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chterin 여자시인 Mar 09. 2022

브린이를 아십니까?

브런치 시작 후 2개월이 흘렀다!


시작의 순간은 달콤하게 찾아온다


거의 모든 것들의 시작이 그러하듯, 시작은 참으로 설레고 몽글몽글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환각성 기분에 도취되는 경향이 있다. 브런치가 내게 그러했다. 일단, 벼르고 벼르던 퇴사를 감행했고 한두어 달 좀 쉬고 나니 비로소 실존적인 욕구가 고개를 들었다.


나 아직 살아있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
나 아직 그래도 뭔가 할 수 있다.


대략 이런 상태였다.

그 와중에 아무나 되지 못하는 것, 나름대로 소정의 지원 창구가 있고 의외로 한 번만에 되기 어렵기도 한다는 바로 그 무엇. 기존의 블로그들과는 차별화된 플랫폼이라고 무성했던 소문들. 기왕 그러면 글 쓰면서 노닐어 볼 거라면 좀 쓴다 싶은 사람들을 모아놓았다는 곳에서 나도 한 번 놀아보자. 뭐 이런 마음도 솔직히 컸다.

그러던 차에 한 해 전에 신청했다가 한 번 떨어진 뒤 "재수생" 신분으로 재 응모 결과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이 플랫폼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굉장히 기뻤다. 누가 보기에는 뭘 고작 이런 일로 기뻐하냐고 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 순간만큼은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도취의 시간


이제는 어렵지 않게 고백할 수 있다. 이 작은 성취경험으로 나는 지난 두어 달을 꽤나 들뜬상태로 보내었다. 마치 이제 브런치로 “데뷔” 하여 계속해서 써 나가다 보면 뭐라도 하나 될 줄 알고 그런 착각을 거듭하는 것이었다. 묵히고 묵혀두었던 습작이라 이름 붙인 졸작들도 브런치 북으로 엮어버렸고, 그동안 써두고 잊힐 뻔했던 시들도 브런치 북 시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해버렸다. 아무도 안 읽는다 해도 좋다, 나는 이렇게 해버리련다 그런 심사였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가 와서 ‘라이킷’을 눌러주고 더러는 눈물 나게 감사한 댓글까지 달아주더라면 나는 모든 것을 다 잊은 채 그저 도취에 도취에 도취만을 거듭하였다. 그러다 약빨이 떨어지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뽕쟁이처럼 타락한 기분도 들었다. 그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가장 슬픈 지점일 것이다.

이 “하이(high)”한 시간이 오래가지 못한 까닭은 내 글을 이렇게 어디든 내보이고 나니 메타인지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타인들의 글맛 살아 숨 쉬는 글들에 한껏 자극받았다. 그러나 자극만 받고 심지에 붙은 불이 호로롱 꺼져버리더라. 나는 저들처럼은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저하게 되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런 현실수용이 씁쓸하거나 굴욕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브런치를 끊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자극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자극이 고무적이라는 . 기왕 까일 거라면 까짓   한다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까이자, 그러면 얻어가는 것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린이의 성장기


브런치에 막 발을 디딘 브런치 신생아에서 이제 제법 걸음마도 하고 알짱거리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여, 나는 브린이이다.

아직 어린이라 천지분간을 잘 못한다. 그래서 아직 괜찮다. 조금 더 여기저기 천지분간하지 않고 다녀보려고 한다. 하루라도 브런치에서 보내주는 알림이 없는 날이 없고, 브런치 홈에 들러서 다양한 글들을 읽지 아니하는 날이 없다. 이것은 분명 지난 두 달간 내 일상 속에 자리 잡힌 가장 뚜렷한 변화이다. 나는 이 변화가 좋다. N사나 T사의 블로그의 포스팅들을 읽으러 다닐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다. 블로그들에 올라오는 글들도 참 좋은 것들이 많은데 브런치의 테마별 다양한 장르의 글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글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아직 브런치를 능가하는 다른 유사한 플랫폼을 알지 못하기에 나의 브린이 생활을 계속될 예정이다. 계속해서 더 자극을 받고 싶다. 언젠가는 나도 “의미 있는” 글들을 발행하고 그 글들도 타인에게 유용한 정보나 남다른 감상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확실한 것은 그날이 오기까지 나는 소재의 고갈과 능력의 일천함에서 오는 여러 가지 좌절, 방해 요소들을 물리치고 꾸준히 나만의 페이스대로 “글 질”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첫 2개월 브리핑을 마치며


끝으로, 그동안 저의 브런치에 종종 들러주신 분들, 제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 심지어 구독까지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또 이렇게 한 브린이를 키워내고 계십니다.


아점 먹듯이 글 질 하는 브런치 같은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의 공간.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조금 더 놀고 싶다.

아직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기 때문이다.

아직.

아직은.

남아있다.

그 모든 것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