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앤수 파리에 9

20230217

by 쵯수진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파리에서 하루를 완전하게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비가 지나가는 날이 있을까 싶어 챙겨온 삼단 우산은 다행히 쓸 일이 없었고, 오늘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이 맑을 예정이다.


생제르망으로 옮긴 3일간은 신청해 놓은 조식으로 조금 이르게 시작한다.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아침을 챙긴다.


센 강을 따라 걸어서 가고 싶지만, 여행 동반자의 컨디션도 고려 할 겸, 여전히 매력적인 생제르망의 골목길을 돌고 돌아 그 곳에 가기로 한다.


루브르의 아픔은 잊기로하고, 오랑주리에서의 탄성과, 희열을 간직하고, 오늘은 오르세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미리한 티켓팅, 생각보다 짧은 대기줄 덕에,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이다. 오디오 가이드까지 대여를 하고, 관람을 시작하는 순간!!

역시, 기차역 건물이라는 독특한 구조부터 눈에 들어 온다. 시계가 건물 위 정 중앙에 있고, 중앙의 아치형태의 천장과 지탱하는 철제들, 그 당시 화려했을 과거가 짐작이 간다.

관람의 시작은 자유의 여신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루브르의 관람의 끝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끝이 나고, 오르세의 시작은 횃불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으로 시작한다.

근대 미술의 시작을 프랑스가 이끌겠다는 듯 오르세의 시작은 횃불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시작 한다. 이 외에도 중앙에는 로뎅, 까미유등의 조각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오른 쪽으로 돌아 회화 전시 실로 향하면 들라크루아와 앵그르, 제롬등의 신고전주의 작품들을 볼 수있다. 강렬한 색채를 덩어리 채 뭉개면서 미쳐 날 뛰는 사자를 사냥하는 모습이나, 매끈하지만 어딘가 비이상적인 인체 비율로 지긋이 관객을 바라보는 소녀의 샘이나, 꽤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신들의 놀이인양 닭 싸움을 시키고 지켜보는 그리스 청춘 남녀의 모습의 유명한 그림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신기해 하고 있다.

한 참, 폼페이 유적이 발굴되면서 이태리 등지로 그랑투어를 다녀와 그린 로마의 모습과 그 예전 당시 화려했던 그리스, 로마를 동경하며 그린 작품 속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오리엔탈리즘 전시관이 따로 마련 될 만큼 그 당시 화가들에게 동방을 주제로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을 것이다. 나역시 그 동네 사람이므로, 그들이 표현한 동쪽이 궁금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동방과의 무역으로 동방에대한 호기심은 커졌을 것이고, 감각적이며 이국적인것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된 동방에대한 묘사는 점차 제국주의 사상과 맞물려 동양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정치 이념이 그림에 나타난다. 실제로 가 본 이들의 모로코와 알제리등지의 이야기에 살이 붙여지고 더 자극적인 소재가 그림의 주제가 되니, 동방의 그들의 삶은, 음란하고 향락적이고, 살인도 서슴치 않는 잔인함으로 묘사 된다. 화려하고 이국적 느낌의 화풍은 매력적이나 내용들에는 찬사를 보내기 싫다.


오르세에 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인상주의 작품! 그런 인상주의 작품들을 보러 가기 전, 초창기 사진들이 전시 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사진 속 인물들은 아직은 초상화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하며, 어느 작품은 아크로바틱을 하듯 역동적인 모습의 찰나를 기록해 놓기도 하였다.


사진기의 발명이란 더 이상 애써 사실적이게 그림을 그려보아야 사진보다 더 사실적일 순 없음을 고민 하던 화가들에 의해 시작된 화풍이 인상주의의 태동이니, 이런 아이러니함 마져도 오르세에서는 전시하고 있다.


루브르의 대부분 그림들은 역사와 그림에대한 공부를 하고 보아야 더 즐길 수 있다면, 다행히도 오르세의 근대의 그림들은 작가의 감정과 공감이 이뤄진다면 거부감 없이 그림을 감상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사진을 찍듯, 한 순간의 장면에 빛을 투영시키고 물감을 두껍게 칠해 아른거리게 표현한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행복해 했다던 르느와르의 작품은 따뜻하다. 몽마르뜨 야외 무도장에서 따스한 햇빛과 함께 즐겁게 춤추고, 놀이하는 젊은이들의 평화로움을 보는 순간!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여행하는구나라는 다소 과장된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르느와르의 작품을 직접 본 것이 너무 행복했다.

몇 걸음 옮기면, 파리의 밤문화를 특히, 매춘부들의 고단했던 삶을 평온한 듯 그린 툴르즈 로트렉의 침대에서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평탄하지 않았을 하루를 끝내고, 가발을 벗어던진채, 이불을 덮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잠이 들려는 동성의 커플을 단순한 색으로 스케치를 하듯 그려낸 그림을 보면, 하루의 위안을 서로에게 받는 듯 하다.

선으로 표현한 그림과 다르게 묘한 매직아이같은 점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점묘법의 창시자인 조르주쇠라의 서커스도 볼 수있는 기회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그리고 그들의 고민으로 다양한 방법의 감정 표현도 그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그들에게 피카소와 마티즈는 얼마나 고마울까 생각됐다.

두근거림의 마무리는 고흐가 책임졌다. 동경과 미움의 대상이었던 고갱의 방이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고흐는 왜 가장 따뜻한 노란색을 쓰는 화가이면서도 그의 그림은 왜 슬퍼보이는 것인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있자니 노란 불빛이 비춰진 강의 울렁거림은 마치 수빈이와의 행복했던 센 강의 불 빛과 닮아 따뜻하면서도 ,파란 밤의 외로움도 동시에 느껴진다.


무슨 고민이 많은지 걱정스레 나를 보는 폴 가세 박사의 얼굴도, 현기증 나듯 아지랭이처럼 흔들리는 오베르의 교회도, 고흐의 그림은 불안하고 슬프다.


옆 방으로 옮기면 내게도 이국적인 타히티 여인들의 고갱의 방이다. 그의 그림은 명확한 색감, 강렬하고 단순하다. 파리 대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껴 타히티로 이주한 삶은 그림이 대신 하고 있는 듯 하다.



많이 보고 느끼고, 배도 많이 고프다. 출구 쪽 의자서 잠시 일정을 수정한다.


시간으로 보면 점심 시간은 조금 지난 듯 하고, 배는 딱 점심 시간이고, 바쁜 파리 지앵들처럼 맛나보이는 빵집에 들러 잠봉 크로와상 하나씩 들고, 눈에 익은 휘낭시에가 아닌 에끌레어를 닮은 휘낭시에도 포장해서 길을 걸으며 먹는다.

율전동 길거리서 핫도그 하나 들고 먹어 가며 욺직이는 이 상황은 같은데, 굳이 느낌은 다르다 우겨본다. 사실 해 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바게트 대신 여행 전대를 팔 사이에 꽉 끼고 있지만, 걸어 가며 빵 한 입 베어무는 요 장면!! 요것도 해 보려고 파리에 왔다.

배가 조금 부르니 머리가 돈다. 정신도 돌아왔나 보다.

수빈아!! 밀레를 안 보고 왔어!!!

오르세 안에서 제법 시간을 보내며 즐길 만큼 즐겼다고 생각해 퇴장했는데, 밀레를 놓쳐버리다니!!


다시 파리를 와야만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늘었다.


생제르망 거리는 걸을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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