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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Jun 08. 2024

secret 어린 왕자 5

큰 것을 작게 나누거나

5학년 나연이 그림


K


아저씨는 가끔 과장해서 말하는데, 이것이 작은 흠이기는 해.

흠이 없는 사람은 없지.


-바오바브나무를 조심해!-

아저씨는 바오바브나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기 위해서

바오바브나무 세 그루가 있는 별을 보여주며 외쳤어.

나무의 뿌리 때문에 별은 곧 터질 것만 같았어.

나는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지.


-바오바브나무는 위험하지 않아. 커다란 나무일 뿐이야. 오히려 별이 너무 작은 걸.

별이 이렇게 작다면 정말 위험할 거야.-

내 말에 아저씨는 웃지 않았어.

아저씨는 철학자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며 더는 말하지 않았지.

삐친 아저씨라니 귀엽기까지 하더라.


K


공기를 한주먹 잡아 초정밀 방사광가속기로 본다면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걱정 슬픔 불안 그리움 기쁨 분노 상실 그밖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 차있는 것이 보이지 않을까?

그것들은 우주를 떠도는 씨앗들이지.

어느 날, 불쑥 나의 별에 뿌리를 내리고 걷잡을 없이 자라 별을 삼킬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작은 것을 크게 보는 현미경도 있지만

큰 것을 작게 나누는 나노경도 있거든.

아 물론 둘 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 넣어두었어.

난 사실만을 말하기 때문에 부록으로 상자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도 있어.


K


내 별은 작지도 크지도 않아.

나와 잘 어울리는 별이지.

작은 것은 크게 볼 수 있는 현미경과

큰 것은 작게 나누어 보는 나노경이 있어.

그러니 결코 내 별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노심초사 새싹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일도 없을 거야.


언젠가 나는 꿈을 꾸었지

바오바브나무는 우주선이 되고, 나는 우주선을 타고 어린 왕자 별로 갔지

왕자가 안녕? 하고 인사했어.

나도 안녕? 하고 인사했어. 장미꽃은 보이지 않았지.

왕자는 슬퍼 보이지 않았어.

-아저씨는 좀 과장하는 버릇이 있기는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까르륵 웃었어.

웃음소리는 씨앗이 되어 마구마구 우주로 퍼져나갔지.



K


다시 말하지만

별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이 있어.

별을 키우거나

큰 것을 작게 나누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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