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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angful Aug 23. 2016

처음 해 보는 것들, 혼자 간 여행 1

2015.12.16 방구석에서 런던까지

Prologue


추운 날씨마냥 모든 것이 매섭고 피곤했다.

아무도 건드는 사람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혼자 연말을 타지에서 보낼 수 있다면 무언가 좀 멋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유는 흔하고 뻔하지만 혼자 여행을 가보자.


하지만 혼자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여행도 익숙하지 않다.


관광과 휴양은 여행일까.

여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그동안 나는 줄곧 여행이 아닌 관광 혹은 휴양을 해왔겠지.


야무지게 저렴한 항공권을 알아보거나 꼭 가야할 맛집이나 힙스러운 공간을 찾아내는 일에 재주가 그닥이다.

남들 가는대로, 친구나 가족이 가자는대로 따라다녔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텔레비전에서 남프랑스를 보았고 무작정 항공권을 골랐다.

내가 고른 항공사가 악명이 높다는 것은 결제 후에 알았다. 후에 설마가 설마가 아니었음도.


야심차게 혼자 가게 되었지만

좋지 않은 일로 뉴스는 시끄러웠고 여행을 '여자', '혼자' 가는 것은 자제의 대상이 되었다.


어쨌든 가게되었으므로 검색어에 '혼자'를 넣어 혼자일때 민망하지 않을만한 식당도 알아보았다.


혼자이고 싶었으나 혼자이긴 무서웠다.

그래도 혼자 잘 해내고 싶었다.


경유지인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깜깜한 와중에 눈발이 얼굴을 스쳤다.


사람들을 졸졸 쫓아갔다.

느린 입국 심사를 받았다. 환승구가 아닌 출국장으로 나와버린거다.

낯선 언어와 키 크고 날카롭게 생긴 현지인들 사이에서 난 누구인가 싶었다.

환승할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추운 곳에서 땀을 흘렸다. 다시 느린 체크인을 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Day 1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가 까칠하다던 소문과 다르게 미소로 환영 인사를 받았다.

기분이 좋아졌고 뿌듯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가방이 나오지 않는다.

수화물 찾는 곳엔 나만 남았다.

다시 땀이 났다.


공항 직원은 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이 건조한 말투로 나를 대했다.

그들에겐 늘 있는 업무이겠지만

나는 난생 처음이자 평생 한두번 있을만한 일을 겪는 중이었다.


터덜터덜 공항을 나왔다.

밤 열두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여행 가기 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총총 걷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도착했을 때 그런 나는 없었다.



가장 어려운 처음이었고

가장 외로운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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