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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Mar 01. 2024

<사슴벌레식 문답>을 읽고

‘무슨 관계든 끊어’

  [ 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 ]

‘모든 관계를 끊고 사는 것’ ‘무슨 관계든 끊어’ 

    

<사슴벌레식 문답>을 읽으면서 83학번인 나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축제 ‘대동제’와 데모로 시끌벅적했던 긴장된 분위기와 문과대학의 과들이 수업을 거부하기로 해놓고 ‘일문과’만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배신’이라고, ‘나라 따라 간다’고 욕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권여선 작가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1965년생으로 1983년에 대학에 들어가 '87년 체제'를 온몸으로 체험한 86세대다. 나이는 다르지만 그와 나의 청춘의 기억이 동시대의 '운동'과 관련되어있는 것이 묘한 동질감을 가져왔다. 당시 한양대 앞에 살 때 닭장차 몇 대가 늘 학교 주변에 있었고, 보도블록은 던지느라 파여있고, 수류탄 냄새는 밤이 되어도 매콤하게 눈도 따끔거리며 아팠다. 

     

권인숙은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학교 그만두고 노동운동 한다고 공장 다니다가 끌려갔다. 부영이가 주위에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있고, 면회할 때도 따라온다고 하는 부분에서 심상정 의원이 과거 지명수배 시절 연애 스토리를 말하면서, 주변을 살피며 만났는데 남편이 정보부에 불려 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대학입학 풋풋한 꿈을 가진 같은 하숙집 친구 네 명- 연극을 하겠다며 교사를 때려치운 '정원'이는 자살로 끝나고, 운동권 동지였던 '경애'와 '부영'의 사이는 ‘부영 부부’를 변절한 ‘경애’로 인해 옥중생활 8년 후 지방에 가서 산다. 배신의 대가로 교수직을 얻은 ‘경애’는 ‘정년보장’을 받고자 애쓰고 있다.

     

교사를 때려치우고 연극을 하려 했던 정원이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관계에 취약해서 갈등과 불화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준희가 시위와 토론, 뒤풀이에 꼬박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무슨 법사의 사상에 경도되었다는 경애가 ‘치아교정’하는 것이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우화일까. ‘어떻게든 미안하지가 않아’에서 경애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가 느껴진다. ‘혹시라도 나쁜 짓을 하게 되면 절대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것도 알았던 것 같다.’ 는 준희의 말이 경애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아니었을까.  부영은 뇌수술 후 ‘기억이 많이 날아가서 괜찮아’에 준희는 치아교정 이야기는 왜 한걸까  

   

<~든>은 이유가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표면적인 인과와 합리성 너머의 일이라는 대답이다. 어디로든, 왜든, 무엇으로든, 언제부터든...... 고집과 단호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쓸 때에도, 살 때에도 희망이 행복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느낀다. 희망은 오로지 시간과 관계하며 그리하여 결국 의미하고만 관계한다.] 라고 말한다. 

‘희망’ 단어가 주는 순간의 착각이 ‘행복’이다. 내게는!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에 따라 일생이 달라진다. 운명이 성격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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