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다시 적다.

by Dianosaur
언제부턴가,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종종 이러한 생각이 들곤 했다.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싶었다. 사실 나는 일찍이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었다. 그 기억은 나의 중학교-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친구를 지독히도 오래 사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했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그때, 그렇게 어린 나이에도 무얼 안다고 그렇게 울었을까. 그때는 정말 그 애를 좋아한 게 아니라 사랑했었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자꾸만 엇갈리는 우리가 너무 힘들었다. 사랑을 타이밍이라고 말한다면, 그때 우리의 타이밍은 꼭 한 발씩 늦거나 일렀다. 지금 다시 추억해보면 한때 순수했던 그와 내가 새삼 귀엽게 느껴져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면서 얻게 된 감정, 생각과 깨달음들이 현재까지도 잔잔하게 녹아있었다.


나는 사랑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누군가를 열렬히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 그거라면 충분히 '사랑'이라고 적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기분과 내 시간, 내 하루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이 큰 누군가가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식지 않았다거나 이 사람이 삭발을 하거나 남들이 수군수군하는 어떠한 상태가 되어도 그에 대한 내 마음은 한결같다거나 혹은 내 가슴이 찢기고 찢겨 아리도록 아픈 기억과 그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그를 놓지 못 한다는, 오로지 '나'의 시점에서 내 감정의 깊고 얕음 혹은 짙고 옅음에 따라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가 판가름된다고 생각했다. 내게 그 학창시절의 어린 사랑은 무척 아프고 많이 울었던 사랑으로, 한편으로는 그런 감정을 가르쳐준 고마운 사랑으로 예쁘게 남았지만 1L 물통에 당시의 눈물을 채운다면 몇 통이나 될까 싶도록 많이 앓았던 그때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게 사랑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며칠 전 방영이 종료된 프로그램인 tvn 드라마 <풍선껌> 10화를 보다가 문득 '사랑의 정의'가 떠올랐다. 어떤 sns에서 '좋아함과 사랑함의 차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이 묻어 있는 듯한 사랑의 정의를 댓글에 써놓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이 남는 댓글은 "좋아하면 내 옆 자리에 앉히고 싶지만, 사랑하면 내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것"이라는 것. 사랑은, 진짜 사랑은, 내 소중한 어떠한 것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포기할 수 있는 희생이기도 하다. 그 드라마에서도 리환이는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행아가, 피 섞인 이모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면서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자신의 엄마(어렸을 때부터 함께 키워와서 이모라고 부름)를 수발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 번 안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자꾸 쓰러지는 행아가 안쓰러워 자신과 엄마를 떠나서 행아 자신의 삶을 살도록,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가슴이 찢어짐에도 불구하고 헤어지는 선택을 하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릴지 느껴지면서도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것, 이 역설적인 표현이 어렸을 땐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지금의 나는 어느덧 이해가 된다. 꽉 잡고 놓지 못 하는 애착을 포기하게 하는 것도 사랑의 힘이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해온 사랑은 정말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만 봐줬음 좋겠어, 널 사랑하니까.", "이렇게 하지 마, 이런 거 하지 마, 다 널 위해서야, 널 사랑해서야." 등...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상대를 내가 만든 울타리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감정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볼 수 있었다. 사랑=이해, 사랑=인내, 사랑=참는 것 등.. 사랑은,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 사랑의 크기를 마음껏 키워 나가며 표현하는 것이라기보다,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마음들. 더 나아가서 품어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참된 사랑의 정의를 바르고 정확하게 가르쳐주는 하나님 말씀인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 관련 말씀 구절을 끝으로 글을 맺어야겠다.


◯고린도전서 13장

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5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6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7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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