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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Jun 15. 2024

secret 어린 왕자 6

아! 아저씨!

K


여고시절

부모님은 가난했으나, 나는 가난한 줄을 몰랐어.

나에겐 다락방이 있었기 때문인데, 다락방은 나의 왕국이었거든.

다락방에는 작은 창이 있었고 창밖에는 별이 빛났지.

30촉 전등아래서 어린 왕자 책을 읽다 일기장이 젖도록 펑펑 울던 날이 생각나.

어린 왕자 6번에서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이었어.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곤 해.


K


모르는 누군가가 다가와서

자기는 슬픈 날이면 해지는 것을 보는데, 어느 날은 마흔네 번이나 봤다고 한다면

뭐라고 말하겠어?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는 상식이야.

해는 하루에 한 번만 진다는 것을.

그러니 하루에 마흔네 번이나 해지는 것을 봤다는 말을 믿을 수 있어?

우리는 믿지 못하는 것을 위로하지 못해.

"뻥치는 녀석"

"거짓말쟁이!"

나는 이렇게 소리쳤을 거야.

하지만 아저씨는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해.


"마흔네 번이나 해가 지는 것을 본 날은 얼마나 슬펐던 거니?"


아, 누군가의 슬픔을 먼저 바라본 아저씨.

그 뒤로 나는 아저씨를 자주 떠올렸어.

슬픔이 강물처럼 넘쳐나서

한걸음 걸을 수조차 없이 멈추어 있을 때는

아저씨의 말이 들리곤 했어.

"오늘은 얼마나 슬펐던 거니?"

나의 슬픔을 이해하는 아저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슬픔이 두렵지 않았거든.


K


그대가 슬픔으로

보아뱀 속에 머물러 한걸음도 옮길 수 없는 날이 있거든.

그대의 슬픔을 이해하는 아저씨를 기억하기 바라.

함께 손을 잡고 초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우리들의 아저씨.


언제라도 

그대의 뒤에 또 다른 코끼리가 함께 하고 있음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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