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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asletter Mar 16. 2022

인생, 될 대로 돼라

주변in터뷰 김주호 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콘텐츠 영상 편집하고 있고요. 그리고 올해 졸업을 해서 취업 준비와 함께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mbti는 어떻게 되세요? 저 INPT요. 근데 T가 F랑 걸쳐있어요.

좋아하는 것 중에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예요? 아이유입니다.

싫어하는 것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요? 벌레요.

본인의 수식어나 별명이 있다면요? 찐부요. 진짜 부자라는 뜻인데 (실제론 아닌데) 자꾸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는 친구가 있어서요.

본인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순간 혹은 멋있다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요?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가 잘 내리질 않는 것 같아요. 물 흘러가는 듯이 살자는 생각이 있어서 무념무상, 딱히 제 스스로가 좋은 순간도 아쉬운 순간도 없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주호입니다.


 똑같은 질문을 3번을 반복했다. 단순한 밸런스 게임과 신상정보를 묻는 질문이었지만 처음 인터뷰를 하는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주호님과의 인터뷰라는 점이었다. 주호님과 나는 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며 만나 지금까지 약 6년 정도를 함께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이 인연은 지금의 주변in터뷰를 있게 했다. 지나가는 얘기로 '취미로 편집을 해보고 싶다'라고 했던 걸 놓치지 않고 프로젝트를 하나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 결과, 주변in터뷰의 편집자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인트로 질문만 15분을 찍고도 '연습'이라는 말로 밝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꼭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편집자이기 때문에 편한 분위기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건 아닌 것 같다. 기존에 내가 봐온 주호님의 모습은 항상 얘기를 듣는 청자에 가까웠고 신기하게도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의 비판을 개그처럼 던지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인터뷰에서 실수가 있어도 적절한 비판 개그(?)로 분위기가 밝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새삼 재밌는 사람이었네란 생각이 든다.


Q. 주호님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
A. 음. 저는 그냥 생각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딱히 뭐 어떤 일이 있었어도 그 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인생계획을 세운다거나 아니면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도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일도, 삶도.
Q. 그렇게 살게 된 이유가 혹시 있으신가요?
A. 천성이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계획 세우는 거, 열심히 사는 거 싫어하고 '그냥 될 대로 돼라' 그게 제일 편한 것 같아요, 저한텐.

A. 돌이켜 생각해보면 될 대로 돼라 했다가 안 됐던 적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될 대로 되라는 전제에 어차피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해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안 된 게 있더라도 안 됐네하고 그냥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삶에 관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안 좋은 에피소드는 없는 것 같아요.


 될 대로 돼라. 물 흐르듯이 살겠다.


 내 기준에선 평범치 않은 대답이었다. 자신의 삶을 물어볼 때 될 대로 되라고 얘기한 사람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통상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낙관으로, 회피로 이런 대답을 할 순 있지만 자신의 삶을 통째로 빗대어 그냥 물 흐르는 듯이 산다고 얘기한다니. 옛 고전에서나 볼 법한 신선의 답변이었다. 주호님이 천성이라고 얘긴했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어떠한 계기가 있진 않을지 궁금증이 지속 남아 나는 곧장 질문을 이어보았다.


Q. 그럼 혹시 살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있을까요?
A. 사람이요? 음..(잠시 공백이 있은 후) 제가 사람도 기억을 안 하나 본데요? 뭐지 이거?
아, 그래도 고1 때 담임 선생님이 나름 제게 영향을 많이 주셨던 사람인 것 같아요. 되게 젊은 남성분이셨는데 동네 형 같은 느낌이었어요. 체육대회 전에 단합을 위해 함께 운동 연습을 하고 운동장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는데 그때가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반 프로젝트로 저희끼리 사진을 찍어 달력을 만들었던 적도 있고 당시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어주셨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분이에요.
Q. 그럼 그 선생님을 롤 모델로도 볼 수 있을까요?
A. 롤모델은 아닌 것 같아요. 되게 좋으신 분이고 배울 점도 많지만 저는 롤모델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고등학교 시절 얘기가 나온 김에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셨어요?
A. 그냥 조용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그렇긴 한데 먼저 말 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새 학년이 되면 어떻게 친해지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 있잖아요? 저는 그런 타입이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막 나대는 아이였는데 한 번 데어서 그 이후로는 조금 소심해진 것 같아요.
Q. 데였다는 게 어떤 일인지..?
A. 초 3 때 제가 반장이었는데 무슨 학습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제가 뒤에서 새끼 쥐가 있어서 새끼 쥐라고 했는데 선동꾼 친구 한 명이 바로 선생님께 달려가서 '선생님, 반장이 새끼래요. 욕해요' 막 이러는 일이 있었기도 하고. 그리고 제가 하도 나대고 막 잘난 척하고 다니다 보니까 어머니께서 주변에서 들으신 얘기가 있으셨나 봐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그냥 그때부터 조용하게 다녔던 것 같아요. 소심해지기도 하고.
Q. 그 시절은 만족스러우셨나요?
A. 만족스럽진 않죠. 그래도 계속 나대고 그랬으면 지금 인싸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죠.(웃음)
Q. 인싸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A. 아뇨. 저는 인싸가 무서워요. 사실 대학교 때 인싸가 되려고 엄청 노력을 많이 했죠. 그래서 처음엔 과행사든, 과 동아리든, 과에서 무슨 일이 있다 그러면 달려갔었어요. 그래서 나름 초반에는 인싸였어요. 그런데 1·2(학년) 미팅 때였어요. 그때 빠른 연생이었던(사실 동갑인)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저희보고 일은 우리가 할 테니 편하게 얘기하라고 그랬단 말이에요. 뭐 커서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에 일환으로 '에이, 아닙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당시엔 갓 고등학교를 벗어난 순수한 햇병아리였기 때문에 김치전이었나? 아무튼 제가 '형 저희 김치전 좀 더 주세요' 이랬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선배가 '지금 나한테 시키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때 느낌표가 딱 떴죠. 그래서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이랬는데 장난식으로 '아니야, 내가 다 해줄게'이러면서 그 상황이 넘어갔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이후에 제 동기 중에 형이 있었는데 그 형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우리 과 11학번 선배가 술 사주신다는데 올 거냐 그래서 저는 인싸가 되기 위해 무조건 간다고 했죠. 근데 갔는데 되게 엄숙한 거예요. 일단 앉았어요. 거기서부터 11학번 형이 분위기를 잡으며 저를 혼내길 시작하는 거예요. 널 왜 불렀는지 아냐? 모르겠다. 너 뭐 잘못한 거 없냐?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12미팅 하지 않았냐? 그래서 저는 그때 얘기인 줄 알고 얘길 했더니 아니, 그거 말고라고 얘길 하면서 제가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고서도 일은 안 하고 그 선배를 계속 시켰다고 뭐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랬던 적도 없고 그 상황이 너무 억울해서 있으니 그 11학번 선배가 아니긴 뭐가 아니냐면서 저를 혼내면서 술을 먹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소주를 붓고 마시라 그러고 마시면 다시 채우고 또 마시라 그러고. 무슨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계속 술을 먹이더라고요. 오죽하면 아주머니께서 딱하다며 계란 프라이를 주셨어요. 억울하게 술로 혼나고 그날 나와서 토를 엄청 했죠. 그 사건 이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여기는 더러운 곳이다, 진짜 온갖 정이 다 떨어져서 이 사람들과 나는 어울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학과랑 연을 아예 끊고 마음 맞는 사람들 몇 명 외에는 관계도 아예 끊어버렸죠. 그 이후로 소주도 못 마시게 되고. 때마침 당시 신문사(학보사)를 하고 있었기에 신문사 활동에 올인해버리는 계기가 되었죠. 그렇게 저는 아싸로 지냈습니다.


 주호님과 사람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약간의 특이함이 있었다. 통상 대부분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주호님은 전혀 그런 호소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관계의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마 어린 시절 성격을 바꿀 정도로 조금씩 받아온 상처들이 계기가 되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냥 내게 '관계를 털어버리는 게 더 쉬워'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될 대로 돼라, 물 흐르듯이 살겠다란 삶이 먼저였을까 이러한 작은 상처들이 먼저였을까?


Q. 그럼 본인에게 신문사(학보사)는 어떤 곳인가요?
A. 후배가 제게 그랬거든요, 선배님은 신문사 밖에 없냐고. 그런데 그게 팩트예요. 신문사는 저에게 전부였죠.
Q. 신문사에서 그럼 무슨 일을 하셨던 거예요?
A. 신문사를 동아리로 아시는 분들도 계신데 사실 동아리라기보단 학생과 교직원 그 중간쯤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분명 수업을 듣는 학생인데 직원분들처럼 맡은 일을 해야 해요. 신문 발행을 위해 기획을 하고, 기획 내용을 바탕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을 통해 신문을 발행하고 그리고 신문을 배포하기까지. 쉽게 말해 학교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대한 모든 과정을 인쇄 빼고 저희가 다 한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에피소드 많죠. 배포를 할 때 탑차를 타고 하는데 그 안에 신문을 다 옮기고 학교를 한 바퀴 돌면서 배포함에다가 신문을 일일이 다 꽂아놓고 오거든요. 근데 배포를 할 때 차 문을 열어놓고 타요. 그래서 떨어지면 바로...(큰 사고) 그래서 배포가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제가 편집국장을 할 때였는데 임기를 거의 마치고 기자들끼리 워크숍을 갔었어요. 그때 야자타임을 했는데 제 취재부 직속 후배가 야자 타임 시작하자마자 '주호야, 애들이 너만큼 신문사에 열정적이지 않아' 그러더라고요. 그때 속으로 '그렇지, 맞지. 내가 미안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편집국장 당시에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국장의 자리는 직접 기사를 썼던 기자, 부장의 지위에서 벗어나 그냥 관리직에 가까웠어요. 그러다 보니 애들한테 일을 분배하고 점검하고, 수정하는 과정들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실 애들을 조금 닦달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일이라는 게 일만 하면은 안 되는 거잖아요. 일과 생활 간의 밸런스가 맞아야 되는데 저는 너무 일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야자타임에서 저런 말까지 들으니 '맞지, 미안하지'라는 생각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생각이 남아요.


 사실 주호님과 내가 처음 만났던 계기도 신문사였었고, 나 역시 학보사 기자 활동을 했었기에 신문사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왜 이리 힘든 일을 미련하게 했나 싶으면서도 누구보다 그 시절이 그리운 감정. 아마 누구나 삶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어떠한 순간들이 각자 있을 것이다. 비록 주호님과 신문사 생활을 함께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시절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생활을 했었을 주호님의 모습이 떠오르자 문득 그는 사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산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Q. 인터뷰 초반에 물 흐르듯이 살고, 대충 사는 걸 좋아한다고 그러셨는데 지금 얘기들을 들어보면 제가 느끼기엔 생각보다 열심히 뭐든 하려 하셨던 것 같아요. 인싸도, 신문사도. 여전히 기존 생각과 변함은 없으신가요?
A. 그게... 제가 호불호가 확실히 갈려요. 예를 들어 게임 같은 건 제가 잘 질려하는 편이라 하다가 접어버려요. 그런데 이건 재밌다 하는 안 질리는 일이 있으면 그건 진짜 끝까지 파고들어요. 제가 그런 면은 있어요. 그래서 그냥 물 흘러가면서 살다가 그런 것들이 발견된다? 그러면 그걸 그냥 끝까지 파고드는 거죠. 뭐 이것도 나름 물 흘러가는 대로 사는 그런 방식 아닐까요? 나름 제게는 신문사가 그런 부분이었던 거죠.

'바다나 가자' 톡방 멤버들
3년 정도 신문사 생활을 했던 것 같은데 신문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금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요. 신문사에서 만난 선배들과 톡방을 하나 만들었는데 '바다나 가자'라는 톡방이에요. 제가 63기고 거기 61기 선배들이 3분이 계세요. 근데 제가 항상 그 세 분 말에 반박을 하거든요.(웃음) 무슨 말을 하면 제가 '아...'이러면서 놀려먹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건 좀 기분 나빴겠는데 하는 부분도 많단 말이에요. 근데 그냥 그 상황에서 다들 '어... 어.. 그래'(장난식으로 쭈굴거리는 반응) 이런다거나 웃고 넘어간다거나 그런 것들이 많아서. 사실 마음도 잘 맞고 제게 고마운 사람들이죠. 신문사를 하면서 제가 얻은 큰 것 중에 하나가 사람들은 얻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땠었요? 지금 얘기해주시는 걸 보면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셨던 것 같은데 어떠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요?
A. 제가 딱히 연연하지 않다 보니까 예전에 번호를 한 번 다 바꾼 적이 있어요. 그때 그래서 어차피 번호를 바꾼 김에 사람들 연락처를 한번 다 지워보자 싶어서 다 지웠어요. 그랬더니 정말 연락을 하는 사람들. 지금껏 내가 연을 이어오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만 계속 연락처에 남아있게 되더라고요. 딱히 제가 먼저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이렇게 관계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내게 남는 건 사람이었다, 사람이 중요했다고 최근에서야 문득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Q. 주변이 보는 주호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A. 글쎄요. 뭘까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주변인이 저를 보는 건 아무래도 제가 장난이 많다 보니까 대뜸 반박을 하기도 하고 이상한 철학을 펼치기도 하고 그래서 나대는 놈이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저도 모르게 다시 초3 때의 그 모습이 나온 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그동안 억눌렀던 나대는 모습이 발현된 거 같은데요. 나대는 나.
Q. 주호님이 보는 본인의 모습은 어떤가요?
A. (앞서도 말했지만) 제가 보는 저의 모습은 그냥 생각 없는 편인 것 같아요. 생각 없이 그냥 막 뱉고, 막 하고, 생각 안 하는 게 많긴 하죠.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좋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최고인 은둔형 사람인 것 같아요.
Q. 그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A. 그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얘만큼은 믿을 수 있겠다. 얘 하고는 끝까지 갈 수 있겠다.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한 친구가 저보고 '너랑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을 해줬는데 그게 되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 되게 좋겠다. 내가 이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남들도 나를 그렇게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남는 건 사람이었다.


 아이러니한 인터뷰였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연연하지 않지만 결국 남는 건 사람이었다,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모순적이지만 틀린 건 전혀 없었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얘기했지만 아직도 아쉬웠다. 과연 관계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삶이 흘러가는 방향을 연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계속 생겨났다. 아마 이게 주호님의 비결이었지 않을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이. 다음의 시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저 지금의 시작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그 끝에 달했을 때 새로운 시작을 또다시 따라가는 것. 내게 계속해 피어난 물음들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


Q.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 있으신가요?
A. 계획은 딱히 없습니다.
Q. 공통 질문을 드리기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음...(고민하다가) 혹시 신문사 사람들이 이걸 보게 된다면 그땐 미안했다! 그땐 죄송했습니다! 밥 사 줄 테니 언제든 연락해!
Q. 그럼 공통 질문드릴게요. 죽기 전에 한 가지 기억을 가지고 죽는다면 어떠한 기억을 갖고 죽고 싶으신가요?
A. 뭔가 추억? 제 배우자에 대한 추억이었으면 좋겠어요. 배우자를 처음 만났던 그런 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동반자일 거 아니에요? 아마 그렇겠죠?(미소) 그럼 그 사람과의 처음. 저는 그 기억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Q. 지금 연애 중이신가요?(농담)
A. ......
Q. 본인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는?
A.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웃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남들이 하는 길이 다 옳은 길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미소) 적당해야지 뭐든지. 힘내라


 그래 힘내자. 삶의 방향도, 사람 간의 관계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요인이지만 사실 인생에는 정해진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주호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물 흐르듯이. 모든 건 결국 흐르게 되어 있다. 심심한 위로와 자극을 받은 인터뷰였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삶의 방향, 사람과의 관계였지만 무엇이 답인지 고민해보는 건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 같다. 그저 각자의 삶 속에서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것을. 처음 인터뷰를 주호님과 하게 돼서 좋았다란 생각이 든다.



인터뷰 소감 부탁드릴게요. 이거 준비하느라고 어제 12시에 자고, 잠도 못 자게 하고, 심지어 오늘 6시에 출근했어야 되는데 아주 잠도 못 자게 아주 그냥... 그랬는데 사실 피곤한 거 반, 설레는 것 반,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 이렇게 반반반이었거든요.(그럼 100이 아니라 150인데...ㅋㅋ암튼) 막상 제가 인터뷰를 해보니까 되게 재밌네요. 참 기획이 이쁜 것 같습니다. 뭔가 좀 정말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그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 또 제가 인터뷰를 해보겠습니까?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감사하죠(미소)




* 본 인터뷰에 대한 영상은 서화다방 유튜브 채널(서화다방 - YouTube)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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