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은
흙길이라 좋고
우뚝 서면
나도 꽃잎 되어
훠얼훨 관 위로 날아도 좋고
415 <꽃길> 오서하
며칠 동안 나의 업무와는 다르게 여자를 간호했다.
여자가 아팠다.
열이 나고 밥을 먹지 못했다.
여자는 주방과 연결된 거실 소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다.
빈방이 있기는 했으나, 여자는 그 방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고무장갑을 벗었다.
처음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채.
약을 털어 넣은 여자가 불쑥 말을 걸었다.
"전처, 무서운 여자였어요."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여자의 목소리는 멍하니 피로했고, 진심은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자리를 뺏은 자가 아니라, 제 자리를 끝내 허락받지 못한 자의 목소리였다.
"이 소파는 내가 해온 거예요."
소리 내지 않고 여자는 운다.
전처의 그림자들이 온 벽에 있었고, 벽은 온전히 남자와 여자 사이를 막고 있었다.
나는 찻물을 끓였다.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요한 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마 이 집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여자는 찻잔을 내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엔..."
여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의 방에서 낮은 숨소리와 헛기침이 들려왔다.
나를 찾는 것이다.
아마 아내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에 대해 물을 것이다.
창밖으로 '아내의 길'이라는 계단에 꽃잔디가 한창인 것이 보였다.
왔으면 좋겠다. 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