 방글방글 웃으며 말하자,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어.

"어떤 씨앗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어. 어린싹일 때 뽑지 않으면 안 돼!"

여전히 아저씨는 심각하게 말했지.

"그렇지만 싹이 나오는 것을 매일 지켜보는 것은 너무해."

내가 말하자, 아저씨는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라서 철학자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별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라는 거야.


K


공기를 한주먹 잡아 초정밀 방사광가속기로 본다면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걱정 슬픔 불안 그리움 기쁨 분노 상실 그밖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 차있는 것이 보이지 않을까?

그것들은 우주를 떠도는 씨앗들이지.

어느 날, 불쑥 나의 별에 뿌리를 내리고 걷잡을 없이 자라 나조차 삼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도라에몽 '무엇이든 주머니'처럼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는

작은 것을 크게 보는 현미경도 있고

큰 것을 작게 나누는 나노경도 있거든.



K


내 별은 작지도 크지도 않아.

나와 잘 어울리는 별이지.

작은 것은 크게 볼 수 있는 현미경과

큰 것은 작게 나누어 보는 나노경이 있어.


나는 꿈을 꾸었지

실수, 패배감, 두려움, 무기력의 씨앗이 몰래 내 별로 온 거야.

씨앗에서 싹이 나왔고 싹은 바오바브처럼 커버렸어. 

내 별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지.

그때 나는 내 마음의 상자를 열고 여러 가지 도구를 꺼냈지. 도라에몽 찬스를 쓴 거야.

뚝딱뚝딱 바오바브나무를 우주선으로 만들고, 우주선을 타고 어린 왕자 별로 갔어.

왕자가 안녕? 하고 인사했어.

나도 안녕? 하고 인사했어. 

"장미꽃은 어디에 있어?"

"장미꽃은 시든 지 오래야. 하지만 추억이 있으니 슬프진 않아."

"아직도 바오바브나무 싹을 뽑기 위해서 매일 별을 들여다보니?" 

나의 우주선을 뽐내며 내가 물었어.

"바오바브나무로 만든 우주선이구나. 최고야. 함께 탈 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

"아저씨는 좀 과장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기는 해." 

어린 왕자의 말에 나는 까르륵 웃었지. 물론 꿈속에서 말이야.

웃음소리는 좋은 씨앗이 되어 우주로 우주로 퍼져나갔어.

누군가의 별에 닿겠지.

왕자와 나의 우주여행은 정말 신이 났어. 



K


바오바브나무는 끊어낼 수 없는 습관일 수도 있고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일 수도 있어.

어쩌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일지도 몰라.

바오바브나무가 무엇이든 내 별을 없애지는 못해.

한걸음을 내딛는 코끼리처럼

'무엇이든 주머니'를 갖고 있는 도라에몽처럼

우리에겐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있으니까.


쉿, 아저씨가 들으면 몹시 언짢아서 헛기침을 해댈 거야. 

아저씨가 귀엽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