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저, 스톤헨지, 바쓰, 런던 2015.12.18
Day 3
오전 일찍 미리 신청해둔 런던 근교의 바쓰윈 투어 모임 장소로 향했다.
약속된 장소에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12인승 정도 되는 작은 차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앉아야 했다.
생각 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조합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해야 했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썩 유쾌하지 않아 속으로 내 차례가 오지 않았으면 했다.
영국 여왕이 주말에 머무른다는 윈저 성
깃발로 여왕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단다.
윈저 내부 투어가 아닌 성 외곽 구경 코스였기 때문에 윈저 성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윈저 가문의 역사, 영원한 가십거리 다이애나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 투어는 가이드가 알려주는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어야 하고
다 함께 맥도날드 화장실을 간다.
가이드가 알려준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엉겁결에 비싼 빵을 산다.
무미건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이다.
아직도 나는 이 분위기가 어색했고
아침 공기가 유난히 축축하고 으슬으슬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윈저 성 주변 마을은 정적인 모습이었다.
이튼 브릿지의 백조들은 왕실의 소유라고 한다.
살아있는 백조들의 발목에는 여왕의 소유라는 표식이 채워져 있단다.
우리와 '상생'하는 자연물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무슨 의미일지 궁금했다.
왕실을 대변하는 듯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는
물 아래에서는 소유물이라는 표식을 달고 물에 떠있기 위해 쉼 없이 발장구를 치고 있다.
잠시 걷기 좋았던 이트 브릿지에서 새똥을 맞았다.
장소를 한참 옮겨 세계 몇 대 불가사의로 뽑히는 스톤헨지
드넓은 평야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바위 덩어리들
존재의 이유에 대한 수많은 학설과 전설들이 많다고 하나 별로 흥미롭게 다가오진 않았다.
다만 다른 지역의 돌덩이를 기어코 끌고 와 끝내 들어 올려 세워 낸 그 당시 사람들의 힘이 뭉클했다.
스톤헨지에서 찬바람을 너무 맞아 얼굴이 얼얼했다.
약속된 시간에 모인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목욕의 도시라는 bath로 이동했다.
바쓰는 회색이었다.
고대 로마 양식의 무채색 건물
흐리고 쌀쌀한 하늘이
마치 흑백사진 속에 들어온 듯
400년째 영업 중이라는 샐리런 번에서 빵 요리를 코스로 먹었다.
카레와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 볶은 고기와 삶은 야채
참으로 무심한 조리방식과 맛
이런 요리들을 꾸역꾸역 코스로 먹는다는 점이 영국 음식스럽게 느껴졌다.
날이 흐려 잊고 있던 해가 슬쩍 졌다.
유명하다는 곳들을 쭉 둘러보고
차 막히는 길을 한참 따라 런던으로 돌아왔다.
모두 피곤했는지 말없이 졸았다.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 곳에서의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났고
난 어제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끝이 나고 다른 만남이 다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