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1-2025.02.01 뒤척임인가...
오늘 그냥 이렇게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글을 써 본다.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왔으며,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며 살아왔다. 원하는 공부를 했고, 나에게 완벽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으며,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이 태어났다. 지금은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해 오던 일을 잠시 멈춘 상태다.
대학에서 미술사와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는 아트 비즈니스를 공부한 후 뉴욕의 갤러리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그렇게 10년 동안의 뉴욕 생활을 마무리하고, 서울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가족 사업을 이어받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국에 왔지만, 여전히 미술계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서울에서의 첫 직장으로 경매 회사를 선택했다. 그곳에서 만난 작가님들과의 인연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5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
경매 회사에서 작가님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나는 작가님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스타트업 회사의 오픈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은 점차 침체되는 분위기였고, 서울의 미술 시장과 한국 컬렉터들의 안목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을 이루는 시기를 맞이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나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가치관도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임신 중에도 매일같이 남산을 올랐고, 출산 후 100일간은 모유 수유로 인해 자유롭게 외출하지 못했지만, 아기 100일이 지난 후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오히려 전보다 훨씬 잘 뛰고, 운동하는 것도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에서도 꾸준히 클럽장으로 활동하며 미술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책 읽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다. 전시도 꾸준히 보러 다녔다. 나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에.
출산 후 직장을 휴직한 상태에서도 일하고 싶은 순간들이 자주 찾아왔다. 공부도 더 하고 싶었고, 지금의 내 상태에 후회는 없지만 가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뭐.. 엉뚱하다기보다는 현실적이지 못한 상상? 조금 뜬금없지만, 암스테르담에서 미술사를 더 공부하며 유럽의 아트페어를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아트페어를 가장 좋아한다. 성격이 급하고, 워낙 보는 것을 좋아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즐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트페어 프리뷰 날에는 작가님들을 한 번에 뵐 수 있어서 좋다. 술을 마시지 않고 작가님들과 따로 식사도 하지 않는 나에게는 최고의 인사 자리이기 때문이다. 작가님들과 더 가까워지려면 따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가족이 우선이다.
저녁에 열심히 일하고 온 남편에게 따뜻한 집 밥 한 끼를 해 주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회식이 많은 남편이기에 집에 들어왔을 때 강아지처럼 반겨 주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릴 때도 아빠가 오시기 전에 집에 들어가 아빠가 집에 왔을 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엄마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물론 아기가 있어서 저녁에 나가는 일은 독서 모임을 제외하고는 없다. 오죽하면 출산 후 처음으로 저녁 6시 이후에 집 밖을 나온 것이 첫 독서 모임 참석이었을까. 어찌나 걱정되면서도, 다시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흥분이 되던지... 그날 밤에는 새벽 1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래는 아기와 함께 매일 9시에 자던 나인데 말이다.
그만큼, 내 전문 분야에서 일하면서 내가 소개한 작가님들을 통해 사람들이 미술을 더 흥미롭게 느끼고,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한 번이라도 더 가게 되며, 그들의 일상에 작은 행복이 더해지는 순간을 발견할 때 나는 너무나 흥분되고 행복하다. 그런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남편도 이해는 간다. "어떻게 일이 그렇게 재미있냐"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일이 아니라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님들의 창작을 공부하는 즐거움이다. 미술사를 통해 사람들의 역사와 경제, 사회, 문화를 알아갈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나의 열정을 느끼고 공감해 주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은 나의 부모님, 대학교 선배들, 초·중학교 친구들, 그리고 작가님들과 미술 관계자분들이다.
오늘 새벽 4시 57분에 잠에서 깼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분리 수면을 주장했던 내가 지금은 매일 딸을 안고 잔다. 다른 침대에서 재우려 하지만, 아기도 우리 부부 품이 좋은지 꼭 침대 사이에서 자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와 함께 자면 나와 남편은 마치 새우젓 속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자서 푹 잠들지 못한다. 이렇게 자다 보니, 수유로 자주 깨면서 몸이 점점 축나고 힘들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새벽에 깼는데도 기분이 너무 좋다. 오늘 있을 ‘중요한 미팅’ 때문인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요즘 어떤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어떤 전시가 흥미로운지, 미술계 소식을 찾아보게 된다. 물론, 어젯밤에 "나솔"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다가 먹고 싶었던 패스트리 부티크의 바닐라 에끌레어가 생각나서 깬 건 안 비밀이다.
오늘... 나의 ‘중요한 미팅’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설레고 떨리고 긴장된다. 그리고 새벽에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너무 좋다. 앞으로 다시 9시면 잠드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우리 딸도 나와 함께 9시에 자야지. 그렇지 않으면 남편이 오고 나서 자게 되어 너무 늦어질 테니까... (나의 사심이 가득 담긴) 우리 딸의 수면 습관은 매우 중요하기에,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2024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