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한가득 낙엽이 내린 한 카페에서
부드러운 우유맛의 녹차라떼와 함께
나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네가 먼저 질문을 던져줄 줄 알았는데, 일단 아무거나 물어봐봐.
내 최대의 관심사? 지금 내 관심사는... 역시 방탄소년단이지. 얘네 덕질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나에겐 도피처라고 해야 하나. 해야 할 일이 솔직히 지금도 있는데, 동영상보다 보면 시간이 다 가있고 그래.
내 원래 계획은 매일 아르바이트 끝나면 바로 자소서를 쓰든 공부를 하든 해야겠다는 건데, 막상 일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 맨날 똑같은 거 같아. 예전 일 그만두고서도 토익이든 컴활이든 따놓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는데, 또 일 할 당시에는 춘천에서 서울 출퇴근하니까 피곤해서 공부 생각을 할 수가 없었거든. 근데 지금 와서는 왜 그랬을까, 뭐라도 해놓을걸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아르바이트도 끝나면 너무 피곤해. 그래도 어제 또 다짐했어. 마음을 잡고 틈틈이 내 할 일을 해보자고.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취업이지. 근데 사실 지금 사는 게 좋기는 하다? 미래에 대해서 혼자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스트레스 말고는... 평생 이렇게 살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 말고는 좋아. 집에서 몸 편하게 살고 있잖아. 지금의 자유로움이 좋아. 얽매이지 않아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또 얽매이고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스트레스 주는 건 없거든. 엄마 아빠도 별 말 안 해. 그런데 그게 심리적으로 더 불안한 거 알지? 말을 안 하니까 괜히,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차라리 말을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이 든다. 지금이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마음이 좀 급한 게, 중국어 자격증이 제일 걸려. 혼자 다시 공부해서 또 그걸 딸 생각을 하니까 막막한 거야. 그래도 만료되기 전에 따놓고 싶어. 그다음엔 마음이 급해서 더 못할 거 같거든. 근데 자격증 공부하다 보면 더 자소서 쓸 시간도 없을 거 아니야. 거기다 12월에 무역영어 시험도 또 볼까 말까 고민 중인데, 이러면 점점 더 해야 할 게 많아지니까. 아마 나뿐 아니라 다른 애들도 다 이런 고민이겠지?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함?
신경을 안 쓰고 걱정 없이 있다가도 꼭 자기 전에 문득 그래. 문득 생각이 나면 걱정하느라 시간을 더 버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던가. 어제도 사람인 찾아보다 얼마 못 잤어.
방탄 소년단 노래 중에 <Reflection> 이란 노래가 있어.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며 쓴 곡 같은데 이 노래 가사가 너무 맘에 와 닿는 거 있지. 나도 느끼던 감정인데 내가 하지 못하는 표현을 알맞게 쓴 가사를 보니까 너무 공감이 가는 거야. ‘나는 자유롭고 싶다 자유에게서 자유롭고 싶다 지금은 행복한데 불행하니까’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그 감정이야 내가. 그래서 이 가사가 너무 좋았어. 정말 나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사실 사람이라면 다 가지고 있는 감정인 거 같아. 취업 이후에도, 돈이 많더라도, 다들 각자의 상황이 있으니까. 어쨌든 내 상황에 대입해서도 너무 와 닿았어. 가끔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노래가 있잖아, 그런 기분이 들 때 들어. 실제로 이 노래를 뚝섬에 가서 생각 정리를 하면서 만들었대. 그리고 너도 공지천 좋아한다고 했잖아, 나도 뚝섬이나 공지천처럼 나만의 장소가 있어서 생각을 정리하고 바람을 쐬면서 스트레스 풀 곳을 찾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나만의 안식처는 딱히 없지만.. 힘들 때 찾게 되는 건 친구들? 의지를 가장 많이 했던 건 친구들인 것 같아.
스물다섯의 나는 일단 별 거 없어. 진짜 별 게 없어. 음... 예전에 비해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게 된 거 같아. 스무 살 초반까지는, 나는 SNS도 많이 하잖아, 남 의식을 잘해서인가 쓸 데 없는 건데도 SNS에서라도 인간관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게 있었어, 심하진 않아도. 요즘은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어. 예전 기억 중에, 나는 이만큼이나 생각하는데 쟤는 나를 내 반만큼도 생각 안 하네? 하고 상처받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다 필요 없어. 새로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도 귀찮고 힘들고... 있는 관계나 잘 하자, 있는 사람들에게나 잘 하자,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거 같아. 그런 것들에 질리고 지쳤다고 해야 하나.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는 데에 시간도 은근히 많이 들고 말이야.
스물다섯의 나는 귀찮음이 많아진 거 같네. 귀찮음이 많아져서 큰 일이야.
내 취향은, 일단 커피를 너무 좋아하고. 또 반지를 좋아해. 악세서리는 다 좋아하는데 반지가 유난히 좋아. 끼면 손도 더 예뻐보이고. 음 그리고... 나는 가을을 좋아해. 첫 번째로 내가 태어난 계절이라 좋고, 또 겨울로 넘어가기 전 쌀쌀한데 마냥 춥지만은 않은 날씨가 좋아. 파란 하늘에 초록나무들이 있고. 저번에 우리 벤치에 누워서 하늘 보다가 노란색 빨간색 단풍 봤을 때 있잖아. 그때도 그게 너무 예쁜 거야. 나 예전엔 분홍색만 좋아했었잖아. 근데 요즘은 하늘, 파란색? 그런 색이 좋아. 내가 요즘 바다를 자주 갔잖아. 바다를 보는데 너무 예쁘고 좋은 거야. 바다랑 하늘을 보는데 서로의 파란색이 뚜렷하지 않은 경계로 존재하는 게 정말 예쁘더라.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내가 그런 색감을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어.
그거 말고도 예전에 비해 다른 색들이 좋아지고 있어. 요즘은 보라색도 좋아. 방탄 좋아하면서 좋아하게 된 색인데, 뭐 보라색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거든. 암튼 그러면서 그 색을 의식하게 되고 보다 보니 예쁘고 좋아지더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의미부여를 하게 된 게 시작인 거 같아. 좋아하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은데, 다들 그러지 않나? 좋아하는 사람의 영향으로 자세히 보게 되고 한 번 더 보게 되는 일이 생기고 그러지 않나 싶어.
가장 행복한 건 잠잘 때지. 예전만큼 먹는 거에 대해선 의욕이 없어. 잘 안 먹혀. 그래서 요즘은 잠자는 게 제일 좋아. 날이 추우니까 더 이불 밖으로 못 나오겠는 거 있지. 어제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 가자마자 렌즈도 못 빼고 잠들었다. 요즘 너무 피곤해. 하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지 어이가 없어.
일상이 매일 똑같아서 딱히 큰 즐거움은 없는 거 같아. 그나마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노래를 찾아서 들었는데 요즘은 찾는 것도 귀찮아. 예전에는 하나하나 듣고 맘에 드는 거 저장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TOP 100에 있는 거만 들어보고 거기서 맘에 드는 거 저장하고 그래. 근데 노래에 한번 꽂히면 몇 시간씩 잠도 안 자고 들어서 문제야. 유난히 밤에 그 비트와 멜로디가 너무 잘 어우러질 때가 있어. 그럼 그 노래만 주구장창 듣는다. 최근에 나 캔들워머 선물 받았잖아. 예전엔 굳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한 번 써보니까 삶의 질이 달라진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 불빛과 향에 음악이 더해지니 너무 좋아.
이번 생일에 받은 선물들 있잖아, 입욕제나 캔들이나 무드등이나 나였으면 안 샀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너무 좋더라.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 사진을 찍고 싶어. 취미로 제대로 한번 배워볼까 싶어. 나 자신 일상 기록을 위한 영상을 만들고 싶고.
나 버킷리스트도 있어. 버킷리스트는 돈 많이 벌어서 엄마랑 여행 가는 거랑, 그리고 직장 생기고 나면 꼭 애들 해외투어 보러 가고 싶어. 여행 일정 중 하루를 공연 보러 가는 스케줄로 짜는 거지. 대만이나 일본 같은 데로? 내 목표 중에 하나야.
아직 하지 못한 건데, 맘만 먹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는 거. 내가 고양이 강아지 키우고 싶어 하는데 현실적으론 제약이 많잖아. 그래서 식물이라도 키우고 싶어. 한 번 꽃집 가서 물 많이 안 줘도 되는 선인장이라도 하나 키워볼까 생각 중이야. 지금 해도 되는 건데, 내 새로운 방이나 집이 생기면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어.
스물다섯은 애매한 나이 같아. 1, 2년 뒤에는... 공시 공부하는 친구가 공부하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한다고 하길래 그때는, ‘너 몇 년 뒤에는 아 차라리 그때 할 걸 한다?’ 하고 말해줬었는데, 웃긴 게 나도 지금 그렇게 못살고 있어. 나중 되면 차라리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할 수도 있어. 나는 항상 후회하는 거 같거든.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지금 하고 싶은데 미루고 있는 건 외국 나가고 싶은 거? 여행 말고 1년 정도. 다녀오면 스물일곱이지? 그럼 현실적으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그냥 현실에 있기로 했지. 나이가 문제야. 솔직히 죽을 때 되면 다 아무 의미 없는 건데...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며 살지, 나도 그렇고.
일단 올해가 가기 전에 취업이 되면 좋겠고, 이건 현실적인 거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이렇게 지내고 싶어. 두 달 안에 뭘 해놔야지 하는 건 없어. 그냥 지금처럼 지내면서...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아, 이렇게 사는 게. 이대로 내년을 맞고 싶어. 내가 요즘에 귀찮다고 하는 것들이, 그냥 정말 다 귀찮아진 거 같아. 그래서 별생각 없이 살고 있어. 하루의 반을 밖에서 아르바이트하니까 더 생각을 안 하게 되고, 주말이 되면 주말이니까 쉬자 하면서 생각도 쉬어. 근데 생각을 쉬는 동안 난 정말 행복해.
또 인간관계도, 예전에는 내가 먼저 챙겨주려는 마음이 컸었는데 요즘엔 그게 덜해졌단 말이야. 근데 내가 예전에 그랬던 거처럼 나를 챙겨주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 난 예전에 주변 챙기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 내가 대가를 바라고 이러는 건 아니지만 챙겨줬을 때 어느 정도 저 사람도 나를 생각하는 게 느껴지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챙김을 받는 게 신경 쓰인다고 해야 하나? 나도 표현을 해야 하는데 싶으면서도 요즘엔 그게 잘 안되더라.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커. 좋은데 부담스러워. 주고받는 거에 대해 부담을 가지면 안 되는데, 무언갈 받으면 받은 만큼 줘야 한다는 생각이 큰 거 같아. 신경 쓰여. 내가 예전에 느꼈던 거처럼 상대방이 ‘나 혼자만 이만큼 생각하는 건가?’ 하고 있을까 봐. 서운한 감정이 생길까 봐.
직장은, 딱히 정해진 게 없어서 취업준비를 하는데 더 힘든 거 같아. 얼마 전 동기들 만났잖아. 한 명은 임용 준비 중이라고 하고 한 명은 통번역 공부하더라고. 걔네들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뭔갈 계속할 수 있는 거잖아. 그게 너무 부러웠어. 난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그냥 빨리 돈을 벌어야겠단 생각이 큰 거 같아.
요즘 고민하는 건, 예전 직종을 다시 해야 하나 싶은 거. 낸 서류들도 떨어지고, 서비스직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도 않고, 마음도 조급하고. 자격증이 날 더 조급하게 해. 다시 공부할 생각 하면 토나와. 자소서 쓰면서도 내가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만둘 때까지만 해도 같은 일은 다신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거 같아서... 첫 물꼬를 튼 게 그 일이라 더 그런 거 같아. 첫 직장이었고, 알바도 서비스 알바만 했고, 갈 곳이 없다 생각하니 자꾸 그런 고민이 들어.
엄마랑 최근에 쇼핑하면서도 엄마가 신발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엄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더 비싼 거 사주겠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또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
암튼, 나는 평소에 좋아하고 싫어하고 하는 걸 생각하고 있진 않거든. 맞닥뜨렸을 때 좋다 싫다 할 순 있어도. 갑자기 생각해보려니 더 생각이 나지는 않네.
지금 이것저것 생각이 많지만 언젠가 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 요즘 긍정적이려고 노력하고 있어. 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위한 것들을 하려고 노력 중이야. 실천을 아직 안 하고 있지만 언젠간 할 거라 믿어. 행복하게 살 거라 생각해. 지금의 나는 그래. 그냥, 미래가 행복하겠지 하는. 딱 그거야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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