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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Jan 14. 2018

04. Y의 티타임






11월 8일

집 앞 단골 카페의 좌식 테이블     





음...관심사는, 나는 요즘 화장을 안 하는데, 화장을 할 일이 없는데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거 같아. 처음에는, 스무 살에 처음 화장 시작했으니까, 아이라인도 못 그리고 비비랑 입술 그리는 게 다였어. 2,3학년 때부터 화장품을 사들이기 시작했지. 공부하고 나서는 유튜브에 눈을 떠서 뷰티 유투버들 구독 중이야. 시드니 제일 좋아해. 화장도 잘하고, 영국에 살면서 브이 로그도 찍는데 그것도 되게 좋더라. 영어로도 많이 말하는데 영국 발음이라 듣기 좋아.

왜 화장품에 관심이 생겼는 진 모르겠어. 근데 내가 예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거 같아. 화장품도 거의 패키지가 예쁘면 사게 돼. 콜라보하면 미칠 거 같다니까.


요즘에는 이제 곧 이사 가니까 엄마가 아껴야 한대. 그래서 막 못 사들이겠어. 사실 필요하다기 보단 갖고 싶어서 사는 게 많단 말이야. 갖고 싶으면 계속 생각나니까, 그게 싫어서 그냥 사고 공부하자 이 마인드거든. 근데 요즘은 얼마 못 사고 있어. 지금까지 산 거 중엔 슈에무라 립스틱이 가장 맘에 들어. 내가 원래 비싼 화장품은 잘 안 샀단 말이야. 그런데 이번 스물다섯이 됐으니까 생일에 내가 나한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샀는데 진짜 좋아. 근데 또 사다 보니까 너무 많은 거야 입술은 한 갠데... 화장품을 빨리 쓰는 것도 아니고, 빨리 줄지를 않아. 다른 걸 사고 싶은데 안 줄어. 유통기한도 있는데.

 




나는 좀 보이는 거에 민감한 사람 같아. 얼마 전에 김소영 아나운서 인스타에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라는 책 소개가 올라왔더라고. 그 책 한 번 읽어봐야겠어. 나 같은 사람한테 필요한 책 같아. 사실 보이는 것에 민감한 건 좋다고 생각해. 화장하고 예쁜 옷 입으면서, 내가 예뻐지는 건 좋아. 좋은데, 그게 아닐 땐 나 혼자 있고 싶은 게 문제야.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친구들은 괜찮긴 한데 그래도. 뭔가 독서실 왔다 갔다 할 때같은 경우는 렌즈 안 끼고 화장도 안 하거든. 눈도 잘 안보이니까 더 신경 쓰여, 날 보는 사람이 많지야 않겠지만.

 

내 동생은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그렇게 잘 다니는지 신기해. 내가 봤을 땐 같이 다니기 창피한데 걘 아무렇지도 않아하니까. 수염도 안 깎고 로션도 잘 안 발라. 그래서 한 번은 내가 데려가서 레이저 제모 시켰어. 난 화장품도 많이 쓰고 관리도 많이 하는데 걘 지식도 없고 노력도 안 하잖아, 그래서 이해가 안 돼. 반반 섞였으면 좋았을 거 같아. 나랑 너무 안 맞아. 상극이야. 유전자가 딱 반으로 나뉜 거 같아.


동생이랑 다니면 힘들어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걔 제대하고 같이 사니까 너무 스트레스인 거야. 난 같이 쓰는 공간은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걘 내 방 빼고는 다 어지르고 있어. 물건 쓴걸 제 자리에 안 놓고도 인지를 못해. 내가 말을 해도 ‘뭐.’ 이러고 말아. 내가 뭔 말 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빨리 걔네 학교 개강이나 했으면 좋겠어.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스무 살 이후로 없어졌어. 요즘 윤호가 살짝 멋있어 보이긴 해. 근데 이젠 아이돌도 잘 몰라 솔직히. 여자 가수들이 더 좋아. 남자들은 목소리 좋고 잔잔한 크러쉬 같은 가수 아니면 잘 안 듣게 되고. 여자 목소리는 다 좋은 거 같아. 요즘은 한올 알아? 그 사람 노래 좋아. 원래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밤> 이야. 새벽에 들으면 너무 좋아. 그리고 <귀찮아>란 노래가 새로 나왔는데 이건 나한테 딱 맞는 노래 같아. 가사가 요즘 내 상태야. 알앤비처럼 꾸민 목소리보다 담백한 목소리가 좋아해. 이 사람 목소리도 되게 좋아.


기타 들어간 노래들도 좋아. 이제 아이돌 노래같이 시끄러운 노래는 못 듣겠어. 요즘 기타는 안쳐. 기타 줄이 끊어졌어. 사야 하는데 못 사고 있어. 안치면 줄이 약해진다? 줄도 쇠라서 녹슬고 그래. 다시 치고 싶은 마음은 있지.     


나는 내 목소리 듣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야. 애 같고 말 느려서 컴플렉스야. 근데 저번 토요일에 itx 타고 집에 오는데 나같은 사람 봤다. 앞에 아저씨랑 딸이 탔길래, 목소리만 듣고 초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나만한 사람이 타있었어. 오빠한테 말했더니 오빠가 나도 저렇다더라. 전화나 인터폰 할 때도 항상 어른 계시냐고 물어봐. 나도 어른인데. 저번에 사촌오빠도 전화 와서 나 맞냐고 왜 이렇게 애 같냐고 그러고. 전화는 더 심하잖아. 그래서 예전에 기타 치고 노래했을 때도 그게 좋았던 게, 말하는 목소리보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나은 거 같아서. 말할 땐 자신감이 없는데 노래할 땐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았던 거 같아 그게.





요즘 책도 읽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내가 예쁜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책도 그래서 표지가 예뻐야 하고, 표지가 예쁘고 내용도 좋아야 해. 별로면 안 사. 근데 책을 읽어도 요즘은 중간 정도만 읽다가 말게 돼. 다음이 안 궁금해서 그런가. 한 번에 읽고 싶은데, 며칠에 나눠 읽게 되니까 별로 흥미가 안생겨.


기억력이 안 좋아진 거 같아. 자꾸 깜빡깜빡하고. 생각이 순간 사라져 버리는 거 같아. 이번에 핸드폰 바꾸고서도 백업해놓고 복원시키려고 했는데, 백업하고 나서도 오빠랑 사진을 더 찍었단 말이야. 그것도 마저 백업해서 복원하려고 했는데 또 그걸 깜빡한 거야. 그래서 날렸어. 기억이 나중되면 다시 나기야 하는데, 순간순간 사라져. 뭘 하러 어디 갔다가도 거길 왜 갔는지 기억이 안 나. 생각이 없어 요즘. 공부한 것도 기억이 안 나.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합격해서 아빠 차를 뺏는 거야. 그걸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 차가 있어야지 여행 다닐 때도 편하잖아. 난 별로 힘든 여행을 안 좋아하는 거 같아. 여행 가고 싶다고 그래도 계획 짜는 게 힘들어. 여행 간 것도 생각해보면 거의 따라간 거 같아. 내 스타일이 그래, 그게 좋아. 너희랑 중국 같이 갔을 때도 돈만 가져갔었잖아. 내일로 갈 때도 K가 다했고, 단양 갔을 때도 난 별로 한 게 없고. 숙소 예매한 게 다야. 어릴 때는 많이 가봤어도 지금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려고 하면 뭐가 있는 지도 잘 모르고, 그걸 찾아봐야 하잖아, 그게 어려워. 난 K랑 잘 맞는 거 같아. 내가 길치거든.


사실 내가 길치인 줄 몰랐어. 난 장소를 기억할 때 사진처럼 기억한단 말이야? 근데 이 사진에서 다른 사진으로 갈 때 어떻게 가는 지를 몰라. K랑 내일로 여행할 때도 나한테 길 찾아보라고 시켰는데 내가 또 반대방향으로 갔어. 내일로 힘들었거든, 덥고 배낭 메고 다녀야 하니까. 아마 나때문에 K 많이 힘들었을 거야. 시켰는데 거꾸로 가고. 난 아마 네이버 지도 없으면 못 다닐 것 같아. 시험 보러 서울 가서도 길 잃을 뻔했어. 일찍 가서 다행이었지. 웃긴 게 거기를 시험 보러 두 번 갔어. 그 학교 있는 데가 학교 세 개가 붙어 있거든? 두 번째 시험 본 학교가 바로 옆 학교이길래 한 번 가봤으니 알겠지, 하고 생각없이 갔다가 잃어버렸어. 이젠 안 가야겠어. 너무 힘들어.





내 스물다섯은 지나갔어. 이제 두 달 남았어. 뭘 했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근데 공부를 해도 여유롭게 하려고 했던 거 같아. 처음 공부 시작하곤 솔직히 거의 아무도 안 만났거든. 근데 시간이 점점 늘어나니까 그게 나한테도 안 좋고 친구들한테도 별로 안 좋은 거 같더라고. 가끔은 만나야 해.

2년 전인가, 처음 시험 끝나고 그즈음이 제일 심했던 거 같아. 누구도 안 만나고 하니까 나 자신이 우울해지고 그랬었거든. 지금은 괜찮아. 그냥 이러다가 될 거 같아 막연하게.


처음엔 공무원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고 미래를 위해 선택한 거잖아. 스무 살 대학 와서부터 하고 싶은 게 없어졌거든. 없었어하고 싶은 게. 지금도 딱히 없어.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거 말고 딴 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없어진 게 좀 슬픈 거 같아. 내 동생은 하고 싶은 것만 하거든, 하고 싶은 게 확실히 있으니까. 근데 난 없으니까... 그냥 요즘은 이런 게 좋아. 친구 만나고, 예쁜 거 있음 사고, 맛있는 거 먹고. 그냥 이렇게 살고싶어. 그래서 딱히 뭘 시작해야겠다 생각나는 것도 없어.


취직하면 하고 싶은 건 운동이랑, 중국어 회화 공부 다시 하고 싶어. 근데 나는 한국말도 잘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생각한 건데, 난 말하는 거보다 듣는 게 더 능한 사람인 거 같아. 내가 귀가 예민하거든, 소리 이런 거. 작은 소리도 잘들어. 그래서 목소리 큰 아빠랑 동생이랑 안 맞아. 내가 목소리가 작잖아, 작은 사람들은 잘 들리니까 작게 말하는 거 같아. 이미 내 귀에는 적당한 크기니까. 근데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잘 못 듣더라고.      





아, 다이어트하고 싶어. 내가 봤을 땐 내가 많이 찐 거 같거든? 근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내가 강박이 있는 건가 해. 나 엄청 많이 쪘어. 공부하니까 살찌는 거 같아. 옷 사이즈 바뀐 게 제일 충격이야. 시험 전에 10일 정도 다이어트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시험 끝나자마자 너희 만나서 놀고먹고 하니까 다이어트도 끝나버렸어. 대학 오고 나서부터 몸에 안 좋은 걸 너무 많이 먹는 거 같아. 2학년 때부터 살이 쪘어. 1학년 때는 술먹느라 밥을 못 먹어서 제일 말랐었고. 그래도 그건 건강에 안 좋아.


시드니가 브이 로그에서 음식 헬시 하게 만들어먹고 운동 러닝 하는 거 보여주는데, 그 사람 보면 저렇게 하고 싶으면서도 못하겠어. 식당에서 먹은 것도 맘에 들면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 먹더라고, 채소도 많이 쓰고 인스턴트 안 먹고. 나는 맨날 인스턴트 먹는데. 시드니 라이프 스타일에 닮고 싶은 점이 많아. 근데 혼자 해 먹긴 귀찮고. 나 너무 귀찮아하는 거 같아.     


예쁜 카페 같은 거 찾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도 하고 싶은데 막상 가면 또 안 찍게 돼. 귀찮기도 하고. 그것도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아.   





지금은 기다리는 시기이지 않을까? 일 시작하면 그다음부턴 사는 게 다 똑같을 거 같긴 해. 만족은 하겠지만 바뀌는 건 없겠지. 결혼하면 바뀌겠지? 결혼은 서른 이후에 하고 싶고, 아기가 예뻤으면 좋겠어. 내 눈에만 예쁜 거 말고 진짜 예쁘면 좋겠어. 아, 나 그런 거에 강박 있나 봐.

 

옷 입는 거나 예쁜 것도 다들 보는 눈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른거 같아. 난 S랑 제일 겹치는 거 같아. S가 입는 옷이 예뻐 보여. 난 깔끔한 게 제일 좋거든. 보니까 프린팅이 화려하면 내 얼굴이 묻히더라고. 그래서 맨날 기본만 사나 봐. 근데 사도 사도 옷이 없어.     


이사 가는 데도 택배 오긴 하던데, 힘들지 않을까. 택배는 산간지역은 아닌데 음식 배달은 배달료 3000원 추가해야 하더라. 이사 가면 피자 좀 사다 줄래? 그런 거 못 먹으면 살 빠지겠다. 그런 거 엄청 먹는데.

피자, 떡볶이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야. 떡볶이는 매일 먹을 수 있어. 제일 잘하는 요리도 떡볶이야. 사실 떡볶이밖에 못해. 고추장 간장 물엿만 있으면 되거든. 근데 내 떡볶이는 좀 달 수도 있어. 어제도 떡볶이 해 먹었어. 이번에 인터넷에서 소스랑 있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패키지 샀는데 괜찮더라.


아직도 초등학교 때, 태백에서 사 먹었던 분식집 떡볶이 맛이 생각나. 그때 먹었던 그게 내 인생에서 베스트 떡볶이였어. 후문에 한 칸짜리로 컵에 300원, 500원 해서 팔았는데. 이제 없겠지. 태백 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데 항상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한 번도 못 가봤어. 그때가 저학년이었는데도 그때 기억에도 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가면 위생도 심각하고 그럴 거 같아. 안 가보는 게 좋을까,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아, 태백에 닭칼국수 맛있는 데도 있는데. 가고싶다. 그래서 차가 있어야 해. 근데 태백 멀기도 멀고, 막상 가면 할 거 없어.

 

그리고 나 목마른 걸 안 좋아해. 밥 먹을 때도 물 없으면 밥을 세 숟가락 이상 못 먹어. 오빠는 밥 먹을 때 물을 안 먹어. 자기는 물을 마셔서 맛이 없어지는 게 싫대. 흐름 안 끊기고 마지막에 물을 마시는 게 좋대. 근데 나는 물을 마셔서 맛을 다 넘기고 다음 숟갈을 뜨는 게 좋아. 버릇됐나 봐. 숨이 막혀 물을 안 마시면.      





나는 좀 잔잔한 사람 같아. 튀지는 않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드는데, 가끔 존재감이 없을 때가 있다고 느껴. 밖에 다니다 보면, 걸어 다닐 때 사람들이 날 신경 안 쓰는 거 같아. 있는 줄 모르나? 할 정도로 부딪히고. 내가 조용히 다니나? 엄마도 가끔 놀라긴 해. 내가 인기척이 없나봐.


좋아하는 건 이제 더는 모르겠고, 내 얘기를 다 한 지도 모르겠네. 우선은, 여행을 짧게 짧게 다니고 싶어. 생각을 해봤는데, 공무원 월급이 180이라고 치면 100을 적금하고도 80이 남잖아? 한 달에 사오십 쓰면서 아끼면 종종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요즘 일본도 가고 싶은데, 안 위험한가? 영국도 가고 싶어. 유럽은 비싸잖아 티켓이. 그래서 모르겠어. 미국은 꼭 갈 거야. 영어도 써보고. 친구가 LA에서 일해서 거기 한 번 가볼 거야. 여행은 확실히 거기 누가 있으면 편한 거 같아. 중국도 다시 가고 싶고, 중국 간 것도 한참 전이잖아. 근데 아직도 생각난다. 꿔바로우도 자꾸 생각나. 여기서 먹은 걸로 만족이 안돼. 우리 생맥주는 못 마시고 왔잖아, 그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어. 바다 있는 데도 가고 싶고. 윤 식당에서 스노클링 하던 데, 발리도 가고 싶어.

 

나 벌써 한 시간이나 얘기했어? 다른 애들은 얼마나 얘기했어? 나보다 길어? 이제 더 하고 싶은 얘기는... 모르겠어.






Y's PICK


도서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670665


음악 한올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밤>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639180&trackId=613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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