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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디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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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May 01. 2020

디어,인도

12화. 파아란 조드푸르

늦은 밤, 돈을 더 달라는 툭툭 기사와 실랑이를 하다가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돈을 더 줄수는 있었지만 처음에 합의한 금액이 있었는데 다급히 말을 바꾸는 무례함, 능글맞게 웃으며 '인도는 원래 이런 나라야' 하는 식이 싫었다. 돈을 던지듯이 더 주고서 내렸다. 조드푸르,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 마음 속으로 이미 합격점을 주고 있던 도시. 가방을 풀자마자, 테라스로 나가 밖을 바라보았다. 까만 밤하늘을 반만큼 가려주는 붉은 성이 보이고, 달이 또렷하게 떠있었다. 눈 앞에 어떤 방해물도 없이 하늘과 달과 성밖에 없었다. 


아름답네.


너무 아름다워서 외로운 풍경이었다. 조드푸르는 브라만의 계급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집집마다 칠해졌기 때문에 블루시티라는 애칭을 얻었다. 추후에는 신분 상승의 염원을 담아서 다른 계급들도 파랗게 집을 칠했다고 한다. 


안녕
사진 찍어주세요.


조드푸르의 중심가이자 큰 시장이 있고 주변부로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한 시계탑으로 향했다. 바닥에 물건을 펼쳐놓은 상인들 사이사이로 정신없이 사람들이 활보하는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군중이 만들어내는 스트레스와 소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도 다같이 뛰어다니고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에너지 또한 인도만의 매력이었다. 


메헤랑가르성



조드푸르의 랜드마크로는 해발 125m 암벽 위에 지어진 메헤랑가르성이 있다.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막기위해 지어진 이 성은 성벽 36m의 웅장함과 섬세한 궁궐 내부 모습을 자랑한다. 성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계단으로 15분 정도는 땀을 빼며 올라가야 했다. 고도가 높아지자 옹기종기 모인 파란집들이 만든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 아래, 파란 집들이라니. 갖고 싶은 풍경이었다. 


성에서 내려와 핸드폰을 충전하러 카페에 들어갔다. 콘센트가 너덜거려서 제대로 충전되는지도 모르는 채로 일단 충전기를 꽂았다. '여기서 30분 정도만 핸드폰을 충전하고 떠나야지' 오래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좋아서, 대체적으로 시내 중심가와 2~3km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아침 저녁으로 떠나고 돌아오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래서 더 많은 길가의 사람들을 마주치고 더 많은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걷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 처음부터 김이 빠져있던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루프탑 경치를 구경했다. '이 동네 참 맘에 들어' 파란 집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시 올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한산한 옥상에서 쉬고 있을 때, 카페 주인분이 올라왔다. '카페는 어떠냐, 인도 여행은 어떠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헤나 문신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카페 근처에 자기가 아는 헤나 디자이너가 있다고 했다. 골목을 거닐다보면 곳곳에 헤나 문신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 주인분이 데려다 준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니 할머니와 아이, 아주머니가 계셨다. 나는 양쪽팔에 모두 헤나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카페트에 앉아 아주머니께 손을 맡겼다. 헤나 염료가 초코소스를 짜듯이 팔에 그려졌다. 다양한 무늬를 세심하게 그려주었고 나는 신기해서 오오하면서 완성되기까지 20분간 기다렸다. 아주머니가 헤나 그림을 그리는 내내 아이가 와서 내 어깨를 툭 치고 도망가면서 장난을 쳤고 할머니한테 계속 혼나야했다. 헤나 염료는 딱딱하게 굳어 떼어낸 뒤에는 무늬만 고스란히 팔등에 남는다. 2주간 문신이 유지되며, 씻을수록 색깔이 진갈색에서 주황빛으로 옅어진다. 매일 조금씩 지워지는 헤나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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