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
이모와 5일동안 함께 묵을 숙소는 이모가 선뜻 예약도 직접 하고 비용도 대주기로 하였다.
만나서 맥주 한캔을 들이키며 들어보니 고양이만 키우는 이모는 반려견 동반 숙소를 쉽게
예약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까다로운 일인줄 몰랐다며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도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가 이번에 제주 숙소를 예약하면서 알게된 터라 마음이 이해가 가서
괜한 짐을 지운것 같아 미안했다.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는 우선 반려견의 종, 몸무게, 성별 등을 사전에 요구하고,
이에 따라 중형견이나 대형견은 받지 않는 곳들도 있고 소형견 중에서도 잘 짖는다고 알려져있는 종들은
안받는 곳도 있었다. 또한 일부 신축에서는 실내생활에서는 내내 기저귀를 착용해달라고 하셨고,
소파나 침대에 강아지가 올라온게 확인되면 추가 금액이 요구된다고 말씀 주신 곳도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낡고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관리는 잘 되어 깨끗했고, 문을 열면 앞에 잔디 마당이 있었고 동백나무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아침마다 콜링이 안되는 보리에게 하네스를 채우고 잔디 마당을 돌며 보리가 동백꽃을 잘근잘근 물어뜯고 던지며 노는 것을 구경하였다. 문 열면 잔디에서 강아지가 뛰어노는 삶, 제주에 정말 온 것 같았다.
우리의 첫 일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거문오름의 모든 코스를 다 다돌면 약 2시간 30분~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미리 예약을 한 시간에만 해설사분과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첫 난관부터 당황의 시작이었으니, 거문오름은 자연유산이라 홈페이지에 '애완동물 반입 금지' 라는 문구가 명확하게 명시되어있었다. 아직도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는 것도 화나는데 차에 혼자 있어야 한다니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충분히 산책을 시켜주고 차 카시트에 안전고리를 걸어두고 무거운 발거음으로 거문오름으로 향했다.
거문오름의 해설은 따뜻하고 제주의 바람은 코 끝이 시리도록 매서웠다. 오르락 내리락 곳곳의 갱도진지와 사람의 손으로 조성된 삼나무의 군락지들을 바라보며 3시간 정도를 열심히 걸었다. 머리가 띵하도록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상반되게 등에서는 땀이 흐르고, 복잡했던 마음도 생각없이 앞만 보며 걸으면서 자연에 감탄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하지만 보리에게는 아니었는지 차에 다가가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부터 낑낑대는 소리가 차 문을 뚫고 나왔다. 서둘러 뛰어가서 차 문을 열고 달래주고 한동안 안고 있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나는 너무 서툴렀다.
이모와 나는 점심으로 흑돼지를 구워먹자고 했는데, 그 곳에서도 강아지는 안된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또 차에 두고 밥을 먹었다. 창가에 앉아 고기를 구우면서 창 바로 앞에 전면 주차된 내 차를 바라보며 고기를
입으로 넘겼다. 썬팅이 짙어 보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제발 잠들었기를 바랐다. 고기 냄새를 풍기면서 차에
올라탔는데 혼자만 맛있는 걸 먹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숙소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들어와서 미안한 마음에 간식을 평소보다 조금 더 주었는데, 결국 자다가 먹었던 걸 다 토해냈다.
눈물이 왈칵 차오르는 걸 뒤로 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토사물을 닦으며, 바닥에서 보리 곁에서 잠자며
서툴러서 미안해라고 속삭였다. 서툴러도 나에게 몸을 붙여오며 자는 이 작은 생명체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크던지. 그 때부터 쭉 궁금했다.
나는 너와 함께라서 너무 행복한데, 바라만 봐도 행복한데, 너도 나와 함께여서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