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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Feb 28. 2019

[임신일기 #11] 9주차 - 요통&변비&가슴통증

아이고 허리야. 가슴도 답답하네.

9주차 태아 변화

미각 기관이 생겨나는 시기. 꼬리가 없어지고 등이 똑바로 서게 된다. 약 2.5cm 정도로 방울토마토 하나 정도의 크기다. 팔이 점점 길어지고, 팔꿈치가 완성되며 손가락과 지문이 만들어진다. 다리는 허벅지와 종아리, 발로 구분되고 발가락도 생긴다. 주요 관절들이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 귀와 입이 형성되어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눈꺼풀과 귀가 뚜렷해진다.




2019.01.04 (9주차 1일째)


허리가 자꾸 욱신거린다. 앉았다 일어설 때 찌릿하게 아프거나 걷다가도 한 번씩 발을 디딜 때 찌릿하다. 특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무게가 한쪽 다리에 실릴 때면 찌릿함이 심해서 움찔할 때가 있다.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는 평소처럼 앞으로 바로 일어나기보다 옆으로 살짝 기울여서 팔로 집고 일어나는 것이 편하다. 최근 운동을 게을리한 것이 문제인가 싶은데 임신 초기에는 운동을 하지 말라는 지인들의 간곡한(?) 조언에 꾹 참고 있다. 실내 자전거나 요가 정도는 초기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태반이 온전하게 형성되기 전에 운동을 하다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에 무서워져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허리 아픈 게 정상인가? 아직 배도 별로 안 나왔는데, 내가 근육이 없어서 유별나게 아픈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임신 초기에 산 책은 '산모와 태아와의 애착관계'에 대한 책이라서... 별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폭풍 검색. 이 시기쯤 생기는 허리 통증은 정상이다! 자궁이 커지면서 하복부나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다리가 저리면서 땅기거나 허리가 시큰거리며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운동 부족이거나 유난히 통증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증상이라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임신 후 증상에 대해서 엄마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엄마는 임신했을 때 어땠어?"
"나는 다리가 안 올라가서 버스를 못 탔어. 다리가 뻣뻣하게 굳더라고. 다리를 잡아서 끌어올려야 했다니까."


다행히 나는 다리는 그리 땅기거나 아프진 않은데, 허리가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찌릿찌릿하게 통증이 있다. 어떤 자세가 나에게 가장 편한지 몰라 찾고 있는 중이다.




2019.01.06 (9주차 3일째)


평생 한 번도 없던 변비가 생긴 것 같다. 배가 묵직하고 신호가 오는 것 같아도 성공할 수가 없다. 오히려 장이 민감해 일 보는 횟수가 많은 지경인지라 변비라는 것은 내 평생에 없는 병명이라 생각했다. 이틀 째 일을 못 봤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다. 임신 전에도 매일은 아니지만 유산균을 챙겨 먹고 있었다. 이 유산균, 임신 중에도 먹어도 되는 유산균인가? 기존에 자로x 도피러x 유산균을 먹고 있었는데 혹시 태아에게 해롭지는 않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이미 많은 임산부들이 복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잊어버려서 잘 챙겨 먹지 않는 날도 많았는데 이제부터 하루에 두 알씩 유산균을 먹기로 했다! 성공하자! 애 하고 덩 하고 같이 뱃속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없어!


변비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옷도 편하게 입고 브래지어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뭔가 가슴이 욱신 욱신한 것이 답답한 느낌이 든다. 특히 옷에 유두가 닿아서 쓸릴 때면 으악! 별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가슴도 조금 커진 것 같고 유두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비로소 정말 임신한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에 배우 라미란이 영화 캐스팅된 후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감독이 하반신 노출이 필요하다고 하자 라미란은, "제가 지금 수유 중이라 윗 쪽이 좀 자신 있는데요."라고 했다고. 후훗. 완전 납짝코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가슴이 어릴 때 콤플렉스였다. 귤이 덕분에 자라나는 가슴을 보니 묘하게 뿌듯한 마음도 생기네. 생긴 것에 대한 만족과는 별개로 백팩 어깨끈에 닿거나 옷에 쓸리면 욱신거리고 아프다는 것은 매우 큰 단점이다.


윗옷 안에 부드러운 나시를 받쳐 입곤 하는데, 아무래도 맵시를 신경 쓰느라 몸에 달라붙도록 꼭 맞는 나시를 입었던 것이 문제인 듯하다. 좀 더 여유로운 크기의 반팔 면 티셔츠를 받쳐서 입으니 움직일 때 쓸리는 것이 훨씬 덜해졌다. 임신 후 몸의 변화에 대해 새삼 경이롭게 느낀다. 이제 겨우 2달이 조금 넘은 것인데 벌써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2019.01.07 (9주차 4일째)


생리통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3-4년 전쯤에 브래지어를 노 와이어로 모두 교체했다. 노 와이어의 신세계에 빠진 이후로는 와이어 브래지어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착용을 할 때 가장 안 쪽 버클에 채워서 입곤 했었는데, 이제는 가장 바깥쪽 버클을 채워서 입어야 한다. 가슴이 커진 것도 커진 것이지만, 뭔가 전체적으로 몸 통이 동그랗게 부푼 느낌이다. 옆구리와 등까지 통자로 부푼 것 같은? 조금 더 있으면 기존 속옷으로 감당이 안될 것 같다. 이왕 구매할 거 수유브라로 구매해서 아이 낳고도 계속 입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구매 예정 목록에 하나를 더 적어놔야지. 1. 임부용 팬티 2. 수유 브라


15주 전까지는 조심하라고 해서 움직임을 조심하고 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몇 가지 요가 동작을 시작했다. 아이를 갖기 전에도 조금 오래 걸으면 허리가 아파서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 중 허리와 허벅지, 골반에 도움이 되는 동작을 유독 좋아했다. 고양이 자세, 나비 자세, 아치 자세, 다리 쭉 펴고 허리 트위스트 하는 자세(이름이 기억 안 남) 이렇게 하고 나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 오늘로 3일째 요가를 가볍게 15분 정도씩 하고 있는데, 훨씬 허리가 가뿐해진 것 같다. 역시 움직이던 사람은 계속 움직여야 해. 요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진다고 하던데, 규칙적으로 요가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겨우겨우 일 보는데 성공을 해도 영 시원치가 않다. 유산균 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채소 먹는 양도 늘렸다. 힝. 그래도 안돼서 요구르트를 사서 마시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짜잔! 으아니 엄마가 장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어마어마한 세트로 건네주며 "이거 매일 먹어라." 아마도 어제, 속이 좀 안 좋고 변비가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 때문인가 보다. 역시.. 엄마는 대단하다. 눈물.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낳았구나. 살면서 최소 다섯 번 이상은 엄마 임신 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지금처럼 깊게 공감이 되었던 적이 없다. 허리가 찌릿찌릿할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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