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5
외곽으로 향할 수록 에펠탑은 사라지고, 파리와는 다른 한가로움이 반갑다.
샤또 드 베르사유로 출발전, 잠시 도심 노천 카페에 앉아 즐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여유와는 다른, 한적함의 비어있는 여유, 길거리 담장이 보이면 어김없이 그려져있는 그라피티,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을 하는 듯 설레기 시작한다.
비가 오락가락하다 맑게 개인 파란 하늘, 뜨거운 봄의 태양이 서유럽의 5월은 이런 것이다 알려주는 광장에서의 줄서기, 황금빛 궁전이 두근거리게 했던 6년전 셋의 베르사유를 둘이 즐기려는 오늘, 여전히 하늘은 파랗다.
말을 타고 병사들을 호령했던 루이 14세의 당당한 환영을 받으며, 오늘의 샤또 드 베르사유에 다가간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 우린 1시 30분 티켓을 예매했고, 1시 10분에 도착하였으니 여유가 있다. 대기하는 긴 줄과 여전히 1시 대기 줄도 입장 전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전안에 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가드에게 물어 1시 30분 줄은 어디인지 물었으나, 아직 대기줄을 만들지도 못했다며, 한가한 곳에서 기다리다 줄이 만들어지면 오라한다.
흥!!! 그렇게 기다리다 간 발의 차로 끝 줄에 서라고?? 우리와 비슷한 질문을 하고, 같은 안내를 받은 두어 팀도 우리와 같은 생각인가보다. 대기줄이 만들어 질 거라는 곳에서 같이 기다려보기로 했다. 자연스레 우리 뒤로 줄이 만들어졌다. 수빈이와 내가 1시 30분 대기줄의 세번째 팀이 됐다.
1시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1시 대기줄이 입장 중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다. 1시 50분!! 드디어 입장을 허락받았다. 일단 왕의 뜰로 나가 궁안에서의 동선을 짜고 있는데, 한 커플이 다가와 사진 찍어 줄 수 있는지 묻는다. 서로 커플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절 할 이유가 없다. 성의 중앙에 둘을 세우고 무릎까지 꿇어 최대한 인스타감성에 맞는 사진을 찍어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그들 덕에 나도 수빈이와의 다정한 사진 한 장을 얻게 됐다.
사실 6년전 베르사유 궁전을 찾았을 때 궁을 에워싸고 있는 황금 빛 철책만 보고도 그 거대함에 압도 당했다. 이상하지, 오늘의 베르사유, 조금 쁘띠하게 다가오는 걸!!
몇 점의 조각품을 감상하고 왕의 아파트멍을 감상한다. 절대 권력을 꿈꾸고 실현하기 위해 지은 궁전답게, 극에 달하는 사치와 화려한 생활을 하였음은, 벽면 가득한 초상화들과, 계절마다 바꾸었다던 페브릭 벽지, 화려한 샹들리에와 침대를 마주 한 곳에 그 귀하다던 유리를 가득 끼워 넣은 통 창들을 보면 자연스레 그 때의 화려함이 상상이 간다.
베르사유는 사방이 볼 것들이다. 특히 난, 한 곳에 자리잡고, 파노라마로 360도 시야를 돌리다, 다시 한 지점에서 천장으로 눈을 옮겨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건조한 따스함에 새빨간 벨벳 느낌의 벽지에 내가 이 방의 주인이라 달고 있는 이름표같은 초상화, 밤이 되어도 파티는 멈출수 없으니, 촛불을 켜고서라도 즐기려는 왕족과 귀족들, 어느 모습으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대 이 곳에 있는 느낌이다.
파티가 지겨우면, 책도 읽고, 지구본을 들여다 보며 정복지를 탐색하고, 잠자는 모습까지도 공개해야했던 왕의 삶도, 나같은 심장으로는 그저 2000년대 관광객으로 그를 만남이 더 행복하다.
와서 보니 오디오 가이드에는 지원도 되지 않는 -한국어 지원 -루이15세 특별관이 설치 되어 있다. 특별 전시실이라 사람이 붐빈다. 황금빛 장신구와 은식기들, 기록물과 사냥에 관한 전시, 이런 저런 호사스런 생활 증거품들을 훑듯이 관람했다.
수빈이의 오고 싶은 베르사유는 화려한 아파트멍 때문은 아니다. 수빈이는 이곳에서 먹어 본 스테이크가 자신의 인생 스테이크라 한다. 그 때는 우연히 식당을 찾게 되었으나, 오늘은 일부러 찾아, 다시 맛봐야 할 음식이 있는 곳이다. 수빈이에게 그 계획은 거울의 방보다 우선이다. 그 분위기와, 맛은 또렷한데 반해 식당의 위치와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물어 가는 수 밖에 없다. 식당 이름은 안젤리나, 친절한 안내원들 덕에 쉽게 안젤리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 여기야!! 그래!! 그 때도 이렇게 두 줄로 섰지!! 식사를 할 수 있는 줄과 단순한 음료를 살 수 있는 줄이 달라서 그 때도 물어서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바쁜 직원은 왼쪽에 서면 된다고 성의 없게 안내하고, 또 기다림이다. 배도 많이 고파졌다. 순서가 다가 올 수록 그때의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 예전보다 붐비지 않아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지만 ,두근거림으로 메뉴를 보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우리가 꼭 맛 봐야하는 비프스테이크는 왜 3시까지만 주문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3시 10분에 자리에 앉았는데 왜, 왜, 왜!!!!
왜, 루이 15세 특별전을 했는데??? 왜 우릴 유혹했는데??? 그 곳만 들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스테이크를 맛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장난같은 인생!!!인생의 씀을 달달함으로 위안 삼으라는 건지 온갖 달달함은 모두 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수빈이는 거의 울것 같다. 아쉽다, 아쉽다, 아쉽다 연발 하더니, 뭐 어쩌겠어. 샌드위치나 시켜달란다.
몽블랑, 에끌레어, 그리고 식사가 될 만한 클럽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이제 식당 내부를 둘러 본다. 수빈이의 기억과 나의 기억 조각들을 맞춰가며 그 때의 벽지와 테이블, 붐비는 사람들 덕에 좁게 식사 했던 기억해낸다.
이번의 안젤리나도 다행이다.
이번엔 인생 몽블랑을 만났다. 한 입 크게 입에 넣는 순간, 시원한 크림이 달콤하게 맛을 내고, 마지막에 남아 바스스슥 입속에서 부서지는 머랭쿠키까지 환상의 카페 몽블랑이다. 초코로 가득 차 있는 에끌레어도 훌륭했다.
웨이터가 샌드위치를 서브하면서 몽블랑 맛이 어떠냐 묻는다. 맛은 너무 환상적이다. 사실, 6년전 여기에서 먹은 스테이크가 기억 나서 다시 온 것인데, 너무 늦게 왔다 했더니, 6년 뒤에는 부디 빨리 와서 다시 맛보면 되지 않겠냐는 농담으로 위로 해 준다.
수빈이도 그런 생각이다. 이 번엔 다시 도전 할 스테이크와 몽블랑 덕에 베르사유를 다시 와봐야 겠단다.
클럽 샌드위치는 생각한 비쥬얼이 아니었다. 비쥬얼도 맛도 요리를 먹은 듯 하여 기분이 풀린다. 배도 든든해 졌으니, 거울의 방으로 가보자!!
거울의 방으로 가기까지, 그리스, 로마 신들의 이름이 붙여진 방들을 지난다. 단일 천장화로는 세계최대 크기라는 헤라클레스의 방도 지나고, 밤새 파티로 찌든 위를 달래던 해장을 위한 풍요의 방도 지나고, 비너스가 천장에서 환영해주고, 루이 14세가 잠들었던 머큐리의 방도 지나며, 춤 추기를 좋아했던 루이 14세가 귀족들과 댄스 파티를 즐기던 아폴론의 방에서는 대관식 복장으로 그려진 가장 익숙한 루이 14세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이 부러웠을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그림도 보고 나면 드디어 화려함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거울의 방이다.
곳곳에 매달려 있는 크리스탈 샹들리에, 모든 방 벽면을 반사 시키는 거울 들, 흔들리는 촛불만 있으면, 방탕한 귀족이든 왕족이든, 이 곳에서 하룻 밤을 그들과 보내고 싶은 충동이 든다.
6년 전 사진과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비교적 한 산한 틈을 타 거울의 방을 온 몸으로 즐겼다.
그 날의 하늘만큼이나 오늘도 파래서, 정원에 나와 잠시 휴식을 즐기자니, 수빈이도 셋이었던 여행에 지금은 없는 아빠의 자리가 허전 한 듯, 다음에는 아빠에게 몽블랑의 달콤함을 보여 주고 싶단다.
그래!! 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날은 몽블랑 달콤하게 먹고, 쁘티 트레인을 타고 마리앙뜨와네뜨의 별궁에서 베르사유를 시작해보자!!
다시 또, 열심히 일상을 지내다보면, 그 날은 반드시 올거니까!
초록이었으면 더 예뻤을것 같은 베르사유 궁전 앞의 대로 가로수를 바라보며, 또 한 번의 꿈을 꾸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