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내면'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 순간

by Dianosaur

# 01


한효주는 예쁘다.


이 영화를 먼저 봤던 사람들의 후기의 공통점은, 남성과 여성 모두 동일하게 '한효주'의 극찬이랄까."기승전 한효주", "나는 여잔데, 한효주한테 설레더라." 등. 나 역시 그랬다. 영화 보는 내내 한효주의 청순함과 수수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여자도 매료되는데, 남자들이 박수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어떤 일이든 간에 '일하는 여성'은 멋지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먼저 가장 눈이 갔던 것은 '홍이수'의 스타일.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수수한 매력과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멀한 룩도 보이고, 직장 내에서의 '선배'의 역할에 걸맞는 오피스룩, 파티에 적합한 화려한 원피스 등 상황 그리고 분위기에 맞게 잘 코디 되었다. 이 영화를 여름에 본다면 겨울이 기다려질만큼이나 시리도록 추운 겨울 날씨를 잊게 하는 따뜻한 배색의 코디들이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인 듯하다.


언니, 머플러 어디 꺼에요? | 네이버 영화 프로모션컷


# 02


김우진의 시점


|매일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병.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였다. 원인도 모른 채로 병을 지니고 가는 김우진의 상황을 내게 대입했을 때, 그저 어디까지나 상상하는 만큼일 뿐이고, 당사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이나 복잡하고, 복합적인 여러 감정들로 인해 엉켜진 실타래들만이 쌓여갈 것이다.

그런 김우진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평범할 수 없다는 것. 누군가에게 '김우진'하면 떠오르는 모습을 선물할 수 없다는 것, 즉 누군가에게 정확한 내 모습이 기억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홍이수가 친언니에게 안겨 울면서 하는 말 중에서 '같이 갔던 곳, 먹었던 것들 모두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순간,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이 정확히 기억될 수 없다는, 심지어 자신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어 매일 노트북에 짤막한 영상 일기를 남기는 김우진 역시, 10년이나 매일 바뀌는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지다가도 문득 '의식'이 되면 괜스레 자신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

우정이라고는 자신의 병을 알고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한상백 밖에 없었다. 타인과 지속적이고 깊은 관계를 가지려면 그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설득을 시키려 해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상황을 설득시켜야만 한다.

그 상대가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줄지, 품어줄지는 사실 미지수다. 어디 우정 뿐인가?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가구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지속적인 거래들 속 각 거래처의 담당자들도 납득을 못할 것은 매한가지. 그렇게 거래는 상백이 하고, 디자인은 우진이 한다. 지극히 한정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날마다 바뀌는 모습도 익숙해졌던 그의 삶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이유, 사랑

거래하는 가구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직원.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는 우진. 그렇게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녀에게 고객인 양 찾아가서 매번 다른 가구 스타일을 묻고 상담한다. 결국 마음을 고백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이 봐도 멋진 남성의 모습이 나왔을 때를 기다렸고, 그렇게 때가 왔던 모습은 '박서준'. 뚜둥-

사랑의 힘은 그 어떤 것도 말릴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날마다 바뀌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익숙히 10년을 넘게 살아온 그가 그녀를 만난 후로 불편해하며 멋진 외면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밤을 새기 시작한다. 잠을 자지 않으면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틀을 꼬박 샌 김우진에게 박수를. 지하철에서 깜빡 졸아 그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무수한 고민 끝에 비록 현재는 여성의 모습일지라도 홍이수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밝힌 김우진에게서 그에게 홍이수가 얼마나 간절한지 느껴졌다. 남성의 모습을 기다렸다가 고백다운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여성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찾아갔던 용기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진심이 닿아 교제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기뻤을까.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랑, 그를 이해해주는 여자가 있다니. 그것도 자신이 첫눈에 반한 여자! 하지만, 여느 연인처럼 평범할 수만은 없던 교제, 많은 것을 새로 맞춰가야만 했던 교제. 우진은 서로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자 어리석은 장난도 치게 되고, 섣불리 결혼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불쑥 찾아와버린 삐걱거림.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을 달라는 이수의 말에 우진은 괜히 화도 나고 마음 아팠을 것이다. 결국 이수가 힘들어한다는 것, 정신분열증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는 것 등을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우진이 이수를 더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왜 그렇게 내 마음도 무너지는지.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 했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정말 사랑하면 어떻게 헤어져.'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그건 핑계에 불과해.'라고 단정지었던 때가 있었다. 그치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것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진짜 '사랑'임을 깨달았다.

이별을 고할 수 밖에 없던 우진은 얼마나 가슴이 얼얼하리만큼 아렸을까. 사랑하는데 헤어져야 한다니.

오랜 시간이 지나고, 체코에서 지내며 사업을 하고 있던 그를 찾아온 이수. 예고 없이 울린 초인종에 여느 날처럼 열어준 문 밖으로 서있는 이수를 봤을 때, 우진은 얼마나 달려가 안고 싶었을까.

우진은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으며 최대한 태연하게 그런 사람 없다며 문을 닫으려 했던 태도도 이해가 됐다. 이수가 비즈니스적인 말투로 가구들을 보고 싶다는 제안에 우진은 결국 집 안으로 들이지만 얼마나 마음이 혼란했을지. 자신을 알아봐주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보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찾아와준 이수가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하기도 하면서 벅차는 가슴에 눈물이 차올랐을 거다. 덩달아 내 마음도, 내 눈에도 수도꼭지가 열리고 말았다.



# 03


홍이수 시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평범하지 않다.

사실 나도 여자인지라 이수의 입장과 이수의 감정에 많이 이입이 되었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었을까. 받아들이기 힘든,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눈으로 확인을 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버린 사랑. 좋아하는 취향, 음악 등 서로가 맞는 부분에서 호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졌고, 이미 빠져버린 사랑을 등질 수 없어 그의 '내면'을 사랑하는 이수는 매일을 노력한다. 매일 다른 그의 얼굴과 그의 차림, 어제의 목소리와 오늘의 목소리마저 다른 나의 애인과의 교제라- 사실 나라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아무리 내면이,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매일을 초면인 나의 남자친구를 받아들이기가 여간 쉽지 않을 텐데 이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려고 하고 초면인 모습일지라도 그의 모습을 적응하려 노력했다.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이고 싶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으며, 속 이야기를 알리가 없는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지속되는 오해의 상황들을 이겨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갔던 장소, 음식 등 모든 게 기억나는데, 유일하게 기억나지 않는 그의 얼굴

가장 나의 마음을 얼얼하게 하는 사실이었다. 이수가 친언니에게 안겨 울면서 이야기 하는데, 직접 겪지 않았어도 내가 겪은 것처럼 너무나 가슴이 아렸다.

분명히 사랑하지만, 평범하게 사랑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선과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 시선과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던, 그래도 내심 그 시선들이 두려웠던 이수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럼과 동시에 여러 고민들과 지쳐가는 상황 속에서 힘듦에도 불구하고 우진이 혹여나 상처받을까 내색하지 않던 이수가 참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다

자신이 약을 먹고 아픈 것보다 우진이 곁에 없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이수는 우진을 만나러 체코까지 찾아간다. 우진이 사는 집 주소를 알고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떨렸을까. 떨리는 마음을 추스를 즈음 열린 문 안으로 보이는 '역시나' 초면의 남자. 하지만 이수는 그가 우진임을 느꼈지만, '우진'이라는 이름은 없다며 잘못 찾아오신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이수는 순간 의아하면서도 이 사람이 우진일 것 같다는 감에 아려오는 마음을 붙잡고 "Wait." 이라고 한번 더 용기를 낼때, 이수도 그와의 만남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그 자리에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작업실 내부에 있는 가구들을 보면서 이수는 우진임을 확신하고, 그의 등에 기대어 드디어 그 자리에 온 목적과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가지고 온 말을 어렵게 그리고 솔직하게 꺼낸다. 오래 걸려서 미안하다면서.


이수의 나레이션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진의 갑작스런 청혼에 시간을 두자고 이야기할 때, 우진이 자신의 모습을 적응하기 위해 매일 거울 앞에 서있는 것처럼 자신도 매일 다른 모습의 우진을 적응하기에 사실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었지만, '어쩌면 정작 다른 모습의 우진은 날마다 같은 마음이었고, 본인이 날마다 다른 마음이지 않았을까' 라고 독백하는 부분.

내가 이수였어도 그랬을 거다. 우진이 때때로 나오는 멋진 남성의 모습일 때는 멋진 남자에 자연스레 눈이 가는 여느 여성처럼 이수도 설레고 들뜬 마음이었을 거고, 어린 아이의 모습일 때나, 다소 폭력적이어 보이는 인상의 남성일 때나 혹은 여성의 모습일 때 이수는 이 모습을 바라볼 때 나오는 마음들을 억누르고, 그 외면 속에 가려져 있는 '진짜의' 우진을 사랑하려, 적응하려 부단히 애를 썼을 거다.

그런 힘든 고투에도 불구하고 이수는 우진을 택한다. 자신밖에 그를 이해할 사람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monologue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마음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흐를 때도 그 얼굴이 함께 떠올랐다. 나는 그의 외면을 봐왔는지, 내면을 봐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그의 내면을, 그냥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외적인 요소들로 인해 가졌던 밝고 어두운 마음들도 분명히 있었다. 지극히 사람인지라, 그리고 지극히 시각적인 동물인지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마인드가 전제되어 있고,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을 본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keep을 외친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곤 한다. 한 번은 누군가의 남다른 귀 모양을 보면서 문득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면 귀 모양이 남들이 보고 놀랄 정도의 기형이라도 상관 없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그에게 했을 때, 그는 더 예쁜 말을 꺼내주었다.


"사랑하면 귀 말고 마음의 기형도 품을 수 있을 거야. 꼭 거기까지 가자, 우리 모두!!"


그래, 꼭 거기까지 가자. | 네이버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