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처럼, 함께여도 담담하게

by 재나

낯선 감정을 만나면 오랫동안 들여다보곤 한다. 학부시절 만난 상담사는 '감정을 깊이 바라보다가 힘이 부치면 거기서 멈추는 것'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새로 만난 낯선 감정 앞에서, 어느 때처럼 그 조언을 따르는 것은 왠지 나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아서 끝까지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얻은 깨달음은 '타인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려고 내 에너지를 소모하며 노력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내 의도대로 느끼지 않는다. 그 이가 어떤 감정을 지니는지는 그 이의 선택이다. 간단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씁쓸하다. 그동안 정말 진심을 담아 노력했기에 마음 한 편이 공허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유롭다. 이제는 나답게 행동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감정에 눈치 보며 내 감정을 숨기는 가면을 쓰고 싶지 않다.


혼자 있을 때처럼, 타인과 함께일 때도, 담담하게 반응하고 말하고 싶다. 이 마음이 오래가주기를 소망한다.

작가의 이전글스테임플러를 찍었고 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